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또 올리냐" 불만에도…교촌치킨 '속사정' 있었다

안혜원 2023. 3. 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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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생계가격 10년래 최고
교촌, 지난해 영업익 90% 급감
치킨 가맹점주들 “남는 게 없다”
사진=연합뉴스

“치킨 가격 비싸다고들 아우성이던데… 정작 (업주는) 남는 게 없어요.”

서울 동대문구에서 프랜차이즈 치킨 가게를 운영하던 이모 씨는 최근 매장을 내놨다. 당초 여름 성수기까지 버텼다가 조금이라도 높은 권리금을 받고 양도하려 했지만 도저히 버티기 어려워서다.

닭고기와 기름 값이 폭등한 데다가 코로나19 앤데믹 전환으로 배달 수요까지 줄면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매출이 줄어 아르바이트생 고용도 어려워 온 가족이 총동원돼 가게를 꾸리고 있지만 4인 가족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빠듯하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잇따르면서 치킨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 윤홍근 회장이 "치킨 값이 3만원은 돼야 한다"면서 원가 부담을 토로했을 당시만 해도 빈축을 샀지만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이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교촌치킨이 지난 24일 예상되는 소비자들 반감을 무릅쓰고 치킨 값을 올리겠다고 밝힌 이유도 원가 부담에 따른 이익 하락세를 견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사진=교촌치킨 홈페이지 캡처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다음달 3일부터 치킨 메뉴 소비자 권장 가격을 3000원씩 올린다. 한 마리 메뉴와 윙·콤보 등 부분육 메뉴가 모두 인상 대상에 포함된다. 블랙시크릿 등 일부 신제품 가격은 동결된다. 사이드메뉴, 소스류도 품목별로 500~2500원 상향 조정된다. 교촌치킨 가격이 오르는 건 2021년 11월 이후 1년5개월여 만이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임차료, 인건비, 각종 수수료 등 운영비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킨 조각 하나하나를 일일이 붓칠해 소스를 바르는 등 조리 과정이 까다로워 인건비가 더 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오른 게 실제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생계 1kg당 가격은 3190원(중 사이즈)에 거래되고 있다. 생계를 도축한 도계 시세는 1kg당 5408원(9-10호 기준)으로 최근 10년새 최고 수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들썩이자 사료값이 급등하면서 닭고기 값도 덩달아 비싸진 영향이다. 도축된 닭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1000원 정도의 마진이 붙어 납품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여기에 1000원 정도 마진을 더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다.

여기에 인건비, 상가 임대료까지 대입해 원가를 산출하면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못 챙겨가는 신세로 전락했다는 말이 나온다. 교촌치킨은 그동안 가맹점주 이탈을 막기 위해 납품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며 본사가 원가 부담을 떠안아 왔다. 교촌 본사는 2014년부터 주요 원자재의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해왔는데, 결국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근 10년 만에 가맹점 납품 가격을 올려받기로 결정했다. 영업이익이 10분의 1 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 수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별도기준 매출은 4988억원으로 전년도(4934억원)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2021년 279억원에서 2022년 28억원으로 급감했다. 경쟁사인 bhc와 BBQ 영업이익률은 20~30%에 달하는 데 비해 교촌에프앤비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수년간 지키던 매출 1위 자리도 bhc(5075억원)에게 내줬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납품가 인상률은 최소한으로 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가격 조정과 함께 ‘반 마리 세트 메뉴’ 등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메뉴’를 출시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치킨 값은 한 마리당 거의 3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번에 인상된 교촌치킨 메뉴 ‘허니콤보‘는 2만3000원이 된다. 여기에 건당 3000~5000원의 배달료까지 더해지면 체감 가격은 더 높다. 매장 배달료 부담을 치킨 가격이나 사이드 메뉴 판매 등으로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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