13조 렌탈 자산에도 카드·캐피털 돈가뭄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3. 3. 26.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PF發 리스크 커지는데
자금조달 길은 여전채 발행뿐
렌탈자산 담보증권 허용 요구

지난해 채권시장발 '돈맥경화'로 자금난에 시달렸던 여신금융업계(카드·캐피털)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 은행 파산 사태로 언제 채권시장이 요동칠지 모르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도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중소 캐피털사들이 제때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업권 전체로 위기가 번질 수 있다며 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자동차 등 '렌탈자산'을 기반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허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당국도 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식하고 여전사들이 보유한 13조원의 렌탈자산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처럼 '수신(예·적금)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사들은 여전채라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회사 건전성에 문제가 없어도 채권시장이 불안하면 조달금리가 올라가는 구조다. 특히 지난해 말에는 한전채와 은행채 대규모 발행, 회사채 순발행 감소, 파생결합증권에서의 여전채 편입 비중 축소 등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PF 리스크도 복병이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 노출 자산) 규모는 115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특히 여전사들의 익스포저는 5년 전에 비해 약 4.33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캐피털 업계는 자동차 같은 렌탈자산을 기초로 ABS를 발행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 달라고 주장한다. ABS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하는 것으로, 발행금리가 낮고 장기 발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여전사가 발행한 ABS는 11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나 급증했다. 한 캐피털사 임원은 "개인에 비유하자면 언제든 돈을 인출할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것과 같다. 자금 조달이 어려울 경우 ABS를 발행할 수 있는 길만 열려도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지만 관련 부처 협의 등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렌탈자산 유동화가 가능할 경우 여전사의 자금 조달 여건 개선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규제 개선을 추진할 때 렌탈자산 유동화가 렌탈 영업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 한우람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