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본업 제쳐두고 이웃돕기부터…'봉사하는 미용사' 고순옥씨

허광무 2023. 3. 26. 09: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저 제가 가진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하는 겁니다. 미용을 배울 때부터 했던 일이라 별로 거창한 일도 아니고요."

고순옥(53) 울산남부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 공단지역대장은 '봉사하는 미용사'로 유명하다.

충남 부여에서 고교 졸업 후 가족과 함께 울산으로 이주한 고씨는 곧장 미용을 배웠는데, 이때부터 미용협회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마다 따라다니며 언니들을 도왔다.

그렇게 시작된 자원봉사는 미용사라는 직업만큼이나 당연하게 그의 일상이 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용 배울 때부터 자연스레 봉사 접해, 이제는 직업만큼 당연한 일상
무료 급식, 목욕 봉사 등 종횡무진 활약…"봉사하면 몸도 마음도 건강"
노인복지관에서 미용 봉사하는 고순옥 씨 [고순옥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그저 제가 가진 기술로 할 수 있는 일이라서 하는 겁니다. 미용을 배울 때부터 했던 일이라 별로 거창한 일도 아니고요."

고순옥(53) 울산남부소방서 여성의용소방대 공단지역대장은 '봉사하는 미용사'로 유명하다.

자신이 운영하는 미용실 이름을 딴 봉사회를 만들어 지역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 머리를 가꿔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의 꾸준한 선행을 잘 아는 동네 주민들이 기꺼이 미용 보조 역할을 자처한다.

고씨의 미용 봉사 경력은 어느덧 30여 년에 달한다.

충남 부여에서 고교 졸업 후 가족과 함께 울산으로 이주한 고씨는 곧장 미용을 배웠는데, 이때부터 미용협회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마다 따라다니며 언니들을 도왔다.

그렇게 시작된 자원봉사는 미용사라는 직업만큼이나 당연하게 그의 일상이 됐다.

각종 복지시설은 물론이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 집을 찾아가 머리를 다듬어주는 봉사도 기꺼이 했다.

종횡무진한 활동 중에 봉사 현장에서 자녀들을 잃어버릴 뻔한 아찔한 에피소드도 있다.

"30대 초반 시절 자원봉사를 갈 때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다녔어요. 한번은 복지관 근처 놀이터에 놀게 했는데, 갑자기 없어졌어요. 한참 뒤에 아이들을 찾을 때까지 너무 놀라서 정신이 아득했죠. 아찔한 일이었지만, 봉사를 그만두지는 않았어요.(웃음) 그다음부터는 아이들을 봐줄 사람을 구해서 함께 봉사를 다녔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엄마가 봉사하는 날'을 알고 스스로 할 일을 잘했어요. 잘 커 준 아이들이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급식 봉사하는 고순옥 씨 [고순옥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에 대한 애정이 짙어질수록 그 활동 영역도 점차 넓어졌다.

다양한 봉사단체 소속으로 어르신 무료 급식, 노인요양원 목욕 봉사, 노후 주택가 벽화 그리기 등 도움이 필요한 곳마다 찾아다녔다.

2011년에는 여성의용소방대 공단지역대에 입대해 심폐소생술 교육, 화재 예방 캠페인, 화재 현장 출동 등 안전지킴이 역할도 톡톡히 했다.

2017년 공단지역대장으로 취임했는데, 3년 임기 대장직을 현재 연임 중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본업에 분명 지장이 있을 터였다.

이토록 봉사에 몰입시키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봉사를 안 하면 몸이 아팠습니다. 미용업이 좁은 공간에서 한정적으로 움직이는 일이어서, 어깨부터 좋지 않은 데가 많았죠. 봉사를 하면 몸이 좀 고될 수는 있어도 더 건강해지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제 단골손님들은 '놀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일 마음껏 하라'며 이해해 주십니다. 그래서 전화로 예약을 잡아서 그 시간에 방문해 주시죠. 역시 봉사활동을 하는 남편도 저를 적극 응원해 주고요. 이래저래 제가 복이 많습니다.(웃음)"

고순옥 씨가 참여한 벽화 그리기 봉사 [고순옥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그의 열정과는 달리 자원봉사를 둘러싼 전반적인 분위기는 예전과 확연히 다르다.

무료 급식을 하던 봉사단체는 재정적으로 도움을 줬던 독지가가 사망하면서 활동이 중단됐고, 봉사단체 회원이 부족해 예정된 봉사활동이 차질을 빚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현재 시대상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착잡한 마음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노인복지관에서 특정 요일 배식 봉사를 맡은 단체가 갑자기 봉사자가 없어 '펑크'를 내는 일이 생기면, 예정에 없이 봉사에 투입되는 일이 잦아졌어요. 함께 봉사하는 분 중에도 '이제는 쉬시면서 봉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어르신들이 많으세요. 그분들도 '내가 짐이 되는 것 아니냐' 걱정하시면서 묵묵히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은 시절이지만, 그래도 젊은 분들이 자원봉사에 많이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심폐소생술 교육하는 고순옥 씨 [고순옥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km@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