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 불가의 건축을 지향한다 - 김우상, 이대규(上) [효효 아키텍트]

2023. 3. 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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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회

대도시 도심에 자리잡은 모 프리미엄급 호텔은 부심에 위치한 대중친화적인 비지니스급 호텔에 ‘스테이’(stay)를 붙인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서로재는 펜션이면서도 그러한 ‘스테이’ 급으로 불리며, 또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레저 문화 영역으로 자리잡은 ‘스테이’가 된 이유는 천혜 자연 환경에 건축을 물아일체(物我一體)시킨데 있다.

강원도 고성 서로재, 진입 전경, 왼편으로 주차장. /자료 제공 = 사진 작가 김동규
서로재는 원경으로는 설악산이, 가까이는 느릅나무 한 그루와 대지내 소나무 군락이 있다. 김우상, 이대규 건축가는 펼쳐진 자연의 환대를 적절히 활용, 건축이 자연의 배경 또는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G. O‘Neill)의 희곡 『느릅나무 밑의 욕망(Desire Under the Elms)』에서 ’느릅나무‘는 탐욕적인 주인공 캐벗의 위력에 맞서는 힘이 된다. 캐벗으로 대표되는 엄격한 청교도주의, 탐욕, 계율, 억압에 대비되는 느릅나무는 감성, 사랑, 열정, 욕망, 생에 대한 환희를 상징한다.

건축가들은 사용자들이 느릅나무가 무엇인지, 그 나무가 연극 무대의 배경이되는 것인지 몰라도 머무는 동안 그러한 문학적 상상력이 잠결에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설계를 한듯 하다.

강원도 고성군의 소나무 군락은 송이버섯을 키우는 서식지 역할도 한다. 생명을 품어내는 모태를 끊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건축가들의 생각에 머물렀다.

강원도 고성 서로재, 소나무가 있는 전경 . /자료 제공 = 사진 작가 김동규
건축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주차 대수를 확보하면서도 건축적 시퀸스의 필요에 의해 주차장을 도로에 면해 사선으로 배치하였다. 반복적 외벽이 만들어 내는 단순한 매스가 조형적 무게감을 나타낸다. ’도로-담장(공용 공간의 외벽)-객실‘을 선형으로 배치, 객실이 한쪽으로 쏠리는 구도를 해소하면서 건물 내부로도 긴 동선이 만들어졌다.

서로재의 전체 높이 3.6미터 외벽을 따라 거친 콘크리트 구조체 사이의 폭 1.5미터의 입구를 거쳐 통로를 지나면 2.4미터 높이의 낮은 처마와 외부 복도 등이 이어져 폭과 깊이의 변화를 체험토록 했다.

사용자는 수평적인 캔틸레버 지붕을 받치고 있는 수직의 목재 기둥과 소나무 군락의 드리워진 그림자, 적절한 수공간의 연속적 시퀸스를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한 느낌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위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는 건축을 형태, 입체, 색채, 음영, 음악까지 포함한 종합예술이라 여겨 ’형언 불가의 공간‘(L’Espace indicible)이라고 하지 않았나.

소나무 군락을 중심으로 객실을 ㄱ자로 배치하면서 생겨난 두 개의 막다른 복도 끝에는 라일락과 느릅나무가 장식한다.

강원도 고성 서로재 A동 침실과 창밖 소나무 . /자료 제공 = 사진 작가 김동규
벽체인 노출 콘크리트의 차가운 물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벽면을 거칠게 씻어내 시간의 흔적이 배어나도록 하였다.

건축가 김준성은, “건축을 통해 늘 거기 있던 자연을 새롭게 인지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하였다”고 느낌을 전한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석모리의 단독주택 ‘휘어진 집’(Bended House, 2019)은 전형적인 택지 개발과 필지 분양에 따른 단지의 모퉁이에 자리한다. 도시에 통용되는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주변을 고려할만한 맥락도 없다.

대지 300㎡, 건축 면적 60㎡(18평)의 규모를 고려, 상대적으로 넓은 마당의 활용과 채광을 고려한 매스는 남북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도로에서 이어지는 외부 계단에서 올라와야 대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처마 달린 담장을 계획해 대지를 둘러 현관까지 가는 동선을 통해 대지의 경계와 건축물 사이 공간감을 가지도록 했다.

건김포 휘어진집 동측 전경 . /자료 제공 = 사진 작가 김동규
물 전체를 ㄱ자로 꺽은 곡면을 넣어 밤나무 숲을 조망가능토록 하여 조형과 공간의 유연함을 갖도록 했다. 과감하게 붉은 색의 스터코로 외벽을 장식하여 시각적으로 볼륨감을 최대화시켰다.

르코르뷔지에는 네 개 색채를 둘로 구분했다. 청색과 녹색은 공간을 확장하고 적색과 황색은 공간을 고정한다고 보았다. 건축에서 형태와 구조의 대립은 하중 때문이다. 휘어진집은 연면적 34평으로 하중과 볼륨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붉은 색 스코터는 매스와 컨텍스트를 매개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집을 마주보는 방향의 창은 최소화했고, 풍경을 조망 가능한 방향으로는 창을 많이 내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건축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였다. 1층은 공용 공간(거실+주방)이다. 2층의 주거와 작업 영역을 분리하여 공간 사이에 테라스를 넣어 마치 출퇴근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휴식의 장소가 되도록 했다. 바닥 재료에도 변화를 주어 사용자가 발의 감각을 통해 공간의 전이를 느끼도록 했다.

거실 뒤로는 작지만 하늘로 열린 삼각형 외부 중정이 있다. 작은 규모의 주택 안에도 직선과 곡선, 삼각형의 기본적인 기하학적 요소가 모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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