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현의 추천가요] 엔믹스, 대중성 잡고 실력 뽐내고···4세대 선두 전략
타이틀곡 '러브 미 라이크 디스'
엔믹스 정체성 믹스팝 장르
전작보다 자연스러운 믹스
따라하기 쉬운 중독성 있는 훅
그룹 엔믹스(NMIXX)의 실험이 잠시 멈췄다. 실패로 규정짓고 우회하는 것은 아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들의 실험이 와닿을 있는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다. 적당한 변주, 적기의 변신이다.
엔믹스(릴리, 해원, 설윤, 배이, 지우, 규진)는 지난 20일 미니 1집 ‘엑스페르고(expergo)’를 발매했다. 지난해 데뷔한 이들이 세 번째로 발표하는 앨범이다.
‘엑스페르고’는 엔믹스만의 새로운 장르인 두 가지 이상의 장르를 한 곡에 융합한 믹스 팝(MIXX POP) 정체성을 잇는 앨범이다. 선공개곡 ‘영, 덤, 스투피드(Young, Dumb, Stupid)’ 역시 힙합과 동요를 넘나드는 믹스 팝이다.
타이틀곡 ‘러브 미 라이크 디스(Love Me Like This)’은 믹스 팝이다. 스트리트 바이브의 바운시 랩과 R&B 스타일 보컬 라인이 섞여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러브 미 라이크 디스’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훅과 비트는 중독성을 일으킨다.
엔믹스의 전작을 아는 이들이라면 스타일의 변화를 체감할 것이다. 엔믹스의 데뷔작 ‘오오(O.O)’와 ‘다이스,(DICE)’는 장르 전환이 확연했다. 두 곡 모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장르를 융합해 분위기가 시시각각 달라지고 이에 맞게 퍼포먼스도 과감하게 변한다. 특히 ‘다이스’는 재즈와 트랩, 팝, 힙합 등이 다장르가 합해져 흐름의 전환이 잦다. 반면 ‘러브 미 라이크 디스’의 장르 전환은 자연스럽다. 믹스 팝이라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랩과 보컬의 차이로만 느껴질 정도다.
이유 있는 변신이다. 엔믹스는 데뷔 때부터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기대주’로 불리는 실력파로 손꼽혔다. 특히 모든 멤버가 보컬과 퍼포먼스, 비주얼 3박자를 고루 갖췄다는 의미에서 ‘전원 올라운더 그룹’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웠다. 엔믹스는 격렬한 퍼포먼스에도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선보이며 수식어의 이유를 증명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믹스 팝이 엔믹스의 장점을 가린다는 평도 뒤따랐다.
믹스 팝은 동전의 양면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K팝 그룹 사이에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하는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신선함과 난해함 사이에서 대중성을 놓치는 벽이 되기도 한다.
결국 엔믹스는 데뷔 1년 만에 대중성을 잡기로 결단을 내렸다. 엔믹스에게 ‘엑스페르고’는 첫 미니 앨범이자, 멤버 재편 후 첫 컴백작, 4세대 걸그룹 약진 중 포지션 굳히기 등 많은 숙제가 뒤따르는 작품이다. 코어 팬층을 만들기 위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리스너들이 따라 하기 쉬운, 따라 하고 싶은 노래다. 엔믹스도 그런 법칙을 따라 중독성 있는 훅을 선택했다. 그만큼 퍼포먼스도 포인트 안무에 집중된다.
여러 실험 가운데 JYP의 무기를 꺼낸 수순이다. 4세대 이전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가 입증한 ‘듣고 따라 하기 쉬운 노래’가 그 무기다. 너도나도 흥얼거리며 자연스레 맴도는 노래. 엔믹스도 애초부터 ‘중독성’이 타깃이었다. 전작 쇼케이스에서 설윤은 ‘다이스’에 대해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중독적인 장르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어도 다섯 번만 들어보면 중독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다섯 번의 장벽을 더 빠르게 허물기 위해서는 대중성이 필요했다.
엔믹스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높다.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이들은 데뷔 싱글 ‘애드 마레(AD MARE)’로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간 음반 판매량) 22만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당시 걸그룹 데뷔 앨범 신기록을 세웠다. 이번 앨범은 발매 1일 차에 이미 40만장(한터차트 기준)을 넘어섰고, 일주일이 되기 전에 엔믹스는 하프 밀리언 셀러에 등극했다. 여기에 오는 5월부터 해외 쇼케이스 투어를 진행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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