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ATS 설립 착수… "넥스트레이드 이번주 인가신청"
금투협·증권사 등 34개사 출자
제2증권거래소 역할, 경쟁 촉진
본인가 받으면 내년 설립 가능
금융당국이 대체거래소의 인가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한국거래소(KRX)가 70년 가까이 독점하고 있던 국내 증권거래 시장에도 판도 변화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7일부터 30일까지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 받는다. 금융투자협회를 비롯해 증권사 27개사와 증권 유관기관 등 3개사 등 총 34개사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넥스트레이드'(Nextrade)가 가장 먼저 신청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ATS 도입을 통해 시장 경쟁과 자율을 촉진, 선진 자본시장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선정한 금융규제혁신 4대 분야 9개 주요 과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취임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달 14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1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 기조 발표에서 금융투자업 추진 목표 중 하나로 대체거래소(ATS) 인가를 재차 강조했다. 서 협회장은 "ATS 설립시 거래비용 절감, 주문 유형 다양화, 추가적인 거래시간 제공, 주문속도 및 체결가능성이 향상되고 주식거래 대체 기관으로서의 시장안정성 등 여러 효익 제공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투자자의 경우 상장 주식을 매매 시 한국거래소와 ATS 중 유리한 거래장소를 선택할 수 있어 편익이 제고된다.
◇내년 중 출범 가능…넥스트레이드 인선 마무리 단계= 앞서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1월 법인 설립에 대한 출자의향서를 접수, 3월 ATS 설립준비위원회를 출범하고 같은해 11월 준비법인 격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했다. 초대 대표로 선임된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 원장은 "시장에서 요청하는 다양한 거래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 증권사 등 시장 관계기관과의 원활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달까지 시장운영·기획관리·경영전략 등 각 분야에서 경력직을 채용하는 등 인선 마무리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도 IT 부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인프라, 보안 등과 시장운영본부와 경영지원 인력을 모집 중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신청서 제출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넥스트레이드는 높은 안정성과 빠른 속도, 저렴한 보수를 기존 거래소와의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장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는 공매도 금지나 정규거래 시간 외 연장거래 등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을 다각도로 검토할 전망이다.
예비인가 심사에는 최소 한 달, 늦으면 2~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부터 금감원 심사,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거쳐 금융위가 예비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예비 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본인가까지 받고 나면 6개월 내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올해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마무리 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면 내년 중에는 정식 거래중개 업무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유럽선 이미 활성화…"일본 선례 참고해야"= ATS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를 뜻한다. 정규 거래소와 달리 상장 심사나 청산 결제 및 시장 감시 등 기능은 없고 주식 매매 체결만 담당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는 각각 60여곳, 140여곳 이상 대체거래소가 있을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2020년 거래대금 기준 상장주식 점유율도 각각 전체 시장의 11.3%, 28%에 달한다.
다만 한국거래소의 독점적 지위가 공고한 만큼 ATS가 자리를 잡으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거래 상품 제한, 거래량 한도, 공개매수 의무 등 제약이 있어 경쟁 체제가 안착하기 어렵고 현재 ATS가 강조하고 있는 매매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도 거래소와 비교해 큰 매력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ATS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경쟁이 촉진되고 시장 효율성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일본은 앞서 ATS에 해당하는 PTS(사설거래시스템)를 도입했으나 설립 이후 20년 이상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강 연구원은 "문제는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최선주문집행' 기준이 관행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 집중하도록 수립됐다는 데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일본 금융청(FSA)은 거래시장 간 충분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집행원칙을 개정, 지난 1월부터 이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시장 간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PTS에 대한 매매가격 결정방식의 확대, 틱 사이즈(호가의 눈금폭) 인하, 신용거래 금지 해제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한 결과 PTS의 상장주식 거래대금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 이상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맹주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다자간매매체결회사가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선 자기자본 요건, 주식소유 제한, 거래소유 다양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다자간매매체결회사의 '최선집행의무'와 관련한 인프라 구축과 거래소-다자간매매체결회사 간 이해상충 해소를 위한 제도적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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