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19세기와 21세기의 만남, ‘초기영화로의 초대’

현화영 2023. 3. 2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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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지난 7일부터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박물관에서는 ‘초기영화로의 초대’ 체험 전시가 시작됐다. 21세기에 19세기 방식으로 당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향수를 느낄만한 가까운 과거가 아니다 보니, 오히려 매우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전시 소개와 함께 ‘다른 듯 비슷한 그때와 지금의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 영화 함께 보기와 혼자 보기 

영화를 보는 방식은 다양해졌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만 가능했던 20세기 초반을 지나, 20세기 중반부터는 TV로도 볼 수 있게 되었고, 후반부터는 비디오로도 보게 되었다. 영화관이라는 공공 공간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보는 방식으로부터 개인 공간에서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보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1980년대 비디오 영화 감상은 개인에게 시간적 자유도 보장했다. 이전에는 영화관의 상영시간표, TV 방송사의 편성표에 따라 영화 보기가 가능했다면, 보고 싶은 영화의 비디오테이프만 구매하거나 대여면, 원하는 시간 감상이 가능해졌다. 영화를 보며 도중에 멈추기, 앞뒤로 돌려보기 등도 가능해져서, 이전과는 다르게 더더욱 자유롭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2023년 현재는 공간적 자유까지 누릴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영화 재생 기기만 챙긴다면, 미리 저장해둔 파일을 재생하거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실내를 벗어나 이동 중에도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19세기 말 영화 탄생 시기에도 영화 보기 방식은 함께 보기와 혼자 보기 두 가지였다. 1895년 공개된 뤼미에르의 시네마토그래프는 카메라 겸 영사기로서, ‘공동체적 관람’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1년 전에 공개된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는 1인용 영사기로서 한 번에 한 사람만 관람이 가능한 방식을 택했다. 잠시 두 가지 영화 보기 방식이 공존했지만, 이후 TV가 대중화될 때까지 반세기 이상 ‘공동체적 관람’이 대세가 되었다. 에디슨도 1896년에 극장용 영사기를 개발했다. 
이번 전시에서 시네마토그래프와 키네토스코프 관람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 기록영화와 극영화, 그리고 상상력의 시각화 

현재 영화관이나 TV, OTT 등을 통해 극영화와 기록영화들을 주로 접할 수 있다. 물론 대세는 극영화라서 기록영화 관람 경험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19세기 말에도 극영화와 기록영화가 공존했다. 뤼미에르 형제와 에디슨이 제작한 1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화에 주변 풍경, 행사, 일상이 담기기도 했고, 설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짧은 에피소드가 담기기도 했다. 탄생 시기부터 영화는 기록과 스토리 전달이라는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극영화의 시작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영화 제작을 시작한 마술사 멜리에스의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1896년부터 뤼미에르 형제와 에디슨이 제작한 영화와 비슷한 영화를 제작하던 멜리에스는 곧이어, 마술사답게 점차 카메라를 활용한 특수효과를 만들어낸다. 상영용 흑백 필름에 채색을 시도하기도 했다. 1902년에는 약 10분 길이의 ‘달세계 여행’을 제작하기에 이르는데, 다양한 판타지, 공상과학 영화를 제작했다. 

요즘 영화에서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특수효과와 작업 방법만 달랐을 뿐, 인간의 상상력은 초기부터 아날로그 방식으로도 시각화되었다. 이런 특수효과의 선구자인 멜리에스는 당시 수동이던 영화 카메라를 이용해 오버랩이나 디졸브 효과도 만들어냈고, 인물이나 사물을 사라지거나 나타나게 하는 등의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멜리에스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채색 등 인터렉티브 체험 활동도 경험할 수 있다. 

영화관 스크린, TV 화면,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 액정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보고 있다면, 19세기 말 영화 보기 방식도 추가로 경험해보길 바란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분명 매우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 될 것이다.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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