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정성일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려 해요" [인터뷰]

김종은 기자 2023. 3. 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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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정성일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으면 욕심이 날 만도 할 텐데 그럴수록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음 걸음을 내딛고 싶단다. '더 글로리'를 통해 국민 배우가 됐지만 급하게 다음 작품을 선택하기 보단 본인에게 딱 맞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는 배우 정성일이다.

최근 종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감독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전성일은 극 중 동은(송혜교)의 복수 대상인 연진(임지연)의 남편 하도영 역으로 활약했다.

정성일은 '더 글로리'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촬영에 들어가기 1년 전 즈음 어렴풋이 사무실을 통해 '김은숙 작가님의 작품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대본을 받고 리딩을 해봤는데 사실 그때 잘릴 줄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도영과 작가님이 생각하는 도영이 다르더라. 그래서 매니저한테도 못 나갈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예상과 달리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내가 뭐라고 작가님이 날 찾았는지 의문스러웠다"는 정성일은 "그래서 작가님에게 직접 여쭤봤는데 그냥 '내가 생각하는 도영의 모습이 너랑 비슷했다. 그래서 너로 고르고 글을 쓴 거다'라고 하시더라. 영광스럽기도 하면서 어안이 벙벙했다"고 솔직히 전했다.

정성일이 처음 생각한 하도영의 모습은 어땠을까. 그는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이 생각하신 것과 별 차이 없었는데, 연진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다른 사람과 연진을 대하는 태도를 더 명확히 구분시키고 싶은 마음에 연진에게 과할 정도로 애정을 표현했는데, 작가님은 조금 더 정적이었으면 좋겠다, 차분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셨다. 그래서 그쪽으로 도영이를 그려나갔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는 앞서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하도영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나이스한 개XX'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기본적으론 젠틀하지만 남을 무시하는 성향도 동시에 갖고 있는 도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로, 정성일은 이 부분을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들려줬다.

정성일은 "워딩 자체가 양면성을 뜻하지 않냐. 작품을 준비하며 가장 노력한 부분이 하도영의 그런 면모를 찾는 점이었다. 하지만 결국 작가님이 답을 대본 안에 써놓으셨더라. 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장면이 있지 않냐. 그 부분이 도영의 양면성을 가장 명확히 표현한 신이라 생각한다. 도영은 사람을 하대하는 게 몸에 밴 사람이다. 다만 무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진 않다. 어렸을 때부터 지시하는 게 당연시되다 보니 그런 성향을 갖게 된 것인데, 다만 당하는 입장에선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때론 나이스하게 보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정성일은 이 양면성 덕분에 하도영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 전했다. 그는 "왜 많은 분들이 도영이를 좋아해 주실까 생각해 봤는데, 완벽한 악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만약 남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할 때 의도가 있었다면 나이스함은 없고 개XX만 남았을 텐데, 의도가 없었기에 저런 별명으로 불릴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기에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하도영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걱정이 없던 건 아니었다. 이유가 어쨌든 하도영이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기 때문.

정성일은 "가장 공감이 안 갔던 부분이 '살인'이다. 연기한 배우로서 그 결정을 짓기까지의 동기를 찾아보려 노력하긴 했으나, 이후부턴 어떤 이유나 정당성도 주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빨리 털어내고 싶었다"라면서 "파트2가 나오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기도 했다. 파트2 공개 전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 정도로 이걸 어떻게 해석하실지 걱정이 됐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합은 어땠을까. 극 중 송혜교, 임지연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정성일은 먼저 송혜교에 대해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가장 걱정이 됐던 신이 동은과 처음 만나는 신이었는데 내가 이 여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 사람에 동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 흔들릴 정도의 뭔가가 있어야 할 텐데 과연 그게 뭘까 싶었다. 그런데 동은을 현장에서 딱 마주하는 순간 모든 고민이 풀렸다. 송혜교 덕분에 고민됐던 것들이 다 해결됐다. 그때부턴 문제없이 감정이 쭉 이어질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하면서 ""연기를 하다 보면 실 같은 게 연결이 된 듯 서로의 감정이 전달될 때가 있는데 기원 신이 그랬다. 순간에 느껴지는 단단함이 좋았다. 이 사람이 내게 주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내게 뭘 원하는지 딱 아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지연에 대해선 "더할 나위 없었다.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대사만 주고받아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어쩜 그렇게 사람 속을 잘 뒤집는지, 연기를 하면서도 놀랐다. 그런 연기에 특화돼 있는 것 같다. 연기할 때 표정을 보고 있으면 너무 뻔뻔해서 욱할 때도 많았다. 하도영일 땐 참고 있다가 컷하고 정성일로 돌아오면 욕을 하기도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지연이가 교도소에서 기상 안내를 하는 신을 보면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정성일은 "퇴근하기 전에 잠깐 모니터링을 하려고 들렀는데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내 아내가 교도소에서 저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절로 울음이 나왔다. 그때는 조금 울컥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더 글로리'는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전 세계 넷플릭스 랭킹 TV 비영어권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덕분에 정성일 역시 첫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내고 마침내 대세 배우가 된 정성일은 "부담은 없고 좋기만 하다. 더 많은 영역에서의 선택권을 얻지 않았냐. 일하는 데 있어 감사하기만 하다"면서도 "다만 이렇게 기회가 왔다고 해서 너무 서두르고 싶진 않다.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조바심 내지 않고 나아가려 한다. 다행히 사무실 식구들과도 마음이 잘 맞는다. 일이 많이 들어올 때 얼마나 굴리고 싶겠냐. 그런데 기다려 준다. 오히려 침착하고 명확하게 회의하려 하고, 작품과 내가 맞아떨어지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덕분에 연기에만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정성일은 이런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선 "나 역시 30대 초반엔 거만했다.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까불었었다. 그런데 까보니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걸 꽤 이른 나이에 깨달았고, 함부로 자만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지금은 계속 배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답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것에 도전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급하게, 한 번에 변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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