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것 같아 도망쳐"...'12시간 감금폭행' 사건의 전말-취[재]중진담

김태형 2023. 3. 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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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가지고 놀면서 누가 더 잘 때리느니 마느니, 손가락을 자르느니 마느니..."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도망쳤어요."

MBN이 지난 21일 보도한 '12시간 감금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참고 // [단독] "12시간 감금폭행" 일당 1년 만에 송치…'15명의 조직폭력' (https://n.news.naver.com/article/057/0001730186)

이렇게 잔혹한 범행은 그 순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방송에서는 시간적 한계 때문에 다루지 못했던 사건의 내막을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12시간 감금폭행'의 시작..."잠적한 직원을 찾게 도와달라"

'12시간 감금폭행 사건' CCTV

지난해 2월, 코인 회사 대표 30대 남성 김 모 씨는 "회삿돈을 갖고 잠적한 직원을 찾는다"며 직원과 잠시 한 집에 살았던 남성 2명에게 직원을 찾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회사 사무실로 그들을 데리고 온 순간, 김 씨의 태도는 돌변했습니다.

직원의 행방을 말하라며 잔혹한 폭행과 감금이 시작된 겁니다.
'감금폭행' 당시 피해자 중 1명의 얼굴11
흉기로 위협당한 손

김 씨 일당이 남성 2명을 흉기로 위협하다 못해 알루미늄 배트로 엉덩이를 수차례 폭행하고, 뺨까지 때렸습니다.

남성들은 얼굴, 엉덩이 등에 피멍이 들 정도로 두들겨 맞았고, 손가락에는 흉기로 입은 상처까지 남았습니다.

약 12시간 동안 감금과 폭행이 이뤄졌는데, 피해자 1명이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화장실을 가겠다며 빠져나왔습니다.

감금당한 건물에서 약 400m가량 떨어진 인근 파출소로 죽을힘을 다해 도망치면서 폭행은 결국 끝이 났습니다.
김 씨 일당은 또 다른 지인을 찾으려고 주거침입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사진1)
김 씨 일당은 또 다른 지인을 찾으려고 주거침입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사진2)


김 씨는 경찰 조사를 받고도 나와서, 직원의 또 다른 지인의 집에 들어가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건은 김 씨가 저지른 범행 중 일부분에 불과했습니다.

직원은 사실 '상습공갈 피해자'...가족까지 협박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21년으로 올라갑니다.

김 씨는 당시 자신의 코인 사업을 도와줄 수 있는 다른 업체 대표 A 씨에게 투자를 맡긴 뒤 수익을 내지 못하자 A 씨를 폭행하고 돈을 뜯어내게 됩니다.

A 씨가 돈을 불려주기를 바랐지만, 당시 코인장이 하락세를 타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자 폭행과 공갈을 일삼은 겁니다.

상습 폭행은 물론, 심지어 가족과 주변 직원들을 건드리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그해 12월 말, 참다못한 A 씨는 김 씨를 피해 도망치게 됩니다.

A 씨가 도망치자 김 씨는 A 씨 회사의 직원인 B 씨를 볼모로 삼고, B 씨에게 강제로 20억 원의 차용증을 쓰라고 협박했습니다.

또, A 씨가 두고 간 컴퓨터를 통해 A 씨의 위치 정보를 알아내고 A 씨가 충북 청주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김 씨 일당은 곧바로 청주로 내려가 A 씨를 찾아다녔고, 이 과정에서 A 씨 지인들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의 직원이었던 B 씨는 한 달 뒤, 가까스로 김 씨에게서 도망쳐 나왔고 A 씨와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자신들의 회사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진행하게 됩니다.

하지만, 김 씨도 프로젝트 진행 사실을 알게 되고 "내 돈을 A 씨가 가져가서 사업을 한다"며 격분해 A 씨를 찾는 데 속도를 붙입니다.

B 씨를 찾으면 A 씨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 씨가 B 씨의 지인들을 찾아 나서게 되고 지난해 2월 위에 묘사한 '12시간 감금폭행'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감금폭행 피해자들은 B 씨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12시간 넘게 공포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김 씨가 '돈을 갖고 잠적한 직원'이라고 표현했던 A 씨 등도 실제로는 김 씨 회사의 직원도 아니었고 김 씨의 공갈과 협박에 당한 또 다른 피해자들이었던 겁니다.

구속영장 기각...피해자 "전관 변호사 썼다"

'12시간 감금폭행' 사건은 지난해 2월 MBN이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참고 // [단독] "잠적한 직원 행방 말해라"…지인들 감금하고 폭행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7/0001640623?sid=102)
지난해 2월 '감금폭행' 사건 첫 보도

김 씨 일당이 저지른 감금과 폭행은 심각했지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합니다.

피해자들은 취재진에게 김 씨가 "2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전관 변호사를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1년이 지난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심사 자체도 비공개가 원칙이라 피해자들도 왜 기각됐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김 씨는 '자신이 한 회사의 대표라는 점'과 '피해자들과 채무 관계로 얽혀 있어 돈을 찾으러 갔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이를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장이 기각되면서 피해자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피해자는 "2~3달 동안 집에서 나오지 않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건 물론 경호원까지 뒀다"고 말했습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피해자들은 "김 씨가 영장이 기각되고도 A 씨 지인을 찾으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강수대 수사 확대...이태원 참사 뒤 검거

'12시간 감금폭행' 사건은 원래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김 씨 일당의 조직 폭력 정황을 수사하던 중 해당 사건을 알게 되면서 이를 병합해 수사를 확대하기 시작합니다.

김 씨의 내부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피해자들에게 당시 CCTV를 제보하게 되고, 경찰도 이를 확보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김 씨 일당을 체포하기 직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합니다.

결국, 강수대 수사력이 전원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로 가게 되면서 사건은 또 한 번 멈추게 됩니다.

특수본 수사가 마무리되고 올해 초, 경찰은 다시 김 씨 일당을 추적해 지난달 말 김 씨 등 주범 3명을 구속 송치했습니다.

추가로 구속된 주범 2명도 지난 22일 구속 상태로, 범행에 가담한 공범 4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경찰이 최근 검거한 주범 1명도 결국 구속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 일당의 규모가 총 15명이라고 보고 공범에 대한 수사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공갈 금액만 100억 원...'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은 못해

지난 21일 MBN 보도화면

경찰은 김 씨가 공갈한 금액만 100억 원 넘게 보고 있고, 저지른 폭행도 수십 건에 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피해 금액은 100억 원보다는 적은 금액이지만, 범죄 수익금은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할 수 없었습니다.

김 씨 일당이 사실상 조직폭력을 일삼았어도, 행동강령 등 통솔체계 없이 활동을 한 거라 경찰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찰도 이들을 범죄단체로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 부분 중 하나일 겁니다.

취재 과정에서 김 씨는 '법대 출신'에다가, 주범 중 한 명은 공무원인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

김 씨는 '법대 출신' 다운 면모를 보였습니다.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차용증을 쓰게 해 수사기관에 본인과 피해자들은 '채무 관계'라고 주장하고, 감금폭행 사건 피해자들에게는 처벌 불원서까지 쓰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극악무도한 김 씨 일당의 범행은 김 씨 등 주범이 1년 만에 검찰에 송치되며 끝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피해자들은 이제라도 김 씨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가 제대로 된 죗값을 받길 원할 뿐입니다.

그들이 당시 겪은 끔찍한 공포와 불안이 이제는 조금이나마 씻겨 나가길 바라봅니다.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 김태형 기자 flas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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