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의제’ 강조한 2023년 중국 ‘양회’

한겨레 2023. 3. 26. 1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양회’라고 불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이달 베이징에서 열흘 동안 열렸다. 지난해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 대회)에서 결정된 주요 정책과 인사 계획이 양회를 통해 합법성을 얻으면서, 시진핑 전면 집권체제가 완성됐다. 양회에서 이뤄진 ‘정부업무 보고’와 인사·제도 개혁 등을 보면 ‘국가안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난달 말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2중 전회와 양회 업무보고에서 모두 ‘격동의 국제정세’와 ‘험난한 국내 개혁발전과 안정 과제’를 언급하며, 앞으로 국내외에서 ‘예기치 못한 요인’ ‘성난 파도’ 같은 중대한 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정세 판단 아래, 중국공산당은 국내-국외, 전염병 통제-경제 발전, 발전-안전 등 세 국면에서 ‘더 나은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시진핑은 집권 이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립을 포함해 ‘국가안보’에 관한 법률을 여럿 통과시켰고, 지난해 20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는 ‘안전’(안보)이라는 단어가 91차례 언급됐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은 국내적으로는 경기침체와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대중의 누적된 불만 등이 있고, 국제적으로는 미-중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대국 간 다툼 등이 있다. 양회 때 발표된 올해 예산안을 보면 공안·외교·국방·곡물·석유·물자비축 등 ‘안보’ 측면 예산이 대폭 증가했다.

셋째, 제도 개혁 역시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 정부 인사와 정책 방향 외에 가장 관심을 끈 것은 ‘당과 정부 기구의 개혁’이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지속해서 조직과 제도를 개편하며 자신이 직접 관할하는 지도부와 위원회를 다수 만들었고, 2018년에는 대대적인 제도 개혁을 통해 당 중앙과 자신의 권력을 크게 늘렸다.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과학기술, 금융, 데이터, 사회안보를 담당하는 ‘중앙과학기술위원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국가데이터국’ ‘중앙사회공작위원회’ 등을 새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시진핑은 예상대로 국가주석과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에 순조롭게 선출됐고, 다른 고위직 인사도 무난하게 통과했다. 이는 시진핑의 권력이 확고하고, 당 중앙에 시진핑 세력, 이른바 ‘시파’만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무원 총리와 부총리 4명, 국무위원 5명 등은 이전에 국무원 지도부 경험이 없고, 허리펑 부총리를 제외하고는 전국적인 경제·사회 분야 활동이 없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또 각 부처와 위원회 수장이 다수 유임된 것은 ‘안정 유지’ 기조를 반영한다. 무기와 핵산업, 우주항공 등의 특기를 가진 방산 쪽 고위 인사가 국무원 지도부 등에 대거 진입한 것은 중국공산당이 제조업 강국, 항공 강국을 건설하고 ‘전면적인 군사대비 강화’ ‘군사·민간 융합’ 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중국은 최근 30년 이래 가장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 당국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로 5%를 제시했지만, 지속적인 경기 하방 압력과 지방재정, 부동산, 금융 부실 등의 문제가 있다. 사회 각 세대와 계층은 각각 불만이 있는데, 특히 지난 3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누적된 불만이 가장 심각하다.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 전환은 주민들이 정부의 권력이 너무 크다고 느끼며 관련 정책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중국공산당은 올해 국내 사회·경제 안정에 중점을 두면서 대외 관계와 대만 정책에서는 비교적 온건한 수단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미-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국 간 다툼 속에서, 거칠고 사나운 파도의 시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것이 바로 시진핑이 줄곧 주장해온 중국은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저선사유’(底线思维)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