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만다라트, 기량과 인성을 함께 담았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3. 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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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가 16세때인 2010년 12월6일 작성한 만다라트



글로벌 야구 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는 고교 시절 자기 개발 방법을 스스로 작성했다. 이른바 ‘오타니 만다라트’다. 만다라트는 연꽃 모양의 계획표를 말한다. 정중앙에 최종목표를 적은 뒤 8개 방향으로 조금씩 확장하면서 세부 지침을 상세하게 적어가는 식이다.

오타니 만다라트는 놀라움 자체다. 오타니는 최종목표를 8개구단 드래프트 1순위 선발을 삼았다. 그걸 이루기 위해 몸만들기, 제구, 구위, 볼스피드(시속 160㎞), 변화구 등 8개 주요 요소를 적었다. 8개 주요 요소 중에는 정신력은 물론 인간성, 심지어 운까지도 들어 있다. 오타니는 머리는 차갑게 심장은 뜨겁게, 일희일비하지 않기,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등을 정신력을 강화하는 행동으로 적었다. 배려, 감사, 신뢰, 예의, 사랑받는 사람 되기 등을 인간성을 다지는 길로 생각했다. 행운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쓰레기 줍기, 청소, 심판 응대 태도, 물건을 소중히 다루기, 인사하기 등도 실천했다.

오타니 만다라트를 보면, 고교 학생으로 생각하기 힘든 전문성과 세밀함에 놀란다. 이어 어린 나이에 인성, 운까지 자신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주요한 요소로 꼽았다는 데 더욱 놀란다.

오타니는 세계 최고 선수로 손색이 없다. 어릴 때부터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고 실천한 게 열매를 맺은 것이다. 오타니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연령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정했고 그걸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오타니 만다라트는 우선 많은 선수에게 큰 울림을 준다. 나이가 적든 많든, 어떤 종목에서든, 자신이 하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위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성공으로 가는 정석이다. 선수도 그렇고 지도자, 행정가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는 뛰어난 성적, 좋은 선수 육성이 최종목표일 것이다. 그걸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공부, 적극적인 시도, 선수들과 소통, 네트워크 구축 등 8개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그걸 지키기 위한 행동강령을 만들어 수행한다면 최종 목표에 조금 더 빨리, 조금 더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오타니는 어릴 때부터 목적이 분명했다. 직업 선수로서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기술 영역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오타니는 훌륭한 선수인 동시에 훌륭한 인간이며 다른 이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오타니는 경이로운 야구 실력만 보인 게 아니다. 오타니는 체코 야구팀 모자를 쓰고 공항에 도착했다. 체코전 후 자신의 SNS에 체코 선수들 사진을 올리며 “RESPECT”라는 단어를 크게 적었다. 자국 프로 리그가 없어 본업이 따로 있는 ‘투잡’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체코에 대한 존중을 표한 것이다. 심판과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장면, 상대 선수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도 화제를 모았다. 프로리그에서는 자기 유니폼을 입고 있는 강아지에게도 사인해주는 모습이 포착된 적도 있다. 자신을 삼진으로 잡은 투수가 ‘삼진 기념구’를 내밀자 웃으면서 사인도 해줬다.

스포츠는 혼자만 잘해서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상대가 있어야 경기도 할 수 있고 팀이 많아야 리그도 할 수 있다. 여러 팀과 여러 리그가 있어야 글로벌 대회도 가능하다. 이처럼 상대가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게 스포츠라는 걸 오타니는 몸과 마음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시에 보여줬다. 한국에서도 오타니 못지않은 기량과 훌륭한 인성까지 갖춘 진정한 슈퍼스타가 나오길 바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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