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제자리걸음 조기경보기…그래도 해외출장은 간다 [취재파일]
지난 22일 오전 북한은 함경남도 흥남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쐈습니다. 북한 순항미사일이 동서로 낮게 날면 한미의 탐지망에 잘 안 잡히는데, 다행히 우리 공군 조기경보통제기 E-737 피스아이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 뒤인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피스아이의 활약을 치하하며 "현재 E-737 4대를 가지고 7시간 밖에 공중 체공이 안 되니까 24시간 (감시)하려면 8대를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해 소요제기가 되어 있죠?"라고 질의했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이 "소요제기 되어 있습니다"라고 답하자, 신 의원은 "올해 계약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관님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종섭 장관은 "알겠습니다"라고 호응했습니다. 하지만 신 의원과 이 장관의 대화처럼 조기경보통제기 4대 추가 구매 계약의 올해 체결은 난망합니다. 사실, 기종 선정과 계약이 벌써 끝나 지금은 제작에 들어가도 시원치 않은데, 2020년 6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해외구매 의결 이후 3년 동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습니다.
왜 자꾸 스웨덴 가나
2020년 6월 26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2027년을 목표로 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을 결정했습니다. 2021년 사업 공고와 항공기 평가, 2022년 기종 결정이 계획됐습니다. 방사청 계획대로라면 2023년 현재는 사업을 따낸 업체가 우리 공군 조기경보기를 한창 제작할 때입니다. 하지만 사업 공고도 안된 것이 현실입니다.
업체들이 각각 조기경보기의 성능 자료 제출하면 방사청은 이를 검토해 우리 군 ROC(작전요구성능)에 맞는 기종을 선택하면 됐습니다.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절차이지만 방사청 핵심 관계자들은 2021년 9월 스웨덴을 방문해 구설에 올랐습니다. 스웨덴 사브가 제안하는 글로벌 아이(Global Eye) 조기경보기는 전후방 원거리 감시 레이더가 없어서 우리 군 ROC를 충족하지 못함에도 방사청 직원들이 구태여 사브를 찾아가 입길에 오른 것입니다. ROC를 수정할 것이란 소문도 돌았습니다.
방사청 "경쟁 유도를 위해"…불공정 유도할라
선두 주자 보잉에 이어 2위권의 스웨덴 사브가 소극적이란 방사청 주장이 이채롭습니다. 사브를 응원하기 위한 본부장 출장이란 고백이어서 그 자체로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과거 이런 사례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보잉 마음 상하게 해 정작 보잉과의 진검승부에서 방사청이 휘둘릴지도 모릅니다. 방사청이 걱정하지 않아도 사브는 조기경보통제기 2차 사업에 과도하게 최선을 다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또 방사청은 본부장 출장의 의의로 "양국 간 산업협력 추진방안에 대해 사안별로 긴밀한 협의를 진행할 토대를 마련하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형 무기를 사들이는 대신 수출국으로부터 반대급부로 기술 등을 받는 절충교역 준비를 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F-35A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사업은 절충교역을 하지 않기로 해놓고, 스웨덴 사브와 절충교역을 하겠다는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이나 록히드마틴으로부터 받아올 기술이 딱히 없어서 절충교역을 안 하는 것인데, 스웨덴이나 사브로부터 무엇을 챙길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절충교역 미이행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할 정도로 방사청은 절충교역 관리에도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미 3년을 허비했습니다. 공군이 요구한 전력화 기한인 2027년을 맞추기 어려워졌습니다. 애초에 독자개발로 의사결정했으면 지금 시작하는 해외 도입의 기간 안에 국산 조기경보기가 나올 판입니다. 전력화 일정, 국산화 가능성 모두 놓친 셈입니다. 본부장의 해외출장은 한가해 보입니다. 전력화 일정 준수와 국산화 추진은 방사청의 존재 이유인 '획득'의 핵심 요소들입니다. 엄동환 청장 체제의 첫 대형 획득 사업이 꼬여가고 있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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