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 파월의 선택은… ‘인플레이션 학살자’ 볼커? ‘은행 구원자’ 버냉키?

김성모 기자 2023. 3. 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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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이 앞으로 '인플레이션 진화'와 '은행 위기 수습'이란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번주 글로벌 증시는 파산설까지 돌았던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라이벌 UBS에 매각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글로벌 은행 위기에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지며 출렁였다.

167년 역사의 크레디스위스는 부실 논란으로 최근 하루 100억 달러(13조원)씩 예금이 빠져나가면서 숨이 끊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크레디스위스는 단순한 스위스 회사가 아닙니다. 스위스의 정체성입니다.” 스위스 중도우파 자유민주당 티에리 부르카르트 대표가 이렇게 표현했듯, 스위스 정부는 자국의 은행 하나가 아닌 ‘글로벌 금융 명가’란 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신속히 개입했고, UBS와 크레디스위스란 ‘두 거인’의 강제결혼이 성사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크레디스위스가 발행한 일부 채권(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23조원어치가 휴지 조각이 되며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글로벌 은행 위기가 아직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의 용암 분출을 억지로 막는 양상인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수장인 제롬 파월 의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다음주 눈여겨 봐야 할 세 가지 경제 이슈를 정리했다.

◇①파월의 선택 : ‘인플레이션 학살자’ 볼커? ‘은행 구원자’ 버냉키?

작년 10월 미국 워싱턴DC 브루킹스연구소 콘퍼런스에 참석한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모습. 그는 연준 의장 재직 당시 '헬리콥더 벤'이라고 불릴 정도로 양적완화 정책을 펼쳤고, 월가 금융이관의 구원자가 됐다. /로이터 뉴스1

블룸버그통신은 24일(현지시각)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학살했고, 버냉키는 은행을 구원했다. 파월은 이 둘 모두를 해낼 수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금리를 계속 올려 ‘인플레 파이터’ 역할에 더 충실할지, 금융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고강도 긴축 정책을 바꿀지 딜레마에 빠졌다는 점을 이전 연준 의장들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70~80년대 미국을 괴롭힌 인플레이션을 진화해 ‘인플레이션 학살자’란 평가를 받는다. 벤 버냉키 전 의장은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로 2008년 금융위기 때 돈을 시중에 마구 방출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폈고, 월가 금융기관의 구원자가 됐다.

그런데 “파월 현 의장은 현재 한 번에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하거나, 더 나쁜 경우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위험에 처했다”는 게 블룸버그 지적이다. 은행 위기는 사실 고금리가 촉발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자꾸 올리자 시장이 냉각되고 투자금이 줄면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과 IT기업 자금 수요가 늘었다. 스타트업이 SVB에서 자꾸 예금 인출을 해가자, SVB는 그간 사둔 국채 등을 팔아야 했다. 그런데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은 폭락하며 채권을 ‘떨이’ 수준으로 내다 팔다가 SVB 위기가 촉발한 것이다. 이에 은행 줄파산 위기가 고금리 정책의 ‘약한 빈틈’이란 표현이 나왔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태라 금리를 마구 떨어뜨리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6.0%(전년 동월 대비)로,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한다. 확 떨어지지 않는 ‘끈적한 물가’ 탓에 미 연준은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조기 종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파월은 볼커가 될 수도, 버냉키가 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해석이다. 지난 22일 발표된 미 연준의 베이비스텝 인상 결정도 ‘인플레이션 진화’와 ‘은행 위기 수습’이란 두 문제 사이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표현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이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지 않고 한쪽으로 확 기운다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 인플레이션 불길이 다시 거세지거나, 은행 위기가 더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애나 웡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연준 역사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과 ‘금융 안전 유지’ 사이의 긴장이 최고조로 팽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파월 의장이 어떤 길을 택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인 이유다.

◇②PCE 물가 : 조기 피봇(Pivot) 기대에 찬물 뿌리나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시의 한 식료품점 앞으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미국 인플레이션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PCE 물가 지표가 발표된다. /신화 연합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판단할 때 중시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오는 31일 공개된다. 이번 발표는 2월치 PCE 물가로 지난달(전년 동월 대비 5.4%)보다 상승폭을 줄였을지가 관건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PCE 수치도 전월 대비 상승폭을 줄였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 통상 미국 물가 추이를 말할 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자주 거론하지만, 연준은 근원 PCE 물가를 인플레이션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삼기 때문이다. 만약 이 수치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면 연준의 긴축 정책도 보다 빨리 전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질 수 있다. 이미 시장은 미국 기준금리가 올 연말쯤 지금(연 5.0%)보다 1%포인트 낮은 연 4.0%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4일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오는 12월 13일 기준금리가 4.0%로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은 37.6%에 이르러 여타 기준금리 전망치보다 높은 상황이다. 만약 이 같은 시장 기대처럼 금리가 떨어지려면 인플레이션 불길이 빨리 잡히는 게 필수다.

다만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2일 3월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의 피봇(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꺾으려는 모습이었다. 만약 이번 PCE 물가가 지난달 수준과 유사하거나 되레 높아진다면 연준이 긴축 고삐를 더 오래, 더 세게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③우리나라 3월 수출동향 : 무역수지 적자 13개월 연속 이어지나

오는 4월 1일에는 우리나라 3월달 수출 성적표가 나온다. 다만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여전히 부진해 13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 2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우리나라 3월 수출 실적은 오는 4월 1일 집계돼 나올 예정이다. 다만 전망은 암울한 편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약 10%를 차지하는 반도체와 20%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아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이에 한국경제는 지난 2월까지 1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3월에도 무역적자가 한 달 추가되면 13개월 연속이다. 다만 3월 1일부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가 해제되면서 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올 것이란 기대는 커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발걸음이 늘면 우리 경상수지가 회복되고 우리나라 살림엔 그만큼 도움이 된다. 앞서 한국은행은 중국인 관광객 100만명이 입국할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8%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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