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거위 황금알 빼먹겠다는 최대주주
아워홈은 나름 뼈대 있는 기업이다. 창업자가 LG 창업자의 3남이고 그의 아내는 삼성 창업주의 둘째 딸로 한국 재계의 한줄기를 차지하고 있으며, 계열 분리 전 회사 전신까지 포함하면 역사가 40년 가까이 된다. 그렇다고 널리 알려진 기업은 아니었다.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등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사업 특성 때문이다. 2017년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남매 갈등'으로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해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복 운전' 논란으로 유죄가 확정되고 경영권을 잃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최근 아워홈에 3000억원의 배당을 요구했다. 아워홈은 현재 그의 동생인 구지은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배당 요구 자체는 문제가 안 된다. 아워홈 최대주주인 구본성 전 부회장은 회사에 원하는 만큼의 배당금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 존속을 위협할 만한 수준의 배당을 요구하는 건 문제가 다르다.
다음달 주총에서 '구본성 배당안'이 가결되면 구본성 전 부회장은 보유 지분에 따라 1100억원을 받게 된다. 지난해 국내 개인별 배당금 2위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033억원)보다 많다. 현대차그룹의 매출은 280조원이지만 아워홈의 매출은 2조원에 못 미친다. 그가 요구한 배당 총액은 작년 아워홈이 벌어들인 순익의 11배에 달한다. 상식에서 벗어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난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아워홈의 정상 경영과 가족 화목이 먼저라 생각해 보유 지분을 전부 매각하고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주제안은 경영과 가족 화목을 신경 쓰는 사람의 처사가 아니다. 아워홈을 '사금고'쯤으로 여기거나 경영이 잘못되길 바라는 사람의 몽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이 회사의 수장이었다. 내수기업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경영을 펼치기도 했다. 회사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이런 배당 요구로 회사를 흔들어서는 안 됐다. 아워홈이 한때 그와 동고동락했던 1만여 명의 임직원이 생계를 걸고 있는 일터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다.
[진영화 컨슈머마켓부 cinema@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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