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미국 은행주 테슬라보다 더 산 개미들

홍준기 기자 2023. 3. 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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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있는 퍼스트리버블릭 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최근 미국 은행주와 은행주 상장지수펀드(ETF)를 약 2100억원(1억6475만달러)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주가가 반토막난 지난 9일부터 20일 사이 주가 급락 이후 반등을 노리고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이 많았던 것이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9~20일 위기에 빠진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식을 671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식 순매수 금액(366만달러)의 18배에 달한다. 해당 기간 해외 주식 순매수 금액 3위다.

◇급등 노리고 은행 3배 레버리지도

같은 기간 순매수 4위가 미국 대형 은행으로 구성된 지수 하루 상승률의 3배만큼 수익이 나는 상장지수증권(ETN)인 마이크로섹터스 미국 대형 은행 지수 3X 레버리지드였다. 서학개미는 디렉시언 데일리 파이낸셜 불 3X(911만달러)와 디렉시언 데일리 지방 은행 불 3X(833만달러)도 많이 사들였다.

서학개미는 파산으로 10일부터는 거래가 정지된 실리콘밸리은행 주식도 1374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지방은행인 팩웨스트은행(1197만달러),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378만달러) 주식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스위스 내 경쟁 은행인 UBS에게 인수되는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의 예탁증서도 49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예탁증서는 스위스 증시에 상장돼 있는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어 사실상 주식과 동일하게 거래된다.

주가가 크게 하락한 주식이 반등하는 타이밍을 잘 잡아내면 단기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한 두 차례 매도 타이밍을 놓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매수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8일 115달러였는데, 지난 23일에는 12.53달러까지 추락한 상태다.

◇은행 위기 이전 많이 보유한 은행주는 BOA

SVB 파산 사태가 발생 하기 이전 시점에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은행 주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5718만달러)다. 서학개미는 은행 위기 발생 이후로도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식을 1525만달러 순매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이 국회 박재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 다음으로 많이 보유한 주식이 JP모건(4410만달러)이다. 시티그룹(1430만달러)과 웰스파고(1312만달러) 주식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 미국 대형은행은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은행으로 분류된다.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국제 금융 시스템 상 중요한 은행(G-SIB·global-systemically important bank)을 선정해 추가 자본 적립 의무 등을 부여한다. 이들 은행이 흔들리면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으니 자본은 더 쌓아두라는 취지인데, 반대로 그만큼 안전한 은행이라는 뜻이다.

반면 파산한 SVB(36만달러)와 시그니처은행(18만달러) 등 주식은 보유 금액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중소형 지방 은행의 주가가 급락 이후 반등의 패턴을 반복하자, 이들 종목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주식에 대한 관심도 커져

그렇다면 서학개미는 어느 나라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을까. 부동의 1위는 미국 주식이다. 지난해 말 기준 435억5400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2021년 말(666억2100만달러)보다는 보유 금액이 크게 줄어든 측면이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보유금액 7위였던 독일 주식이 일본·홍콩 주식을 누르고 2위로 올라섰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말 기준 독일 주식을 29억700만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주식이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전체 보유금액은 1억6000만달러로 많은 편은 아니다. 인도네시아 주식 중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은 인도네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고젝이다. 고젝은 우버처럼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불러서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음식·물품 배달 및 공유 주방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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