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노조라고 해산시키려 한다”…민노총 ‘尹정권 끝장내겠다’ 대규모 집회

손덕호 기자 2023. 3. 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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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총궐기·6월 최저임금 투쟁·7월 총파업”
투쟁 이유로 “尹정권,국가보안법 되살려 탄압”
지켜보던 시민 “北 지령 받았다는 게 밝혀졌으면 가만 있어야”

“정부·여당은 민주노총을 부정부패 집단으로 몰아세우더니 건폭(建暴)으로 칭하며 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 이제는 하다 하다 간첩노조라며 해산시키겠다고 한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투쟁선포대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투쟁”을 외쳤다. “국민을 믿고 강력한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낼 것”이라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2023 투쟁선포대회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민노총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아 노예노동 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 “민주주의를 짓밟고 검찰독재로 무소불위 권력을 누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이 일하라는 대통령” “서민들에게 공공요금 폭탄을 던지는 대통령” “역사를 부정하고 굴욕외교로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대통령”이라고 했다.

‘즉각적인 총파업 태세’를 말하며 7월까지 이어지는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5월 총궐기로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나서자”라며 “6월 최저임금 투쟁으로 모든 노동자와 함께 투쟁하자”고 했다. 이어 “7월 총파업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고 새 세상을 열어내자”고 했다.

민노총은 ‘투쟁선포문’에서 “민주·민생·평화에 역행하는 윤석열 정권의 투쟁을 선포한다”고 했다.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박물관에 보내야 할 국가보안법을 되살려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탄압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어 “굴욕외교로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았으며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불러오고 있다”며 “정전체제를 청산하지 못한 한반도에서 강도 높은 한-미-일 군사훈련의 상시화는 전쟁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노총의 투쟁은 2000만 노동자와 5000만 국민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을 앞세운 민노총에 대한 공안탄압 중단’ ‘굴욕적 대일협상 파기’ ‘한미일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이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투쟁선포대회'를 개최했다. /채민석 기자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홍보물도 집회에 대거 등장했다. 윤 대통령의 얼굴 옆에 ‘폭탄’ ‘윤석열이 폭탄이다’라고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조합원들은 ‘윤석열 심판’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민노총은 이날 집회를 열기 위해 이화사거리에서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출구까지 700m에 이르는 왕복 6차로 도로 중 우측 4개 차로를 점거했다. 1만㎡에 달하는 면적이다. 그러나 집회에 참석한 민노총 조합원들은 듬성듬성하게 도로 위에 앉아 있었다. 일부 조합원은 집회에 제대로 참여하지도 않고, ‘투쟁’이라는 글자가 적힌 빨간색 머리띠를 두른 채 마로니에 공원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담배를 폈다. 민노총은 집회에 1만3000명이 참여했다고 설명했지만, 경찰은 1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민노총이 참여 인원에 비해 넓은 면적을 차지한 채 집회를 열면서, 대학로를 오가는 차량들은 좌측 2개 차로에서 1개 차로씩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TOPIS)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양방향 차량의 이동 속도는 시속 10㎞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 시내버스는 대학로를 지나가지 못하고 우회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민노총은 오후 3시30분쯤부터 서울광장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해 교통 혼잡은 서울 도심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이 2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개최한 '투쟁선포대회'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이 집회가 열리는 도중 인근 마로니에 공원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채민석 기자

민노총은 스스로가 ‘국민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다고 했지만, 집회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마로니에공원에서 만난 회사원 강모(28)씨는 “(윤석열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무’ 폐기나 대일외교 비파 외에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 하나도 없다”며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면 가만히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했다. “노조가 왜 ‘검찰 독재’ ‘정권 심판’ 운운하면서 정치적 발언을 쏟아내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오랜만에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여유를 즐기려 대학로에 나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라며 “주말 대학로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일부러 저러는 건가”라고 했다. 이어 “여기저기 쓰레기 버리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지 않다”며 “정쟁에 국민들을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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