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번아웃이 왔을 때 제일 먼저 해야하는 것

2023. 3.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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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오신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실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누가 봐도 자책인 것들 "나는 왜 번아웃이 왔을까? 나는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놈인데?", "열심히도 안 살아놓고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이지?" 이런 것만 꼭 자책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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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상담을 오신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실 때가 있어요.

"번아웃이 오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하나요?"

그러면 제가 묻지요.

"너무 뭘 많이 하셔서 번아웃이 온 건데 또 뭘 하시게요?"

그렇지 않나요?

번아웃이라는 건 일을 열심히 했든 너무 신경을 많이 썼든 남의 눈치를 과하게 봤든 뭔가를 계속 해오기 때문에 생기는 건데,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나도 모르게 '또 뭘 해서' 이걸 이겨내려고 한다는 겁니다.

"제일 중요한 건요. '안'하시는 겁니다."
"뭘요?"

그러면 제가 말하지요. "자책 안 하기를 제일 먼저 하셔야 돼요"라고요. 바꾸어 말하면 번아웃이 왔을 때 자책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특히나 스스로도 모르게 하는 자책도 참 많거든요. 그러니까 누가 봐도 자책인 것들 "나는 왜 번아웃이 왔을까? 나는 뭐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놈인데?", "열심히도 안 살아놓고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이지?" 이런 것만 꼭 자책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요. 이런 것들까지 포함합니다.
 
"나 왜 이렇게 열정이 예전만 못하지?"
"나 왜 이렇게 뭔가 늘어져 있지?"

그러니까 이전에 이야기했듯이 무기력과 번아웃, 게으름은 분명히 다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번아웃을 인정하지 않고 (극복 가능한) 게으름이나 또는 열정 부족으로 자꾸 취급하려는 착각들도 넓게 보면 자책에 포함이 됩니다.

이럴 때 "자책을 하지 마세요"라고 하면 단순히 "네 잘못이 아니야. 토닥토닥" 이런 느낌의 힐링 메시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지 않아요. 실제로 자책은 회복을 가장 더디게 만드는 마음의 염증이기 때문에 하지 말라고 하는 거지요. 힐링 멘트가 아니고 정말 회복을 위한 중요한 처방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이 그닥 와닿지 않는 분들을 위해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전해드릴게요.

지난 1년 반 동안 제 고민은 번아웃을 자꾸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적절한 비유를 들어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거였어요. 이 고민을 친분이 있는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님께 털어놓았더니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등산으로 비유해 주면 사람들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요?" 교수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전해드릴게요. 함께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요.

여러분이 산을 오르고 있어요. 그런데 뒤에서 낯선 등산객이 올라오면서 뭐라고 궁시렁 궁시렁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점점 가까워져오니까 그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들려요. 그런데 이렇게 말을 하는 거죠.

"이 등신 같은 허벅지는 또 한 번에 정상까지 못가네."
"뭐 얼마나 올라왔다고? 벌써 힘이 빠져, 약해 빠져가지고."

그러면서 자기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리는 겁니다. 우리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제일 먼저 '아,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며 슬금슬금 피하겠죠? 산을 오를 때 허벅지가 지치면 우리는 무엇을 하나요? '쉬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적절한 쉼터를 살펴보고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체크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내 허벅지의 나약함을 질책하지는 않지요.

신체의 소진에는 자연스레 쉼과 회복을 연상하면서 마음의 소진은 그러지를 못합니다. 쉬고 회복하게 하기보다는 마음은 왠지 더 강하게 때리고 몰아세우고 쥐어짜면 어떻게든 꾸역꾸역 좀 더 갈수 있을 거 같다고 여긴다는 거죠. 그리고 그것이 회복을 더디게 만든다는 겁니다.

한번 나를 되돌아볼까요? 나는 등산하면서 허벅지를 때리는 사람처럼 살아오진 않았는지,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인생이 하나의 등산이라면 번아웃 앞에서 첫 단추를 어떻게 꿰어야 할지가 명확하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인-잇] 번아웃과 게으름의 차이를 아시나요?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092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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