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광고서 "캬~" 소리 빼야"···이러면 술 안 마실까요?

김태원 기자 2023. 3. 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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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전문가들은 주류 광고에 등장하는 '소리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암예방학회가 지난 21일 공동으로 주최한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박수경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술 광고의 소리를 꼭 제한해야 한다. 소리를 제한하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며 "술을 마시는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고 맥주병 따는 소리, 소주병 따는 소리를 듣고 감동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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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의 날 심포지엄’서 의대 교수들 권고
“술 마시는 감탄사 등 제한땐 아무도 안 마실 것”
유튜브 캡처
[서울경제]

“캬~”

술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전문가들은 주류 광고에 등장하는 ‘소리 마케팅’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암예방학회가 지난 21일 공동으로 주최한 ‘암 예방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박수경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술 광고의 소리를 꼭 제한해야 한다. 소리를 제한하면 아무도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며 "술을 마시는 소리가 너무나 듣기 좋고 맥주병 따는 소리, 소주병 따는 소리를 듣고 감동한다"고 밝혔다.

‘청정라거-테라’ 광고. 사진 제공=하이트진로

박 교수는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술 마시는 감탄사, 술 따를 때 거품 소리 등을 들으면 저절로 술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며 "오후 9시 넘어서 갈증이 날 무렵에 술 광고 소리에 노출되면 술을 찾게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술 광고의 소리를 아예 없애 무음 상태의 화면만 나오게 해야 한다"며 "그리하면 광고 보고 술 마시려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교수는 "술 판매 시간과 장소를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주 '처음처럼'의 광고. 롯데칠성 주류 유튜브 캡처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내외 음주 폐해 관련 정책의 현황과 전망'을 발표했다. 이해국 교수는 "한국은 남녀노소 누구나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에 술을 마실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핀란드·아일랜드에서는 술 판매일수, 판매 시간, 판매점 밀도를 엄격히 규제하지만 한국은 셋을 모두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음주 정책이 22위에 그쳐 국제기준에 한창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이어 "주류회사의 광고 마케팅이 아주 심각하다"며 "한국은 아이돌이 술 광고를 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2012년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맥주 광고를 해서 중독학회가 '미셸콴(피겨의 전설)은 안 되는데, 김연아는 되는 술 광고'라는 성명서를 냈더니 이틀 만에 김연아가 광고를 접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지금은 아이돌이 너무 많이 광고해서 일일이 성명서를 낼 수가 없을 정도"라며 "연예인이 술 광고하는 나라가 일본 정도인데, 일본마저도 톱스타는 안 한다. 미국은 톱스타가 자율적으로 안 한다"며 "한국처럼 BTS 같은 글로벌 스타가 술 광고를 하는 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이스라엘 등은 연예인이 주류 광고를 아예 할 수 없다.

또 이 교수는 알코올 건강과 안전문제 대책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음주 폐해 없는 사회를 위한 포럼을 만들어 대국민 인식 개선 활동을 필요한 때”라며 “더불어 국가와 지자체가 별도의 종합대책을 마련해 주류회사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고 음주 유인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립암센터는 지난 20일 ‘대국민 음주와 흡연 관련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술이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은 33.6%에 그쳤다. 66.4%는 ‘모른다’고 했다. ‘담배가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이 88.5%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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