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학교폭력 극복하려면

2023. 3. 2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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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누구를 죽도록 때리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니면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이는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작가의 딸이 작가에게 던진 질문이다. 당시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게 만들었던 이 딜레마적 질문이 '더 글로리' 집필의 계기가 되었음을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고, 이 작품은 학교폭력의 정당성에 대하여 우리 모두를 고민토록 하였다.

고데기의 온도를 체크한다는 명목으로 동급생의 신체를 지지던, '더 글로리' 속 학교폭력 주동자의 모습은 가히 잔인하여 시청자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는 17년 전 청주 모 여중생이 겪었던 실제 일화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불호가 나뉘는 매우 어두운 소재의 드라마임에도 넷플릭스 공개 2주 차 만에 비영어권 시청 시간 1위, 누적 1억뷰를 달성하였다는 것은, 학교폭력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심각한 범죄라는 점과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학교폭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피해자에게는 절대 잊히지 않는 상처이자 트라우마가 된다는 것을 작가는 '고데기 화상'으로 형상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강자와 약자는 존재하였으며 이는 종족의 적응과 발전을 설명하는 다윈의 진화론과도 연결되는, 자연적 섭리이기도 하다. 학교폭력도 어제오늘 생겨난 일이 아니며 필자의 학창 시절에도 존재하였다. 다만 당시의 학교폭력은 학교 내 아니면 이웃 학교 간의, 힘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힘 과시용으로 주로 나타났고 학교폭력 가해자는 소수였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도 분명하였다. 그러나 요즘의 학교폭력은 다르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학생들이 관여하며 그 유형도 매우 치밀하고 다양해졌다. 단순히 신체적·물리적 가해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SNS로까지 나아가 '카톡 왕따'와 같은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피해자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몰카 촬영 및 공유 등 심리적·정서적 가해로까지 그 개념이 확장되었다.

이러한 학교폭력의 원인은, 갈수록 심화되는 '승자 독식 현상'에 따른 한 줄 세우기와 무한 경쟁 속에서 본래적 목적과 가치를 잃어버린 교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땅바닥까지 떨어진 교사의 권위 및 학교 교육과, 오로지 자기 자식만을 챙기는 부모의 이기심 및 저질의 가정교육이 가장 큰 원인이다. 현 정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철학을 앞세우며 스스로 사랑이 되어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사랑의 길'을 걷겠노라고 선언하였지만, 과연 사랑이라는 피상적인 말로써 학교폭력이라는 실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것도 다 옛말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 정당방위 유무에 대한 딜레마를 낳고, 가해자도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피해자도 언젠가는 가해자가 될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도덕과 양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능력주의·성과주의에서 벗어난 역지사지 정신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연대를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과 그에 따른 경고·처벌로써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중명 남해해성고등학교 이사장·아난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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