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사업 77가지…이우영 작가몫은 1천200만원 불과"

김경윤 입력 2023. 3. 2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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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영작가사건 대책위 대변인 김성주 변호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약 15년 동안 '검정고무신'으로 사업화를 한 개수가 77개를 넘어가는데 정작 고(故) 이우영 작가님이 수령한 금액은 저희가 파악한 것으로는 총 1천200만원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어떤 명목으로 지급한 돈인지도 알 수가 없고요."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23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덕수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본인 제공]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는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수년에 걸친 저작권 분쟁을 하던 도중 최근 세상을 등졌다.

이 작가는 형설앤과 체결한 '검정고무신' 사업권 설정 계약 때문에 생전에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2007년께 (원작자들과 형설앤 간) 사업권 설정 계약서와 양도 각서가 작성됐다"며 "'검정고무신' 저작물 관련 사업화를 (형설앤 측이)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그동안 파악한 계약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계약기간을 설정하지 않아 영구적인 사업권을 설정한 점, 사업 내용과 종류를 전혀 특정하지 않았고 원작자 동의 절차도 없다는 점, 사실상 포괄적 권리를 양도받으면서도 이에 따른 대가는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계약은 불공정하고 효력도 없다"고 대책위의 입장을 밝혔다.

계약서는 사업 수익에 대해 30%의 대행 수수료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지분율에 따라 나눈다고 명시했지만, 실제 정산은 불투명하고 불규칙하게 이뤄졌으며 금액도 약정한 것보다 터무니없이 적었다고 대책위는 평가하고 있다.

이 작가가 처한 상황은 생전 법원에 낸 진술서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이 작가는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주요 유통회사들에 '검정고무신' 캐릭터가 박힌 물건이 깔리기 시작했다. (중략) 속으로 엉엉 울면서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롯데마트 수입으로 저에게 장씨가 보내온 5만6천700원이라는 금액이 찍힌 정산 명세서를 보면서 실성한 사람마냥 웃었다"고 진술서에서 밝혔다.

또 15년간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을 비롯해 77개의 사업을 벌이면서 작가들의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통지조차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대책위의 판단이다.

KBS2 '검정고무신' [연합뉴스 자료사진]

형설앤 대표 장모 씨가 '검정고무신'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린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검정고무신'은 이우영·이우진 형제 작가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맡은 만화다.

김 변호사는 "장씨가 작가들을 설득해 자신을 '검정고무신' 주인공 격인 캐릭터 9명의 공동 저작자로 등록했다"면서 "(장씨가) 캐릭터를 창작하지 않았기에 애초에 성립이 안 되고 저작인격권 침해이자 허위 등록"이라고 언급했다.

저작권법은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이며,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저작권을 양도한다고 해도 저작인격권은 여전히 저작자에게 남고, 양수자는 저작재산권을 갖게 된다.

장씨는 기영이·기철이 등 '검정고무신' 주요 캐릭터 창작에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저작재산권자가 아닌 저작자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대책위는 파악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가를 가장 크게 괴롭힌 것은 자신이 만든 '검정고무신'을 마음대로 그리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사업화 계약 당시에는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 형설앤도 동의했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장씨와 이영일 작가는 자신들의 허가 없이 이 작가가 창작활동을 개별적으로 했다며 2019년 돌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으로 작가들의 창작활동은 묶어놓고 애니메이션 극장판이나 롯데마트 협업 상품 등의 사업을 진행해왔다"며 "재판이 지연되면서 4년에 걸친 소송으로 작가가 고통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만화·출판업계의 계약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도 밝혔다.

김 변호사는 "더 이상 비극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계약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며 "작품에 대한 권리, 저작권자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이 계약서에 녹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만화가협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 작가 유족들의 동의를 얻어 17일 대책위를 결성했다.

대책위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웹툰 표준계약서와 만화진흥법·예술인권리보장법·저작권법 개정 및 보완을 통한 창작자 권익 개선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형설앤은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극장판 개봉을 앞둔 작년 9월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우영 작가의 말은 허위 주장"이라며 "원작자와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이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저작권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양측의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는 이번에 형설앤 측의 입장을 다시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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