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안타가 동점 투런포…타이거즈 특급의 이상적인 모습 ‘방망이로 말한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봤자 리그 평균이 안 돼요.”
KIA 박찬호는 2022시즌에 타격에 눈을 떴다. 130경기서 타율 0.272 4홈런 45타점 81득점 42도루 OPS 0.685. 벌크업에 성공했고, 왼 다리와 왼 어깨가 공이 히팅포인트에 오기 전에 미리 열리는 약점을 고치며 환골탈태했다.
꿈에 그리던 공수겸장 유격수로의 도약. 도루왕마저 탈환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박찬호는 지난 20일 시범경기 광주 LG전 직후 “작년보다 타격을 더 잘 해야 한다”라고 했다. 작년의 수치를 두고서도 “그래봤자 리그 평균이 안 된다”라고 했다.
실제 리그 최고 공수겸장 유격수로 꼽히는 오지환(LG)이나 2인자로 분류되는 박성한(SSG)에 비해 생산력이 살짝 떨어지긴 했다. 박찬호의 말대로 타율이나 OPS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에서 하위권인 건 맞다.
이런 박찬호의 냉철한 자기 판단은, 발전을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된다. 투손 스프링캠프부터 손목 통증으로 타격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걸렀다. 그러나 따뜻한 함평 재활캠프에서 충분히 재활하고 휴식하면서 오히려 밀도 높게 준비했다.
21일 광주 LG전부터 타석 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24일 광주 SSG전까지 7타수 무안타. 25일 광주 NC전서도 방망이는 잠잠했다. 그러나 2-4로 뒤진 8회말 무사 1루서 NC 김시훈의 142km 패스트볼이 몸쪽으로 약간 높게 들어오자 여지 없이 잡아당겨 동점 투런포를 터트렸다. 팔이 간결하게 히팅포인트까지 나오면서 몸쪽 공에 날카롭게 대처했다.
이 한 방으로 KIA는 NC와 극적으로 4-4 무승부를 거뒀다. 어쩌면 박찬호가 바라는 게 이런 모습이다. 이제 도루왕에는 큰 관심이 없다. 도루를 4~50개 하는 것보다, 타격을 더 잘해야 제대로 인정 받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도루를 2~30개씩 하면서, 타격을 더 잘하면 KIA에도 훨씬 더 도움이 되고 자신의 가치도 높아진다.
박찬호는 리그 최고 유격수, 골든글러브 꿈을 갖고 있다. 그럴만한 자질도 충분하고, 그만큼 많은 노력을 하는 선수다. 홈런 한 방이라고 하지만, 강타자는 영양가 만점의 한 방으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찬호가 정규시즌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KIA는 더 바랄 게 없다.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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