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 한반도에 '나비효과' 부르나

노민호 기자 2023. 3. 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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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할 경우 美·나토 차원 대응 불가피… "파장 커질 것"
국내서도 '북핵 대응' 전술핵 재배치·핵무장論 분출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인근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겠다고 밝히면서 그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 중국·러시아 등 이른바 '권위주의 국가'들 간의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고 있는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러시아 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나 우리나라의 독자 핵무장론을 부추기는 '나비효과'를 부를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국영TV 러시아24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난 수십년간 전술핵무기를 동맹국에 배치해왔다"며 러시아의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는 건 전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전술핵무기를 배치·운용 중인 사실을 겨냥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핵 투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 등을 이미 벨라루스에 이전해둔 상태라며 올 7월까지 핵무기 저장시설도 벨라루스에 짓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침공을 개시한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서방국가들을 상대로 핵공격 위협을 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가 유럽 내 다른 국가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공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 한동안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일부 국가엔 옛 소련의 핵무기가 남아 있었지만, 1996년까지 러시아 본토 내로 이관됐다. 따라서 러시아 핵무기의 벨라루스 배치가 현실화된다면 약 30년 만의 첫 '국외 배치'가 된다.

미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벨라루스 내 전술핵 재배치' 발언과 관련해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그러나 벨라루스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러시아·벨라루스 간의 '전술핵 협력'이 가시화될 경우 "미국 및 나토 차원에서도 그 대응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대해 "그동안 금기시됐던 '문턱'을 넘어섰다"며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는 나토 회원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과 함께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러시아 핵무기의 국외 이전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8~19일 이틀간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향후 상황 변화 등에 따라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핵우산 등 확장억제 공약을 일부 재검토할 수 있단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이 경우 우리나라에서도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이 다시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옛 소련과의 냉전시기 '핵균형'을 고려해 1958년부터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해두고 있었으나, 1991년 7월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Ⅰ)을 맺은 뒤엔 그 철수에 나서 같은 해 9월 '전술핵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남북한은 이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1992년 2월 발효)을 채택하기도 했으나, 현재 이 선언은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북한이 핵무기와 더불어 다양한 투발수단까지 지속적으로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일부 전문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나 우리나라의 독자인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지속적인 확장억제 제공을 통해 북한을 억제하겠다"며 주한미군의 전술핵 재배치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핵확산 문제를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 적어도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임기 내엔 우리나라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면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도 한반도 내 전술핵 재배치 관련 논의가 이뤄진다면 그동안에 비해 전향적인 입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은 작년 한 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을 포함해 총 30여차례에 걸쳐 최소 7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례 없는 빈도의 무력도발을 벌인 데 이어, 올 들어서도 ICBM 2발을 포함해 7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벌였다.

특히 북한은 핵 탑재를 목표로 다양한 종류의 대남 공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SRBM)과 장거리순항미사일 등을 개발해왔으며, 이르면 연내 소형화한 핵탄두 성능 검증을 위한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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