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모국 발전에 기여한 일본 한상들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2023. 3.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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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가 최근 도쿄에서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두 나라 경제인 사이의 신뢰 회복이 확인된 자리였다. 두 단체는 한일미래파트너십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기금은 양국 청년의 교류와 교육 등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 등의 기업도 일본 회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문화 측면에서도 두 나라 사이에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는 한국에서 인기다. MZ세대까지 슬램덩크에 열광하고 있다. 일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 숫자도 늘고 있다.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일동포다. 그들은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경계인' 취급을 받아왔다. 양국 관계가 악화될 때는 두 나라 모두에서 환영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선 일본 편, 일본에서는 한국 편이라는 시선을 견뎌야 했다. 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있었다.

그럼에도 재일동포는 모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몸은 일본에 있지만 마음만은 한국에 남아 모국 발전에 기여해왔다. 한일 관계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양국 관계가 어려워졌을 때는 조율사 역할도 자처했다. 특히 동포 기업가인 한상(韓商)의 역할이 컸다.

일본 한상은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한국 투자를 본격화했다. 국교 정상화 전후 한상들의 투자 규모는 약 2695만달러였다. 한국 최초의 수출 산업공단인 구로공단 건설도 주도했다. 한상들은 또 1974년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를 설립했다. 모국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다.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는 88 서울올림픽 후원, 국산품 구매 촉진 캠페인, 2000년대 재일동포 모국 유학생 장학사업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일본 한상은 IMF 외환위기 때에는 모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와 신한금융처럼 일본 한상이 한국에 세운 기업도 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한국 사람이 일본에서 돈만 벌어 간다"는 비방을 들으면서도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재일한국인상공연합회 상임고문을 지냈으며,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 제일투자금융, 신한은행 설립에도 참여했다. 한국 투자도 확대했다. 그 결과 롯데는 현재 재계 5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은 조국애와 금융보국이라는 의지를 갖고 일본 한상과 함께 1982년 신한은행을 세웠다. 신한은행 창립주주이기도 한 최종태 야마젠그룹 회장은 한일 우호와 동포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무궁화훈장을 수상했다.

지난해 말 훈장 수상 축하연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친선협회 중앙회 회장 등 두 나라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석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젊은 한상 모임 YBLN(영비즈니스리더네트워크)의 일본 회원 덕분에 일본에서 어학연수를 마친 한국 학생도 있다.

다음달엔 일본 요코하마에서 전 세계 젊은 한상이 모인다. YBLN 시티포럼에서는 한상들이 교류와 함께 일본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손님맞이는 일본 한상이 준비하고 있다. 일본 한상의 모국 사랑은 현재진행형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승환 (재계·ESG)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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