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BL드라마가 담은 다양한 삶과 사랑에 대한 지지('비의도적 연애담')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3. 2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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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거나 주세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자신이 묵고 있던 펜션에서 사장님이 아끼는 그릇을 실수로 깬 원영(공찬)은 그릇을 사기 위해 찾아간 태준(차서원)의 가게에서 그렇게 말한다.

<비의도적 연애담> 은 이처럼 남자들 간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여타의 BL드라마와 달리 동성 간의 사랑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원영이 '복직'이라는 다른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태준에게 다가가는 설정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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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도적 연애담’, 이 BL드라마에서 그릇이 갖는 의미는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무 거나 주세요. 다 똑같아 보이는데." 자신이 묵고 있던 펜션에서 사장님이 아끼는 그릇을 실수로 깬 원영(공찬)은 그릇을 사기 위해 찾아간 태준(차서원)의 가게에서 그렇게 말한다. 원영의 눈에는 그 가게 있는 도자기 그릇들이 다 거기서 거기로 보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원영의 말에 태준이 다가와 그릇들 하나하나를 가리켜가며 이야기를 건넨다.

"손님. 같은 그릇이라는 건 없습니다. 반죽에 따라 규석이 더 섞이기도 하고 석회석이 더 섞이기도 하고, 유약이 더 발린 것도 있고 덜 발린 것도 있지만, 가마 안에 들어가기 전까진 잘 몰라요. 가마 속 온도를 견뎌내고 나와야만 고유의 색깔이 드러나니까. 흙속에 있던 성분이 변형돼서 이처럼 빛을 내는 녀석도 있고. 세상에 같은 그릇이란 없습니다. 사람이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이 다 다른 것처럼."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에서 원영이 태준을 처음 만났을 때 나누는 이 이야기는 이 BL드라마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태평그룹에서 일하던 원영은 직속상사의 비리에 휘말려 보직해체처분을 받고 강릉으로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이 그릇가게를 가게 되고 거기서 2년 전 돌연 잠적해 사라졌던 유명 도예가 태준을 만나게 된다. 원영은 태평그룹 회장이 태준과 전속계약을 맺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복직을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태준에게 접근한다.

<비의도적 연애담>은 이처럼 남자들 간의 사랑이야기를 그리는 여타의 BL드라마와 달리 동성 간의 사랑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원영이 '복직'이라는 다른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태준에게 다가가는 설정을 그리고 있다. 철벽을 치는 태준 때문에 원영의 접근은 쉽지 않지만, 도자기를 배우는 수업을 들으면서 태준은 조금씩 원영에게 마음을 연다.

이 드라마는 그래서 본래 동성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던 태준이 원영과 함께 지내면서 그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더불어, 동성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자신의 접근이 오로지 복직을 위한 의도적인 일이라 생각했던 원영이 태준에게 느끼는 새로운 감정에 집중하고 있다. 알고 보니 그건 의도적 접근 때문이 아니었고, '비의도적인' 연애 감정이었다는 걸 원영이 깨닫게 되는 과정이 <비의도적 연애담>이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다.

그래서 원영이 태준을 처음 만났을 때 태준이 해준 그릇의 다양함에 대한 이야기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다 똑같아 보이지만 똑같은 삶이란 없고, 가마 같은 어떤 특별한 상황들을 겪고 이겨내면서 그 삶이 다양한 색깔들을 낸다는 것이다. 이성애 중심의 멜로의 틈바구니들 속에서 이 BL드라마가 내세우는 건 그래서 단지 남성들 간의 사랑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 보다 다양한 사랑과 삶에 대한 것이다.

물론 BL드라마가 갖는 특유의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빠지지 않는다. 멍뭉미 넘치는 원영과 어딘가 비밀스러운 과거를 숨기고 있는 까칠하지만 때론 자상한 태준이 그렇고 여기에 청년몰에 들어와 있는 터프한 느낌의 호태(태민)와 누구와도 쉽게 다가가는 친화력을 보여주는 동희(도우)가 그렇다. 이 매력적인 인물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사랑과 우정, 삶에 대한 이야기가 무겁지 않게 그려지고 있다.

원영이라는 인물이 동성에 대한 호감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가 조금씩 갖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비의도적 연애담>은 BL드라마가 낯선 분들에게도 보다 쉽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세상에 같은 그릇은 없는 것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과 감정들이 존재한다는 걸 이 인물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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