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투기 대신 선택한 ‘KF-21 만들기’ 성공하려면 [박수찬의 軍]
2030년대 영공 수호의 핵심 역할을 맡을 KF-21 양산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비행 이후 142회의 시험비행을 통해 KF-21은 조종 안정성과 초음속 비행, 항공전자 계통 정상 작동을 확인했다. 이후 최고속도와 레이더, 무장시험 등을 실시해 2026년 6월까지 체계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2020년대 이후 한반도 제공권 다툼과 해외 수출에서 KF-21이 제 역할을 하려면, 새로운 관점에서의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격력 강화 조치 서둘러야 할 이유
KF-21은 음속의 4배가 넘는 속도로 100㎞ 이상 떨어진 적기를 정확히 타격하는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유럽 MBDA)을 아시아 최초로 탑재, 강력한 공중전 능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2026년 체계개발 직후 맞닥뜨릴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2029년부터 만들어질 블록2에서는 공대함 및 공대지 능력을 갖출 예정이지만, KF-21 최초 전력화 시점부터 육·해·공에 대한 공격력을 최대치로 높여야 항공작전과 해외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 함정을 공격할 능력과 북한군 방공망을 제압할 수단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주변국들은 공대함 능력 강화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일본은 F-35A에 비행거리가 500㎞ 이상인 노르웨이산 합동타격미사일(JSM)을 탑재할 예정이다. 기존 F-2 전투기에는 사거리가 최대 400㎞로 알려진 ASM-3 초음속 공대함미사일을 장착한다. 중국도 사거리 180㎞인 YJ-83K 공대함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
국내에서는 자체 개발이 시도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음속의 3배 속도로 날아가는 초음속 공대함미사일 개발이 추진중이다. 대레이더 미사일도 AGM-88 수준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국산 전투기에 국산 항공유도무기를 탑재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가 크다. 하지만 전력화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유도무기와 전투기 간의 체계통합 문제 때문이다.
미사일은 전투기에 장착한다고 해서 운용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간 화합이 이뤄져야 하고, 데이터를 주고 받는 기능도 원활하게 작동해야 한다. 미사일과 전투기의 체계통합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전투기에 항공무장을 체계통합하는 주도권은 항공무장 개발사가 갖는다. 항공무장을 전투기에서 분리할 때, 전투기의 자세 제어나 역학 특성 등을 항공무장 개발사가 더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사일이나 전투기 둘 중 하나를 새로 만들었을 때, 해당 무기 개발사는 체계통합 관련 데이터를 충분히 갖고 있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체계통합을 하게 된다. 시험평가 등을 감안하면 시간이 더 걸린다.
신규 개발 미사일-신형 전투기 간 체계통합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미사일 개발사와 전투기 생산회사 모두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미사일이 성능 시험과 감항인증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일정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사거리가 100㎞ 이상인 스피어-3는 영국군 타이푼과 F-35B에 탑재된다. 데이터링크를 통해 표적 정보를 실시간 획득하면서 비행 중 임무를 업데이트한다. 다기능 탄두를 갖춰 다양한 종류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적 방공망에 대한 전파방해(재밍)을 감행하는 스피어 EW는 최신 개념인 근접교란(스탠드 인 재밍) 방식을 사용한다. 스피어-3 미사일 탄두와 탐색기 부분에 첨단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방식이다.
기존의 원격교란(스탠드오프 재밍)은 적 방공망 밖에서 전파방해를 감행하거나 미사일을 쏜다. 근접교란은 적 방공망 사거리 안에서 재밍을 한다. 그만큼 위험하므로 미사일을 사용해서 정밀타격 스타일로 전파방해를 한다. 이를 통해 레이더 교란 및 지대공미사일 유인 등을 수행한다.
스피어 EW는 적 레이더를 마비시킬 수 있고, 적 방공부대 사격을 유도해 아군이 적의 위치를 찾게 해준다. 수십개의 가짜 물체를 만들어 적 방공망이 대응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해상에서도 적 함정을 상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현재 KF-21에는 미국 GE F414 엔진이 쓰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GE와 제휴해 라이선스 방식으로 생산한다. 원천 기술은 GE가 갖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조립과 생산을 한다.
한국 공군용 KF-21 120대에 장착될 F414 엔진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해외 수출 과정에서는 잠재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항공기 엔진은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요구한다. 엔진을 개발한 뒤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시험을 하면서 운용경험을 축적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항공기 엔진 독자 개발이 가능한 국가가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불과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합작 개발로 범위를 넓혀도 영국, 독일이 추가되는 정도다.
한국은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고 수요도 적었으며 예산도 부족해 관련 기술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은 엔진 수요가 많았고, 100여년에 걸친 비행기 제작 경험이 있었던 덕분에 엔진을 개발해 수익을 올렸다.
장기적으로는 2040년 이전에 F414 엔진과 유사한 국산 엔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국산 엔진이 순조롭게 개발될 지는 불확실하다. 항공기 엔진 개발 경험이 있던 중국조차도 J-20에 탑재할 WS-15 엔진을 개발해 양산하기까지는 약 30년의 시간과 25조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국산 엔진 개발도 유사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도 10여년 동안은 미국의 승인에 의해 KF-21 수출이 영향을 받는다. KF-21은 수명주기 내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2030년대 이후 KF-21이 해외 시장에서 6세대 전투기에 밀려날 위험으로 직결된다.
엔진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GE 외에 다른 파트너를 찾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F-15K의 경우 1차 도입분은 GE, 2차 도입분은 PW 엔진을 쓰고 있다.
KF-21은 한국의 항공우주산업 역량을 결집해 만든 최초의 다목적 전투기다. 부가가치를 더욱 키우려면 항공무장과 엔진 등 핵심 장비의 운용 및 개발 전략을 정교하게 짜야 한다. 그래야 자주 국방과 산업 진흥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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