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 차준환 “대회 전 스케이트 부러져…그것도 발전할 기회”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시상대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드디어 보여줬다”

차준환이 25일(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사이타마/EPA 연합뉴스

한국 남자 피겨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차준환(21·고려대)이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올랐다.

차준환은 25일(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끝난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총점 296.03점으로 출전 선수 34명 중 2위를 차지했다. 차준환은 이날 열린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105.65점, 예술점수(PCS) 90.74점으로 합계 196.39점을 받았다. 23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99.64점)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경신했던 그는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클린 연기로 시즌 최고점을 써냈다.

한국 남자 피겨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차준환이 최초다. 1위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5차례 뛴 ‘디펜딩 챔피언’ 우노 쇼마(301.14점·일본). 3위는 쿼드러플 악셀(4바퀴 반 공중회전)을 성공시킨 알리야 말리닌(288.44점·미국)이 차지했다.

차준환이 25일(한국시각)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사이타마/EPA 연합뉴스

차준환은 그동안 남자 피겨 역사를 써왔다. 2016~2017시즌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동메달을 따냈고, 2018 평창겨울올림픽 때는 남자 싱글 사상 최고 순위(15위)에 올랐다. 2018~2019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시상대(동메달)에 섰다. 2021년 세계선수권 때는 최초로 톱10(10위)을 기록했고, 2022년 4대륙 선수권대회 때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때는 한국 남자 싱글 역대 최고 순위를 경신(5위)했다.

지난달 열린 4대륙선수권 때는 4위에 그쳤지만 심기일전하면서 세계선수권 2위로 우뚝 섰다. 차준환은 경기 뒤 “메달을 획득하게 돼 매우 기쁘고, 오늘 스케이팅에도 매우 만족한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훈련해 왔다. 오늘을 정말 즐기고 싶었는데, 즐기면서 모든 것을 쏟아낸 것 같다”고 밝혔다.

작년 대회 때 부츠 이상으로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권했던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스케이트가 부러져 바꿔야 했는데, 이 같은 경험을 통해 내가 더 발전하는 것 같다. 오늘은 드디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차준환이 2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은 2024년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출전권을 3장 확보하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여자 싱글에서 이해인(17·세화여고)이 김연아(은퇴) 이후 10년 만에 메달(은메달)을 따내고 차준환도 은메달을 목에 걸면서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차준환, 이해인 등 세계선수권 출전 선수단은 2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