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데이터센터 확충 급한데… 에너지규제·님비까지 `산넘어 산`

김나인 2023. 3. 26.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챗GPT발 AI 산업 수요 폭증에
인터넷 데이터센터 건립도 '붐'
과전력·수도권 쏠림현상 우려
정부, 에너지 제한·지방 분산
업계 "지방 가면 경쟁력 하락"

최근 화두로 떠오른 '챗GPT' 등 생성형 AI(인공지능)를 비롯해 로봇, 자율주행, XR(확장현실) 등 미래 산업은 네트워크와 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CSP(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입점한 IDC(인터넷데이터센터)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IDC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는 수도권 집중화 해소, 에너지 부족, 지역이기주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정부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IDC에 대한 전력 공급 제한과 지방 분산을 위해 칼을 꺼내든 가운데 업계는 대안 없는 규제가 자칫 국가 디지털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부지, 에너지, 인력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을 주문한다.

◇ 지방분산 요구에 업계 "시장 없는데 어쩌나" =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IDC는 147개로, 오는 2029년에는 총 732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수요가 커지면서 전통적으로 IDC를 보유한 통신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 건설사까지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IDC에는 수많은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장비, 전력 공급장치 등이 들어가고 24시간 365일 운영돼야 하다 보니 기반시설부터 건물 공사, 내부 설비까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지난 21일부터 한전이 IDC에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됐다. IDC들이 비용만 내면 마음껏 쓰던 전기가 막힐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신규 IDC를 지을 때 주변 시설들의 전기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우면 한전이 전기 공급을 유예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정부가 IDC 규제에 나서는 이유는 수도권에 집중된 IDC로 인한 전력 수급 부담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건설하겠다고 신청한 수도권 지역 IDC 601곳 중 40곳만 전력 적기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국내 IDC 전력수요는 총 1762㎿(메가와트)로, 향후 4만9397㎿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IDC 1개가 사용하는 전력은 20~200㎿ 수준이다.

이는 주택 3만3000~6만6000 가구가 쓰는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지방에서 후보지를 찾아야 하지만 어려움이 있다. 일단 수요가 문제다. 기업들은 시장이 없는 곳에 수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IDC를 세우는 게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AI, 메타버스 등 차세대 서비스는 지연시간 없이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IDC가 멀면 어려움이 있다. 클라우드 1위 기업 AWS의 경우 복수의 IDC를 묶어서 서비스하면서,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IDC가 100㎞ 내 거리에 있도록 한다. 비수도권 IDC의 경우 해당 지역의 기업이나 기관이 활용하거나 DR(재해대응) 용도의 이중화 설비인 경우가 많다. 수도권은 운용인력 확보가 쉽고 접근성이 좋은 점도 클라우드 기업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이에 IDC 업계는 클라우드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IDC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은 일면 맞는 이야기지만, 주요 고객인 AWS,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수도권을 선호한다"면서 "수천억원의 투자비가 드는 IDC의 지방분산을 위해서는 클라우드 기업들이 지방에 갈 수 있도록 인력, 인센티브 등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자체는 유치경쟁 vs 주민은 유치반대 = 이 가운데 IDC를 혐오시설로 바라보고 지역 유치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과, 과도한 유치전을 벌이는 지자체 사이에서 IDC 업계가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님비(NIMBY)'와 '핌피(PIMFY)'가 줄다리기를 벌이는 셈이다.

지난 2019년 네이버의 제2 데이터센터 건립 무산 사태가 대표적이다.

IDC의 송전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암을 유발한다는 괴담이 돌며 지역 주민들이 반대해 경기 용인 IDC 건립이 무산됐다.

주민들은 IDC 냉각시설에서 나오는 환경오염물질도 주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이 IDC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건강을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는 검증 결과를 내놨지만 지역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치솟는 땅값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건설비용 증가도 어려움이다. 수도권 내에서 전력 공급이 가능한 부지는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송배전망 등 전력 인프라 추가 건설과 IDC 건설·설비투자 부담도 급증했다.

이 가운데 비교적 땅값이 저렴한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최대 1000억원에 달하는 투자 보조금과 장기임대용지 제공 등을 당근으로 제시하며 IDC 유치에 나섰다.

강원도의 경우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낼 전력망 부족 문제를 IDC 유치로 푼다는 생각이다. 전력 수요가 많은 IDC를 유치해 송전 제약과 출력 제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는 수요가 없으면 지방분산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호소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IDC는 고객의 수요를 따라가는 산업인데 단기적 인센티브 때문에 비수도권을 선택하는 사업자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라며 "IDC 사업자에게만 짐을 지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노후화한 산업단지 활용 등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실질적 지방분산 효과가 있도록 지자체와 부처가 머리를 맞대 현실적인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에너지 가격 할인 등 지방분산 유도책 필요" =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력 양성,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등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IDC 수도권 집중 문제를 장기적으로 풀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채찍이나 당근은 해결책이 안 된다는 것. 에너지분산법 통과 이후 에너지 특구를 세우거나 비수도권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식이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신재생에너지 공급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데 R&D 등을 통해 버려진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분산에너지특별법을 통해 에너지 가격을 전략적으로 할인해주는 인센티브 등 지방분산 요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IDC 관리·운영 인력이 대부분 수도권에 있어 비수도권 이전 시 어려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균형발전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인프라 마비 예방 측면에서 IDC의 지방 분산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자체가 IDC를 유치할 때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고 이와 연계해 공공기관, 지자체, 대학 등과 지역특성화 사업을 통해 인력을 키우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