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수도권 의원 수부터 줄이자

2023. 3. 26.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서울은 언제나 만원(滿員)이었다. 서울이 가진 용량을 초과하여 정치, 경제, 문화가 집중되어 있다. 특히 일자리와 교육, 의료 인프라는 여타 지역을 압도한다. 그러면서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역할을 해왔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는 된다'는 생각은 지금도 계속된다.

그러는 사이 지역은 황폐화되고 소멸위기에 처했다. 역대 정부는 모두 지역균형발전을 외쳐왔지만 수도권 확대라는 거대한 힘에 굴복해왔다.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역시 서울의 확장안이다. 하남 교산 · 고양 창릉 ·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는 서울 근교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것이다. 이들 신도시가 완성되면 지역 인구의 수도권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재의 국회의원 선출제도 역시 지역소멸, 수도권 집중에 한몫하고 있다. 국회는 투표가치의 평등성이라는 명목으로 수도권 지역구를 늘려왔다. 국회의원의 수도권 비중(서울·경기·인천)은 1948년 제헌의회에서는 200명 중 39명(19.5%)에 불과했으나 40년 뒤인 1988년 13대 국회에는 224명 77명(34.34%)으로 늘어났다. 2004년 17대 국회에는 243명중 109명(44.8%)으로, 2012년 19대에서는 246명중 112명(45.5%)으로 늘어났다. 지금의 21대 국회에서는 121명(서울 49·경기 59·인천 13)으로 전체 지역구 253명중 47.8%에 달한다.

현재 강원도와 충청북도 전체 국회의원은 각각 8명이다. 이는 강남3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송파구·서초구 의원수와 같다. 제주도(3명)는 물론 대전광역시(7명), 울산광역시(6명)의 의원수는 강남3구보다 적다. 여기에 강남3구에서 거주하는 국회의원까지 고려한다면 강남3구의 발전은 강원, 충북, 대전, 울산, 제주보다 우선 고려된다.

이같은 국회의원의 수도권 집중화는 거주 인구에 비례하는 현행 선거제도에 기인한다. 지역 대표성보다는 투표가치의 평등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서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는 헌법 41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평등선거가 1인 1표만을 의미한다는 뿐만 아니라 1표의 가치가 동등하다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5년 최대-최소의 인구편차가 4:1 이상은 위헌이라 판결했고, 2014년에는 2:1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최대-최소 선거구당 인구 편차를 상·하한 33.3%로 설정하여 지역구를 획정해오고 있다.

돌이켜보면 1995년, 2014년은 지역감정, 지역 중심의 투표행위가 극성을 부릴 때였다. 유력정당들은 텃밭으로 불리는 경상도와 전라도 의석수를 지키고자 하는 게리맨더링도 횡행했다. 그렇기에 당시 헌재 판결은 이촌향도(離村向都) 및 도시 인구 집중이라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타당성은 퇴색해가고 있다. 오히려 인구비례에 따른 선거구제 획정의 부작용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역 대표성에 대한 보정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의 경우, 양원제로 운영된다. 투표가치의 평등성을 가진 하원뿐만 아니라, 50개주에서 각 주마다 2명씩 뽑는 상원이 존재한다. 선거를 통해 모든 주가 동등하게 선출된다는 상원의 원칙은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이다. 인구비례의 원칙(하원)과 지역의 동등성(상원)이 교묘하게 절충되어 있다.

지난 22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의결하면서 선거제도 개정 논의가 본격 시작되었다. 채택된 결의안은 ▲소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이다. 국회 전원위원회는 27일부터 3가지 기본안을 바탕으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의원정수, 비례대표 의석 비율, 소선구제 변화 등을 정할 예정이다.

전원위원회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들은 모두 이해당사자들이다. 이들은 현행 선거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내 지역구는 빼고 다른 곳을 바꾸자"고 말한다. 그렇기에 253개 지역선거구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를 확대하자는 방안이 가장 손쉬운 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그래서는 국민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먼저 수도권 지역구 의원 수부터 줄여보자. 유권자 인구비율이 2:1이든, 6:1이든 모두 임의적이다. 완벽한 평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