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의힘, 자녀 셋 낳으면 ‘증여’ 4억 세금 면제?…‘부유층 친화적’ 비판

조문희 기자 입력 2023. 3. 2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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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주호용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민의힘이 검토한 저출생 대책 가운데 증여재산공제 차등 확대안이 포함됐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자녀 수가 많은 부모는 더 많은 재산을 자신의 부모(조부모)에게 물려받아도 세금을 내지 않도록 논의한 것이다. 저출생 문제를 향한 여당의 시선이 부유층 친화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의 이날 취재 결과 국민의힘은 지난 2~3월 ‘자녀 수에 따른 증여재산공제 차등 확대’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재산공제는 일정 금액 이하 증여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는 제도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성인의 경우 10년 동안 5000만원, 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부모에게 재산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자녀 유무나 자녀의 수는 세액 공제 범위와 무관하다.

국민의힘 검토안의 핵심은 자녀 수를 증여세 공제 범위 결정의 변수로 새로이 포함한 데 있다. 조부모가 부모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부모가 낳은 자녀의 수에 따라 증여세를 적용하지 않는 증여재산의 범위를 다르게 정한다는 의미다. 당은 조부모 세대가 부모 세대의 육아, 교육비 등 양육 부담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자 이같은 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1자녀 부모는 1억원, 2자녀 부모는 2억원, 3자녀 부모는 4억원까지 조부모에게 증여받아도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는 구체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외에도 만 0세부터 8세 미만 아동 양육가정에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18세 미만까지 월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검토했다. 3명 이상 자녀를 낳은 20대 아빠에 대해선 병역을 면제하는 안을 논의했다. 남성 의무육아휴직 기간을 여성과 같은 90일로 확대하는 ‘스웨덴식 육아휴직 제도’, 두 명 이상 자녀를 낳은 부모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최대 50개월 추가 인정하는 연금 할증 지급 제도를 첫째 자녀부터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었다. 당 정책위는 이같은 내용의 검토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은 다자녀 공무원에 대해선 승진심사 때 가점을 부여하고, 필수보직기간을 경과하지 않은 때에도 자녀 양육 등을 위한 전보를 허용하는 안을 검토했다. 출산 군인가족에게는 장기복무 선발 및 승진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들여다 봤다.

당이 검토한 저출생 대책 상당수가 ‘있는 집’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여재산공제 차등 확대안의 경우 물려받은 재산이 있는 이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3명 이상 자녀를 낳은 20대 아빠에 대해 병역을 면제하는 안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아이 낳을 여유가 있는 ‘부자 부모’에게 접근성 높은 방안으로 비친 것이다.

다만 검토된 저출생 대책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군면제’ 등 정책 검토에 비판 여론이 일자 김기현 대표는 “당에서 공식적으로 검토된 게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새 지도교체 과정에서 벌어진 혼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저출생 정책 검토는) ‘김기현 체제’와는 아무 관계 없는 이야기다.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다”며 “역풍이 불자 (김 대표가) 취소하는 것처럼 (기사가) 나오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선출된 박대출 신임 정책위의장은 기자가 저출생 대책의 구체적 내용을 묻자 “우물가에서 숭늉찾지 말라”고 했다. 정책위의장 자리에 최근 앉아, 구체적 정책 파악 및 논의까지는 시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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