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하고 또 입대 "140만명 자원"

최유찬 2023. 3. 25. 11: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매체에는 요즘 전쟁, 폭발전야 같은 말이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을 비난하는 집회도 열리고 있는데 순식간에 학생과 청년 140만 명이 군입대를 자원했다고 선전합니다.

◀ 차미연 앵커 ▶

앳된 얼굴의 청년들은 전쟁의 맛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청년들을 내세워 전쟁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이유를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조선중앙TV/3월 24일] "반공화국 압살책동에 미쳐날뛰는 미제와 괴뢰역적들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집회가"

평양시 청년 학생들이 야외극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김정은! 결사옹위!"

한미 양국을 징벌한다는 이름의 집회에서 이들은 현 정세를 '전쟁발발의 임계점', '폭발전야'라고 규정하고 진격명령만을 기다라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4일] "미제국주의자들과 괴뢰 역적무리를 지구상에서 철저히 쓸어버리고 말겠다는 애국청년들의 영웅적 기상으로.."

청년들은 전쟁 가요를 부르며 평양 거리를 행진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24일] "우리 수백만 청년 대군이 있는 한 적들이 외치는 평양점령이란 있을 수 없는 개꿈에 지나지 않습니다."

[승리자의 선언-북한 선전가요] "침략자 무리들아 함부로 날뛰지 말라"

북한 방송은 연일 전쟁 가요와 영화, 특집 프로그램을 틀어 댑니다.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 "제국주의가 이 땅에 남아있는 한 평화에 대한 환상은 죽음이다."

방송만 보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

지난주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청년들이 군 입대를 자원하는 모임도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사수하자! 사수하자!"

텔레비전 화면은 전국 각지의 체육관, 야외극장, 광장 등에 모인 청년들이 저마다 앞다퉈 뛰어나가 입대 지원서에 자기 이름을 적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내각이나 철도성 등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젊은이, 각 기업소, 공장, 농장의 청년근로자들, 김일성종합대학 등의 대학생 그리고 이달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7살짜리 어린 학생들까지 입대지원서를 썼고,

[조선중앙TV/3월 20일] "영웅의 투쟁정신은 저만이 아닌 우리의 졸업반 학생들의 심장마다에 세차게 맥박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미 10년 가까운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예비역들까지 다시 입대하겠다고 나섭니다.

17일부터 20일까지 불과 나흘만에 입대-재입대를 지원한 청년들의 숫자는 140만명에 이른다고 선전합니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까지의 청년 대다수가 이름을 써냈다는 말입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40만 명이라고 그러면 사실상 동원할 수 있는 청년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고3부터 20대 초반까지.."

심지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무역상과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입대·재입대 탄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북한 식당에서는 한국 손님을 받지 않을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집단 입대의 이유는 대북 적대정책과 한미 합동연습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전쟁을 불사하겠다거나 '남진' 쯕 남쪽을 향해 진격하겠다며 최대한 험한 말을 골라가며 전의를 불태웁니다.

[조선중앙TV/3월 18일] "미국놈들이 진짜 불맛, 우리 진짜 조선의 전쟁맛이 어떤것인가를 뼈저리게 또 똑똑히 체험하게 해주려는 것이.."

북한 청년들이 전쟁을 불사한다며 줄지어 자원입대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전쟁 이후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될 때면 어김없이 자원입대 운동이 벌어졌고 특히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대북제재나 한미훈련을 이유로 거의 매년 되풀이 됐습니다.

김정은-트럼프 두 정상이 서로 자기 '핵단추'가 크다며 위협하던 2017년에는 자그마치 470만명이 입대를 탄원했다고 주장합니다.

[조선중앙TV/2017년 9월] "전국적으로 470만명에 달하는 청년 학생들과 각계층 근로자들이 인민 군대 입대와 복대를 탄원했습니다."

집단 입대 모임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감돌던 2018년 이후 뜸했습니다.

6년만에 재개된 청년 입대 행사는 한미 양국에 대한 적개심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북한의 핵전쟁 능력을 과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방송을 통해서 비상 상황을 강조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청년들의 군입대를 통해서 위기의식을 고취시키고 있고, 이런 것들이 모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대응과 함께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대외적으로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항의의 수위를 끌어올리면서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고 그 책임을 한미 양국에 전가하려는 의도로 평가됩니다.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지속되는 식량난 경제난의 책임을 외부로 전가하면서 주민 불만을 무마하고 체제 결속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원곤/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늘 재입대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은 핵심은 외부 위기가 고조됐다라는 것을 내부로 전파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죠. 한국과 미국을 특정해서 계속 위협 인식을 고취시키고 있다는 것은 북한 내부 사정이 그만큼 안 좋다."

충원한 군 병력중 상당수는 건설이나 농업 등 경제현장에 노동력으로 동원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통일전략실장] "북한의 대미항전 의지를 과시하는 측면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제 건설에 필요한 군 병력 확충 차원에서 청년들의 조기 입대를.."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군인들의 복무기간이 여성은 8년, 남성은 11년으로 3년 늘어났는데, 이 기간동안 농촌에서 복무하도록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청년들의 군입대 집단 지원은 만성적인 경제-사회적 위기에 안보위기까지 겹쳤지만 대규모 인력 동원과 자력갱생, 사상교육 외에 뾰족한 해법이 없는 북한의 선택인 셈입니다.

동시에 불만도 많고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많은 청년층에게 외부에 대한 적개심을 키워 체제 보위의 주력군으로 내세우려는 의도도 드러납니다.

통일전망대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yucha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67407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