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벚꽃보다 눈부신 … 광화문의 태권도 물결
마치 벚꽃이 만발한 것처럼 주말 광화문 광장이 새하얀 태권도복을 입은 유단자와 수련생으로 가득 찼다. 경복궁 위쪽에서 종로 방향까지 광화문 광장 총 550m 구간을 메운 태권도인들은 절대로 틀리지 않고 기네스 기록을 새롭게 쓰겠다는 의지가 가득했고 주먹과 발끝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어 250명의 심사관과 기록 측정 구역에 자리를 잡은 1만2533명의 '태극 1장' 단체 시연 도전이 시작됐다. 10여 분간 6차례 반복. 그리고 전광판에 '12263'이라는 숫자가 뜨고 세계 기네스 기록 담당자가 "성공을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순간 2002년 한일월드컵을 떠올리게 할 만큼 커다란 함성이 광화문 광장에 울려 퍼졌다.
종전 기록은 태권도가 국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2018년 국회 잔디마당에서 열린 '태권도 평화의 함성'에서 써낸 8212명이었다.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2023 '국기' 태권도 한마음 대축제를 공동 개최했다. 이 행사는 2018년 3월 30일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권도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태권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5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고자 마련됐다.
해당 법안은 당시 20대 국회의원이자 국회의원태권도연맹 총재였던 이동섭 현 국기원장 주도로 여야 국회의원 225명이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을 통해 국내 스포츠 가운데 태권도가 유일하게 '국기'임을 법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어떤 이념적 대립도 없이 그저 태권도가 '국기'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어린이부터 80대 어르신까지 2만여 명의 태권도인이 모였다. 국기원의 이 원장과 전갑길 이사장을 비롯해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이규석 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오응환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등 태권도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홍문표 국회의원태권도연맹 총재, 장상 전 국무총리 등도 함께 축하했고 오 시장은 명예 8단증을 받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찾은 태권도인들은 남녀노소,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300여 명도 참석했고 같은 시간 해외에서도 국기원 회원도장 수련인 1만여 명이 각자의 도장에서 '태극 1장'을 단체 시연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태권도'를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거제도에서 온 진재근 학생은 "한국 태권도의 새 역사에 참여하고 싶어 거제도에서 올라왔다"며 "태권도를 배우면서 점점 성장한다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서 환하게 웃어 보였다. 또 서울 길음동에서 온 배준호 학생은 "태권도를 한 지 5년 정도 됐다. 열심히 연습했고 기네스 증서도 받아 너무 좋다. 기억에 남는 하루가 됐다"며 기뻐했다. 이 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해 기네스 기록을 새롭게 세웠다"며 "태권도 수련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태권도의 위상과 위용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오늘 전 세계 태권도장에서도 1만여 명이 동시에 행사에 참여해 의미가 더 뜻깊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위대한 태권도를 느꼈고 국민 통합과 화합을 넘어 세계가 하나 되는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초대형 행사를 준비하고 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지만, 전 국민과 함께 가슴 벅찬 단체 시연을 보며 모두가 화합하고 하나 되는 잊지 못할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돌아본 이 원장은 "내년 3월에는 규모를 더 키워 수원 화성에서 '세계 태권도 한마당 대회'로 확대 개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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