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의 영화뜰] 일본의 '조선학교'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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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조선학교'가 있다.
북한 정권이 예산을 지원하고,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가 운영한다.
그건 조선학교의 뿌리가 북한 사람이 아니라, 분단 전 일본으로 징용 간 '조선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조선학교 학생들은 결국 남한에서 태어난 선대에 의해, 일본으로 이주한 가족을 두고, 북한식 교육을 받게 된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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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일본에는 '조선학교'가 있다. 북한 정권이 예산을 지원하고,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조총련)가 운영한다.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교실에 걸어두고 북한식 사상을 배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당연히 '북한학교'라고 표현할 법도 한데, 우리는 이를 여전히 '조선학교'라고 부른다.
그건 조선학교의 뿌리가 북한 사람이 아니라, 분단 전 일본으로 징용 간 '조선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1세대 재일조선인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10명 중 8명의 고향이 지금의 남한이었다는 이들은 생업을 위해 해방 이후에도 일본에 남게 되고, 우리말과 역사를 가르칠 학교가 필요함을 체감한다. 일본 현지에서 혹독한 식민 지배를 몸소 경험했으니 차별이 불 보듯 뻔할 일본학교에 자기 딸, 아들을 보낼 수는 없었던 셈이다.
1세대 재일조선인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 해 세계적으로 흥행했던 드라마 '파친코'가 재현했듯, 이들은 자신들을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일본인들의 지독한 멸시와 차별을 견뎌야 했다. 재일조선인 2세대이자 조선학교 출신인 양영희 감독 역시 자신의 책 '카메라를 끄고 씁니다'에서 어머니로부터 늘 “조선인은 더럽다, 그런 소리 들으면 안 돼”라며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라는 당부를 듣고 컸다고 돌이켰다. 그런 와중에 북한 정권이 학교 운영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의 조선학교 학생들은 결국 남한에서 태어난 선대에 의해, 일본으로 이주한 가족을 두고, 북한식 교육을 받게 된 아이들이다. 역사의 비극 때문에 좀처럼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복잡한 정체성을 지니게 된 아이들을 국내에 제대로 소개한 최초의 다큐멘터리가 2007년 개봉한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다. 홋카이도에 하나뿐인 조선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가까이에서 들어보는 촬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을 수상했다.
이후 개봉한 박사유·박돈사 감독의 '60만번의 트라이'(2014)와 이일하 감독의 '울보 권투부'(2015)는 스포츠라는 대중적인 테마 안에서 조선학교 학생들을 주목한다. 오사카 조고 럭비부의 전국대회 준비 여정을 쫓는 '60만번의 트라이'는 사람간의 편을 가르지 않는 '노사이드 정신'으로 귀결되고, 도쿄 조고 권투부의 중앙대회 출전 준비 과정을 다루는 '울보 권투부'는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삶'을 역설한다. 이는 역사의 질곡 안에서 형성된 조선학교 학생들 특유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다.
22일 개봉하는 '차별'은 사회적 이슈를 작품으로 끌고 온다. 일본 정부는 2010년부터 외국인학교를 포함한 모든 고등학교의 수업료를 지원한다. 이 고교무상화정책에서 오직 조선학교만이 배제돼 있다. 다큐는 2012~2014년에 걸쳐 오사카, 아이치, 히로시마, 후쿠오카, 도쿄 등 5개 지역에서 '조선학교 차별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소송이 제기되지만 결국 전부 패소하고야 마는 현실에 주목한다.
북한 정권의 지원을 받는 조선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왜 알아야 하느냐, 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다만 언급한 다큐들이 그런 불편한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익히 많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우리는 일본인이 아니기에 우리말을 쓰고 우리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학생들의 면면을 담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차별'을 공동연출한 김도희 감독이 “이 아이들이 일본 학교에 가면 일본 말로 된 '위안부는 매춘부고 독도는 일본 땅이다'와 같은 일본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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