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우의 바람] 봄, 사랑, 벚꽃 말고

한겨레 2023. 3. 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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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겨우내 줄곧 품이 좀 남는 밤색 코트, 그 속에 나를 쏙 감추고 걸음을 재촉해 걸었어. 그런데 사람들 말이 너만 아직도 왜 그러니, 그제서야 둘러보니 어느새 봄이."

그러나 최근 이상 고온으로 좀더 일찍 벚꽃이 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좀더 일찍 들르기를 추천한다.

봄, 사랑, 그리고 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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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우의 바람]

국내 최대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가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창원시 제공

손석우 |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길었던 겨우내 줄곧 품이 좀 남는 밤색 코트, 그 속에 나를 쏙 감추고 걸음을 재촉해 걸었어. 그런데 사람들 말이 너만 아직도 왜 그러니, 그제서야 둘러보니 어느새 봄이.”

봄을 기다리며 겨울부터 흥얼거렸다. 가수 ‘아이유’가 부른 노래다. 청아한 목소리 그리고 직접 쓴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겨울은 추울 것으로 예상됐다. 아니 추워야 했다. 북극의 얼음은 꾸준히 녹고 있다. 지난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보통 가을철 북극을 뒤덮은 얼음이 적을수록, 동아시아 겨울은 추운 경향이 있다. 적도도 이상기후가 뚜렷했다. 적도 동태평양 수온이 평소보다 낮았다. 라니랴가 발생한 것이다. 라니냐는 보통 1~2년 정도 지속되다 사라지는데, 지난 겨울에는 무려 3년 연속 라니냐가 관측됐다. 3년 연속 라니냐. 21세기 들어 처음 발생한 현상이었다. 미디어에서는 ‘트리플 딥 라니냐’가 발생했다고 대서특필했다. 비행기로도 10시간을 훌쩍 넘게 날아가야 하는 동태평양. 이곳 바닷물이 평소보다 차가우면 동아시아 겨울은 추운 경향이 있다.

북극과 적도만 특이했을까? 고도 20㎞ 상공 성층권 기후도 기록할 만했다. 적도 성층권에서는 겨우내 서풍이 관측됐다. 북극 성층권에서는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기도 했다. 돌연승온이라고 불리는 극단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적도 성층권 바람이 서풍이거나 북극 성층권 기온이 갑자기 상승해도, 동아시아 겨울은 평소보다 추운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겨울은 추워야 했다. 퍼펙트 스톰 상황으로 확신했다. 퍼펙트 스톰,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하면서 극단적인 피해를 초래하는 현상이다. 안 좋은 일들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곤 한다. 이번에도 틀리고 말았다. 퍼펙트 스톰은 발생하지 않았다. 12월 잠깐 춥긴 했지만, 1월을 넘어 2월에 이르자 기온은 평소보다 높아졌다.

행여나 막바지 추위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겨울 외투를 정리하지 않았다. 밤색 코트도 남겨두었다. 그러나 꽃샘추위는 오래 가지 않았다. 둘러보니 어느새 봄이었다.

봄. 봄의 어원은 다양하다. 개중에 가장 좋아하는 어원은 “보다”의 명사형인 “봄”이다. 봄에는 볼 것이 참 많다. 무심히 지나쳤던 화단에 초록의 풀이 돋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싹이 튼다. 그리고 꽃이 핀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지에 물이 돋으면서 개나리는 샛노란 꽃망울을 한꺼번에 터뜨린다. 그리고 진달래와 목련이 색을 더한다. 화사하다 못해 사랑스럽다. 사람들도 생기가 돈다. 코트 속에 몸을 숨겼던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음을 늦춘다.

누가 뭐래도 봄은 벚꽃이다. 겨울이 따뜻했던 탓에 벚꽃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피었다. 부산은 이미 벚꽃이 만발했다. 예상보다 며칠 빨리 꽃이 피었다. 3월 기온이 높았던 탓으로 보인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전국 곳곳에서 고온 현상이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대 3월 최고 기온이 갱신되기도 했다. 남부지방에 만개한 벚꽃은 이제 중부지방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의 벚꽃은 4월 초로 예보됐다. 그러나 최근 이상 고온으로 좀더 일찍 벚꽃이 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번 주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 분홍빛을 보게 될지 모른다.

코로나로 취소됐던 벚꽃축제가 4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진해군항제는 이미 지난주에 시작했다. 하동과 경주를 비롯해 남부지방 곳곳에서 이번 주에 축제가 시작된다. 서울은 4월 초에 축제가 예정돼 있다. 여의도 봄꽃축제와 석촌호수 벚꽃축제. 4월4일과 5일 시작된다. 그러나 좀더 일찍 들르기를 추천한다. 축제기간에 이미 꽃이 지고 있을지 모르니. 가벼운 봄비가 내리고 다시 따사로운 봄날. 봄, 사랑, 그리고 벚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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