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일가만 ‘돈방석’…美은행 파산설 휩싸였는데, 회장 보수는 230억원

미 FRB 허버트 회장 처남은 컨설팅 명목 한 해 30억 챙겨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RB)이 파산 위기설에 휩싸이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진 가운데 사주 일가는 거액의 급여를 챙겨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불거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 시간) FRB가 지난 수년간 설립자인 제임스 허버트의 가족에게 금리와 리스크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명목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급해왔다고 보도했다. FRB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은행은 허버트가 회장직에 오르기 직전 최고경영자(CEO)를 지내던 2021년 그에게 1780만 달러(약 231억 4000만 원)를 보수로 지급했다.

FRB는 자산규모 2120억 달러의 중소은행이다. 같은 기간 비슷한 크기의 뉴욕멜론은행(자산 3240억 달러) CEO의 급여 930만 달러(120억9000만 원)나 실리콘밸리은행(SVB·자산 2090억 달러) CEO의 990만 달러(128억7000만 원)와 비교해 2배가량 많은 보수를 지급한 셈이다.

허버트 회장의 급여는 오히려 US뱅코프, 씨티그룹 등 2021년 수익 규모만 2000만 달러 안팎인 대형 은행 CEO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WSJ는 꼬집었다. 그의 처남 제임스 힐리가 소유한 컨설팅업체 카프라 아이벡스는 ‘투자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 금리·경제 전망’ 등을 주제로 한 자문 업무로 FRB에서 2021년 한해에만 230만 달러(약 29억9000만 원)를 챙겨갔다. 허버트 회장의 아들은 FRB에서 대출부서 감독 업무를 하며 350만 달러(약 45억5000만 원)를 수령하기도 했다. 다른 대형·중견은행에 고용된 CEO의 가족 직원들 급여가 통상 25만 달러(3억3000만 원) 미만인 점에 비교하면 약 14배나 높은 셈이다.

FRB 측은 사주 일가에 지급된 거액의 보수에 대해 “우리 은행은 가족 구성원 거래와 관련한 내부 지침이 있으며, 해당 내역을 매년 전부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또 2021년 허버트 회장이 받은 CEO 연봉과 관련해서도 “FRB가 2016∼202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동종업계를 능가하는 실적을 기록하고, 강력한 주주 수익 환원이 이뤄진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위기설이 확산한 지 한참 후인 지난 22일이 돼서야 FRB는 경영진이 올해 보너스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특히 허버트 회장은 급여는 물론 지분 관련 보상도 수령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