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득량, 어디에도 없는’ 남도길[화제의 책]
2006년 소설 ‘워낭소리’로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양승언 작가가 색다른 기행문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남도여행을 주제로 한 ‘득량, 어디에도 없는’(글을낳는집)이다.
책은 한때 승려가 돼 수행자의 길을 걷다가 환속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작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신의 이상향인 ‘득량만’을 찾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된다.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작가의 경험담과 인생사가 특유의 간결하고 운율감 있는 문체로 전개된다. 자본주의와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가체제에 대한 비판, 무엇보다도 득량만(이 책에서는 주로 보성 지역을 다루고 있다)이라는 장소에 대한 작가의 깊은 애정이 돋보인다.
특히 득량만이라는 지역 자체가 낯선 독자를 위해 작가는 득량만의 주요 관광지와 명소들, 그에 얽힌 일화들을 상세히 소개하면서 스토리를 이어간다. 가령 ‘율포해수녹차센터’와 ‘회천수산물위판장’에 관한 내용을 읽으면 훗날 득량만을 여행할 때 방문해야 할 명소를 알게 되고, 직접 가 보지 않더라도 현재 득량만 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이 독자들의 뇌리에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이 책에는 득량만과 그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재로 쓴 시가 중간중간 삽입돼 있다. 그의 시는 이 책의 문학성을 돋보이게 해 줄 뿐만 아니라 고단한 삶을 살아온 득량만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역할을 한다. 득량만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이야기로 옮김으로써 그들뿐만 아니라 살면서 다양한 실패와 역경을 경험했을 독자에게도 공감과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작가는 자본주의에 지배당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 그리고 ‘여순항쟁’처럼 아직 치유되지 못한 한국의 뼈아픈 현대사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단순한 사회비판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 전한다. 현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밋거리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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