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균열' 아파트, 설계도면 살펴보니…'추가 붕괴' 가능성은? [취재파일]
아파트 주민
"갑자기 무슨 펑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진짜 어느 집에서 가스가 터졌나 싶어서, 바로 창문 열고 내다봤어요"
20일 오후, 아파트 외벽 붕괴 신고 접수
긴급 점검 결과, 건물 구조 '안전'
이틀 뒤,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균열이 발생한 벽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고, 혹시 모를 추가 붕괴에 대비해 10개가 넘는 지지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만난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함을 호소했습니다. 한 주민은 "당시에 관리사무실 안내 방송이 없어 직접 전화해 상황을 파악했다"며 "벽 한쪽만 떨어져 내린 줄 알았는데, 다음날 보니까 옆에도 잔해가 잔뜩 있어 더 걱정됐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집안 벽에 있는 실금이 불안해서, 며칠 친척 집에 다녀오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추가 붕괴 우려 없다?
혹시나 추가 붕괴 우려는 없는 건지, 건물 구조상 문제가 없다는 관계자들의 설명이 맞는지, 사고가 난 아파트동의 설계 도면을 입수해 직접 살펴봤습니다.
도면에서 주로 보이는 분홍색 부분은 '내력벽'으로,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건물 전체의 무게를 나눠서 지탱할 수 있도록 설계된 벽면입니다. 전문가들은 건물의 중심을 떠받치는 이 내력벽에 균열이 발생했다면 아파트 전체 구조상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고, 추가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긴급대피 지시가 내려졌을 거라고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에 해당 아파트동에서 균열과 함께 대리석 장식이 떨어져 내린 곳 (사진 속 빨간색 동그라미 표시) 은 내력벽이 아닙니다. 건물 구조 도면상 안전과는 무관한 '비내력벽'으로, 안전과 직결되는 중심 구조 설계를 마친 뒤 건물에 시각적 안정감이나 디자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추가된 기둥과 벽'이라는 겁니다. 도면 사진에는 이같은 비내력벽이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는데, 주로 건물의 외곽, 주변부에 위치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아파트 내부에도 균열로 보이는 흔적이 있고, 집 안 벽에 실금이 가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내부 통로 벽에 금이 가 있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붕괴 위험성과는 무관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입니다. 보통 철근과 콘크리트로 벽과 기둥을 만들고 나면 노출된 외벽을 말끔하게 꾸미기 위해 모래와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칠을 하는데, 이렇게 꾸민 외장재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미관상 만든 '껍데기'에 금이 간다고 건물 중심이 흔들리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해당 아파트 단지 전체 '정밀안전진단' 추진
시공사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안전진단 전문 업체 선정을 거쳐 먼저 외벽 균열이 발생한 아파트 1개동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을 4월 중순까지 마무리하고, 나머지 아파트 단지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28일엔 중구청이 주관하는 주민 설명회가 열리는데, 여기서 향후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주민들이 마음을 놓으려면 정밀안전진단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 모든 과정에서 정보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통해 균열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고, 재발방지대책도 나오길 기대합니다.
박재연 기자myki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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