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 50여명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李대표도 결단할 때 되지 않았나 [핫이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의 범죄혐의로 인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경우, 헌법 제44조에 규정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본회의 신상 발언을 통해 체포동의안 통과를 동료 의원들에게 요청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불체포특권은 헌법조항이라 개헌을 통하지 않고서는 없앨 수 없기에, 불체포특권을 사문화시키는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서약을 한다”며 “서약한 의원들에게 강력한 정치적 구속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방탄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헌법적 특권을 포기하는 쇄신과 변화에 나선 것은 신선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회 과반을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앞세워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방탄국회’로 이 대표를 결사옹위하는 모습과도 대비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 포기 의지를 보여줄 첫 시험대는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가 될 것이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회의 도의원선거 예비 후보자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예비 후보자측으로부터 7000만원을,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으로부터 지역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5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기일이 바로 잡히게 된다.
하지만 부결되면 이 대표의 사례처럼 구속영장은 바로 기각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의원총회를 통한 ‘당론 가결’ 채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가 거의 당론에 가깝다”고 했다.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는 대장동 4895억원 배임혐의와 성남FC 133억원의 뇌물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행보와 여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하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 “자율투표”라는 입장이지만 내심 곤혹스러운 기류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지적처럼,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해 부결표를 던지자니 ‘부패 옹호’‘ 방탄 본능’이라는 비난을 받게 되고, 찬성표를 던지자니 ‘내로남불’ ‘아시타비’(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라는 지탄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걸린 셈이다.
이런 난감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면 상황을 자초한 이 대표가 결자해지에 나서는 수 밖에 없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당 대표직을 과감히 내려놓고, 수사와 재판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임한다면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다.
지난해 허위사실공표혐의에 이어 이번엔 배임-뇌물 등 중범죄혐의로 또다시 기소됐는데도 이 대표가 버젓이 당 대표직을 유지하고 국회의원 신분을 그대로 누리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비상식적이고 괴이하다.
오죽하면 민주당 5선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24일 “이 대표가 지질한 모습을 보였다”며 “자신의 신상에 관해 거취정리가 필요하다”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민주당 권리당원 325명이 “이 대표 직무를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까지 냈겠나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도 2021년10월 당 대선후보 경선 때 “대장동게이트는 대한민국 특권층의 불의와 위선의 종합판”이라며 “당에 혼란과 위기가 시작되면 민주당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며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표에게는 앞으로도 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비리의혹, 불법대북송금의혹, 변호사비 대납의혹 등 많은 수사가 남아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일말의 반성과 사죄는 커녕 자신의 범죄혐의에 대한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애먼 국민을 상대로 정략적인 반일선동 몰이에 매달리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행태다.
로마 5현제 중 한명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자기 기만과 무지에 집착하는 자는 해를 입는다”며 “내 의도나 행동이 옳지 못하다고 누가 입증하고 깨우쳐주면 기꺼이 고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제라도 국회 제1당의 대표로서 개인의 안위와 사익보다는 분명하고 사려깊은 공명정대를 원칙으로 삼고 ‘불체포 특권’포기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섬기고 민심을 헤아리는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다.
이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도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당 내부 갈등을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 비판으로 상쇄하겠다는 얄팍한 꼼수를 멈춰야 한다.
대신 법을 고쳐서라도 중대한 허물과 흠결이 있는 정치인들이 다시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 선거와 ‘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근본적인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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