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국제 정세속 삼성 … 이재용 톈진·베이징 광폭행보

손일선 특파원(isson@mk.co.kr),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3.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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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중국 방문
美中 갈등속 공급망 재편
미국 테일러공장은 팹리스
한국선 시스템반도체 육성
中발전포럼서 취재진 질문에
말 아낀 李 "북경 날씨가 좋죠"
반도체핵심 시안공장은 안들러
중국 톈진의 삼성전기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둘째)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왼쪽 셋째)과 현지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 삼성전자가 어떤 전략을 내놓는지는 삼성이라는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 반도체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대부분을 중국 내에서 소화하도록 제한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전략 역시 중국 현지 수요가 중심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중국 시안 공장은 현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수요를 담당하고, 미국 오스틴·테일러 공장은 퀄컴·엔비디아 등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수요를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기존 기흥·화성과 평택캠퍼스 외에 경기 용인에 300조원을 투자해 새로 조성하기로 한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미래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시안을 방문할지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해당 일정은 이번 중국 방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 미국의 중국에 대한 첨단반도체 봉쇄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은 공장이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책임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안 1·2공장에 약 33조원을 투자했으며 128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삼성을 끌어안기 위해 이 회장에게 다양한 협력 방안과 인센티브를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의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선택'에 따라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지원법상 생산보조금과 관련해 가드레일 조항 초안을 발표하는 등 민감한 시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회장은 포럼 현장에서 만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 공세에도 말을 아꼈다. 쏟아지는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는 인사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베이징의 재계 관계자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 수장으로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중국발전포럼에는 이 회장 외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CEO 등 미국 기업인도 다수 참여했는데 대부분 미·중 갈등 구도를 의식해 '로 키' 자세를 견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정찰풍선 논란과 틱톡 금지 논란 등 미·중 갈등이 확산하는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에 참석자 대부분이 '비즈니스' 이상의 해석을 경계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고사양 반도체 장비·기술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이 같은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의 직접 영향권에 있었지만, 미국 정부에서 1년간 예외조치를 적용받았다. 예외조치 연장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 상무부는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생산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서 10년간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범용(레거시) 반도체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긴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세부조항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 생산능력을 웨이퍼 투입량 기준으로 산정하고 기술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만큼, 이 같은 조치는 한국 기업에 '숨통'을 틔워준 것으로 풀이된다. 기술 발전으로 집적도가 높아지면 실제 생산능력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가 보조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시안 공장의 '현상 유지'는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생산전략 변화는 불가피하고 특히 대대적인 시설투자는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 서울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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