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 빅2 동맹 해체 수순… ‘춘추전국시대’ 온다 [이슈 속으로]
세계 1·2위 선사 동맹 ‘2M’ 협약 종료
2027년엔 ‘오션 얼라이언스’ 계약 끝나
경기 침체·물량 감소로 운임료 폭락 속
선사들 노선 확보 경쟁 더 치열해질 듯
국내 대표업체 HMM 등 동향 예의주시
친환경 선대 확보로 경쟁력 강화 나서
용역 수행기관 선정 절차 공동 착수
현대차·CJ그룹 등 인수 후보로 거론
24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2M 협약 종료에 따른 얼라이언스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2위 컨테이너선사인 MSC와 머스크가 해운동맹 2M을 2025년 1월부로 해체한다. MSC와 머스크는 개별적으로 하나의 해운동맹의 몸집을 자랑하는 만큼 동맹의 필요성이 떨어졌고, 양 사의 경영 방식 차이도 결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27년에는 다른 해운동맹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해운업계의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M과 오션 얼라이언스는 해운동맹의 시장 점유율을 각각 40%, 35% 차지하고 있는 거대 동맹이다.
해운동맹은 정기 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이 심한 경쟁을 피하고, 운항 노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꾸린 협력 체계다. 해운동맹 소속 선사들은 서로 선박이나 컨테이너, 터미널을 함께 이용하고 노선도 조정해 공동으로 운항한다.
2000년대 해운회사의 치킨게임 이후 거대 해운사와 해운동맹의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2024년까지 2M 체제가 유지되고 이후 선사 간 개별 협약을 통합 선복 교환·공유가 활성화할 것”이라며 “2027년 오션 얼라이언스의 계약 만료 시점을 전후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국내 대표선사 HMM의 전략은
HMM은 규모의 경쟁을 위해 2018년에 2만3000TEU 규모의 컨테이너선박 12척 등 총 38만8000TEU 규모의 선박을 발주했다. 2021년에도 1만3000TEU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12척 발주하는 등 향후 해운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HMM이 2024년 100만TEU 규모의 선단을 갖추게 되면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직전 한진해운(61만TEU)과 당시 HMM(43만TEU) 선복량을 합친 104만TEU를 회복하게 된다.
여기에 HMM은 친환경으로 체질 개선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HMM은 지난해 7월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에는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HMM은 “유럽연합(EU) 등의 선박 연료 규제 등으로 시작된 친환경 선대 경쟁력 싸움에서 글로벌 톱티어 수준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라며 “메탄올 추진선 도입이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메탄올 추진선은 기존 선박 연료보다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는 최대 25%까지 줄일 수 있어 대표적인 친환경 기반의 컨테이너선으로 꼽힌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에서 LNG와 메탄올 추진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섰다. 게다가 국제해사기구(IMO)의 2050년 해상 탄소중립 정책 등으로 탈탄소 선박 기조가 강해지는 등 해운업계는 친환경으로 재편되고 있다.
알파라이너 관계자는 “이러한 수치는 해운업계의 ‘녹색혁명’을 보여준다”며 “선사들이 탈탄소 흐름에 발맞춰 막대한 현금을 들여 선대를 새로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의 해체 공식화로 해운업계 대규모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대표 해운사인 HMM의 민영화 이슈도 큰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24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함께 HMM 경영권 매각 관련 용역 수행기관 선정 절차에 공동으로 착수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각각 HMM의 지분 20.7%, 19.6%씩을 보유한 1·2대 주주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HMM 지분의 매각 시기와 인수 대상이 유동적이라고 설명하지만, 연내 타당성 검토를 마무리하려면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MM 인수 후보로는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한 현대차그룹, 대한통운이 있는 CJ그룹, 상사가 주력인 LX그룹, 해운업 비중이 큰 SM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매각에 대한 산은과 해진공의 의지와 달리 실제 매각 완료까지는 시일이 걸릴 거라는 전망이다. 당장 최소 4조원 이상인 높은 매각가를 포함해 2조6800억원 규모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처리가 난항이다. 이 영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로, 투자 규모에 따라 그 가격만큼 주식으로 바꿔 받을 수 있다.
영구채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할 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하는 지분 비율이 74%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른 매각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수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등했던 해상운임이 지난해부터 급락하고 있는 점도 HMM 매각 걸림돌로 꼽힌다.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 10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선박 발주를 크게 늘렸지만, 운임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HMM의 올해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의 연간 실적이 매출액 8조1586억원, 영업이익 16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6.1%, 98.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2분기부터 HMM의 영업이익 적자 전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은 “산업은행은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성공적인 지분매각을 위해서는 192~197회에 발행된 CB 및 BW의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며 “영구채 해결 없이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