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 불가의 건축을 지향한다 - 김우상, 이대규(上) [효효 아키텍트]
대도시 도심에 자리잡은 모 프리미엄급 호텔은 부심에 위치한 대중친화적인 비지니스급 호텔에 ‘스테이’(stay)를 붙인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서로재는 펜션이면서도 그러한 ‘스테이’ 급으로 불리며, 또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의 레저 문화 영역으로 자리잡은 ‘스테이’가 된 이유는 천혜 자연 환경에 건축을 물아일체(物我一體)시킨데 있다.
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Eugene G. O‘Neill)의 희곡 『느릅나무 밑의 욕망(Desire Under the Elms)』에서 ’느릅나무‘는 탐욕적인 주인공 캐벗의 위력에 맞서는 힘이 된다. 캐벗으로 대표되는 엄격한 청교도주의, 탐욕, 계율, 억압에 대비되는 느릅나무는 감성, 사랑, 열정, 욕망, 생에 대한 환희를 상징한다.
건축가들은 사용자들이 느릅나무가 무엇인지, 그 나무가 연극 무대의 배경이되는 것인지 몰라도 머무는 동안 그러한 문학적 상상력이 잠결에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설계를 한듯 하다.
강원도 고성군의 소나무 군락은 송이버섯을 키우는 서식지 역할도 한다. 생명을 품어내는 모태를 끊어낼 수 없다는 생각이 건축가들의 생각에 머물렀다.
서로재의 전체 높이 3.6미터 외벽을 따라 거친 콘크리트 구조체 사이의 폭 1.5미터의 입구를 거쳐 통로를 지나면 2.4미터 높이의 낮은 처마와 외부 복도 등이 이어져 폭과 깊이의 변화를 체험토록 했다.
사용자는 수평적인 캔틸레버 지붕을 받치고 있는 수직의 목재 기둥과 소나무 군락의 드리워진 그림자, 적절한 수공간의 연속적 시퀸스를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이 정지하는 듯한 느낌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위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는 건축을 형태, 입체, 색채, 음영, 음악까지 포함한 종합예술이라 여겨 ’형언 불가의 공간‘(L’Espace indicible)이라고 하지 않았나.
소나무 군락을 중심으로 객실을 ㄱ자로 배치하면서 생겨난 두 개의 막다른 복도 끝에는 라일락과 느릅나무가 장식한다.
건축가 김준성은, “건축을 통해 늘 거기 있던 자연을 새롭게 인지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하였다”고 느낌을 전한다.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석모리의 단독주택 ‘휘어진 집’(Bended House, 2019)은 전형적인 택지 개발과 필지 분양에 따른 단지의 모퉁이에 자리한다. 도시에 통용되는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주변을 고려할만한 맥락도 없다.
대지 300㎡, 건축 면적 60㎡(18평)의 규모를 고려, 상대적으로 넓은 마당의 활용과 채광을 고려한 매스는 남북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도로에서 이어지는 외부 계단에서 올라와야 대지 전체를 바라볼 수 있다. 처마 달린 담장을 계획해 대지를 둘러 현관까지 가는 동선을 통해 대지의 경계와 건축물 사이 공간감을 가지도록 했다.
르코르뷔지에는 네 개 색채를 둘로 구분했다. 청색과 녹색은 공간을 확장하고 적색과 황색은 공간을 고정한다고 보았다. 건축에서 형태와 구조의 대립은 하중 때문이다. 휘어진집은 연면적 34평으로 하중과 볼륨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붉은 색 스코터는 매스와 컨텍스트를 매개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집을 마주보는 방향의 창은 최소화했고, 풍경을 조망 가능한 방향으로는 창을 많이 내었다.
재택근무를 하는 건축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였다. 1층은 공용 공간(거실+주방)이다. 2층의 주거와 작업 영역을 분리하여 공간 사이에 테라스를 넣어 마치 출퇴근하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휴식의 장소가 되도록 했다. 바닥 재료에도 변화를 주어 사용자가 발의 감각을 통해 공간의 전이를 느끼도록 했다.
거실 뒤로는 작지만 하늘로 열린 삼각형 외부 중정이 있다. 작은 규모의 주택 안에도 직선과 곡선, 삼각형의 기본적인 기하학적 요소가 모두 존재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어떻게 끼인걸까” 대형마트 주차장 출구 막은 차량의 사연 - 매일경제
- “비밀번호·직인도 도용했다”…횡령액 700억원대 ‘이 은행’ 어디길래 - 매일경제
- “이대로면 나라 망한다”…세금 217조원 써야할 판이라는데 - 매일경제
- 식물인간 아들 15년 돌본 며느리에 이혼 소송 제기한 中 시부모, 왜 - 매일경제
- [신구비교]“역시 신차 기대작 1위”…‘확바뀐’ 쏘나타, 단종설에 본때 - 매일경제
- “회사에 놀러 다니냐”…연차 막은 상사, 책임 면한 이유는? - 매일경제
- “쓰레기 구합니다”…금값 됐다는 이것의 정체는 - 매일경제
- 3번의 황금연휴 5월, ‘이곳’ 많이 간다는데…피할까, 나도 갈까 - 매일경제
- 尹 지지율 3주 연속 하락…3주만에 6.9%P ↓ - 매일경제
- 외신, 정찬성 UFC 은퇴 상대로 영국 스타 제안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