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KT, 넉달여 만에 대표 선임 절차만 네 번 할 판

임은진 2023. 3.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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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이사 후보에 윤경림…이달말 주총서 승인 결정 (서울=연합뉴스) KT 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이사 압축 후보 4인을 최종 심사해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 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은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2023.3.7 [KT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구현모 현 KT 대표의 연임 도전 선언과 중도 하차, 이어 윤경림 KT 사장의 대표 후보 내정과 사의 표명까지.

이 모두가 지난 4개월여 만에 일어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8일 구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을 때만 해도 차기 대표직은 떼어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그의 재직 기간 회사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올라 연임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KT와 같은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 구조 문제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겠다고 하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구 대표는 KT 이사회 내 소위원회인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차기 대표로 적격 평가를 받았지만, 단독 후보로 추천받는 대신 복수 후보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사회는 구 대표와 경쟁할 다른 후보를 추천 또는 지원받는 형식을 통해 다시 심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지원자를 모집하지 않아 내부에서조차 '깜깜이 경쟁'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사회는 두 번째 심사 결과 구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확정해 발표했지만, 다시금 국민연금의 공개 반대에 이 결정을 백지화했다.

국민연금의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이 KT 이사회의 발표가 난 지 약 3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내고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는 주요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려는 자율 지침이다.

이사회는 공개경쟁을 통해 차기 대표 후보를 원점에서 다시 심사하기로 했다. 심사만 세 번째 진행한 것이다.

공모 결과 사내·외 인사 34명이 지원했으나 구 대표가 중도에 연임을 포기하면서 최종 지원자는 33명으로 줄었다.

이 중 일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보도도 잠시 나왔지만, 이사회는 4인 압축후보 명단에 KT 전·현직 임원 4명의 이름을 올렸고 이달 7일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최종 후보로 내정했다.

앞서 국회 주무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윤 후보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판하고 이강철·벤자민 홍 등 사외이사 2명이 돌연 사퇴했지만 이사회는 'KT 맨'을 선택했다.

윤 후보는 내정되자마자 발표한 소감문에서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게 하겠다"면서 여권 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면서 31일 주총을 앞두고 지배구조개선 태스크포스(TF) 구성 요청,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불참, 자사주로 다른 회사와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을 요구하는 정관 변경안 수용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려 안간힘을 썼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캠프에서 경제특보를 맡은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윤 대통령 충암고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후보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이들의 사퇴로 스텝이 꼬이게 됐다.

여기에 윤 후보가 과거 현대차 임원 시절 구현모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투자 결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의 내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게 됐다.

결국 윤 후보는 22일 이사진에게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정된 지 보름 만이다.

업계에서는 윤 후보가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발표한 것은 아니어서 주총에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견과 윤 후보가 후보 사퇴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만일 윤 후보가 공식적으로 사퇴할 경우 이사회는 다시 대표 후보 선임 작업을 해야 한다. 4개월여 만에 4번째다.

재계 순위 12위인 KT의 수장 선임이 지연되고 그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면서 업계는 경영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11∼12월에 해야 했을 임원 인사도 아직 못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경영 위기를 초래한 이사회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KT 노조는 이사진의 전원 사태와 비상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지속성 측면에서 이번 사태가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KT를 위해서도, 국내 통신 업계를 위해서도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인 24일 KT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33% 하락, 2만9천950원을 기록하며 3만원 선 아래로 내렸다.

eng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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