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은 없다”…일본産 앞세운 유통·극장가 ‘활기’ [김정규 기자의 오늘 E-현장]

김정규 기자 2023. 3. 2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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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성남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구입한 뒤 나오고 있다. 김정규기자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 그만이지, 그게 일본 것이든 아니든 뭐가 중요한가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 비판적 여론이 커지는 것과 달리, 일본 제품을 내세운 유통가나 극장가 등은 활기를 띠는 등 더 이상 ‘노 재팬’은 없는 모습이다.

24일 성남의 한 대형백화점 내 일본의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 매장 안에는 셔츠, 자켓 등 형형색색의 봄 상품이 진열돼 있었고, 이곳을 방문한 30여명의 손님들은 옷을 입어보기도 하며 꼼꼼히 제품을 살펴보고 있었다. 지난 2019년 들끓었던 ‘노 재팬’ 운동 당시 국내 유니클로 매장들은 직격탄을 맞았고, 전국 매장 수는 190여개에서 지난해 130여개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와 같은 ‘노 재팬’ 분위기는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유니클로 매장의 맞은 편에 있는 일본의 생활용품·의류·가구 브랜드 ‘무인양품’에서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침구류를 사러 왔다는 이명환씨(32)는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도 저렴하고, 내구성도 좋으면 그만”이라며 “정치와 민간 교류는 구분돼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도내 한 서점에 슬램덩크 만화책과 일본 추리소설이 진열돼 있는 모습. 김정규기자

서점가에서도 ‘노 재팬’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성남의 한 서점에선 슬램덩크 만화책과 일본 작가들의 추리소설 코너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특히 지난 1월 ‘슬램덩크’는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날 해당 서점에 시리즈 별로 진열돼 있던 슬램덩크 만화책들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시들해진 ‘노 재팬’ 분위기는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CGV 수원점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 온 20~30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해당 영화는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약 220만명을 동원했고, 지난 24일 기준 16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온 김현정씨(23)는 “영화 ‘너의 이름은’부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 이번 영화도 보러 왔다”며 “일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건 정치의 영역일 뿐, 일본 영화든 아니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 그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며 도쿄나 오사카 등 일본의 주요 관광지로 여행을 가는 한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외국인 147만명 중 한국인은 56만8천명(38.5%)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노 재팬’ 분위기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로 ‘효용성’을 꼽았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9년 당시 '노 재팬' 운동의 경우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를 수치 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일본에 의한 국내 피해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 ‘노 재팬’ 운동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라 분석했다. 이어 “특히 젊은 세대들은 정치적, 역사적 관계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효용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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