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음식점에서 발견한 북한 미술

KBS 2023. 3. 2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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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홍콩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가 열렸습니다.

미술시장은 우리도 그렇지만 세계적으로 그 규모가 커지는 추세인데요.

그런데 북한의 미술과 작품들은 베일에 싸인 것처럼 접하기가 어렵습니다.

네, 그래서 오늘 '통일로 미래로' 시간엔 북한 미술 얘기를 준비했는데요.

최효은 리포터, 북한 미술품들을 직접 보고 오셨죠?

[답변]

네, 아주 특별한 곳에 전시됐던 북한 미술품들을 감상하는, 좀 특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앵커]

전시장이 어딘지 꽤 궁금하네요.

어떤 작품들을 보셨습니까?

[답변]

네, 북한 미술품 수집가가 약 15년 간 500여 작품을 모았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추상화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500점이 넘게, 북한 미술품을 그렇게 많이 수집한 이유도 궁금하네요.

[답변]

네,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서 직접 수집가분께 물어봤는데요.

바로 ‘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술작품을 통해 남북 문화 잇기를 꿈꾸신다는 겁니다.

이 수집가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실까요.

[리포트]

겉으로 보기엔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점입니다.

오늘 특별한 음식점이 있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서면, 평범한 식당 풍경 너머로 특별한 광경이 보이는데요.

보면 여기에 벽 한 면이 전부 다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거든요.

마치 전시관에 온 듯,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들이 눈길을 끕니다.

모두 북한미술 작품들입니다.

[원정연/종암동 : "좀 새롭기도 하고 그렇게 막 크게 다른 건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고 익숙한 느낌이 있긴 하네요."]

음식점 속 미술관을 만든 주인공을 만나보았습니다.

이 그림들은 모두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형렬 대표가 소장한 작품들인데요.

작품을 궁금해 하는 손님들에겐 해설사로 나서는 모습이었습니다.

[정형렬/대표/북한미술 수집가 : "해금강하고 인접해 있는 경치거든요. 북한에선 최고의 절경으로 사랑받는 그런 경치죠."]

["저런 걸 보면 제 마음이 이글거리는 것 같은..."]

어딘가 낯설지만, 친근한 그림 속 풍경들,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는 손님도 있습니다.

[원종오/종암동 : "제가 사실 부모님이 이북 분이세요. 그러다 보니 여기 오면 부모님들 한 번 더 뵙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부모님 고향이 이랬구나 하는 느낌들."]

정형렬 대표는 15년 전에 우연히 보게 된 북한 미술 작품에 매력을 느끼고 꾸준히 작품들을 수집해 오고 있는데요.

북한의 조선화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 연구에도 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어떻게 그리고 어떤 작품들을 수집하고 있을까요.

소장품 중 남다른 의미가 담긴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북한 미술계에서 한때 최고의 여류 조선화가로 꼽혔다는 정온녀 작가의 1940년대 작품.

그리고 만개한 국화꽃이 인상적인 이쾌대 작가의 1950년대 작품도 있는데, 이사를 무릅쓸 만큼 수집 과정이 험난했습니다.

[정형렬/대표/북한미술 수집가 : "워낙 사신 분이 고가에 입수를 해서 그걸 다른 분이 상당히 관심을 보여서 제가 지체해선 안 되겠다 해서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면서 전세금 차익으로 이걸 구입하면서 이사를 갔던."]

작품들의 상당수는 북한의 대표적인 조선화가들 그림입니다.

[정형렬/대표/북한 미술 수집가 : "이 두 작품은 조선화의 최고 대가 정종여, 이석호의 대표작이라고 간주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고 재밌는 작품이고…."]

꽃과 새를 사랑한 화가, 이석호 작가 특유의 섬세한 붓질이 돋보이는 접시꽃 그림.

병아리와 사마귀가 서로를 응시하며 경계하는 정종여 작가의 그림에선 잡아먹힐지 모를 위기의 순간에도 사마귀는 입에 문 먹잇감을 놓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 미술이 선전선동만이 아닌 소소한 해학도 담고 있다는 평갑니다.

시대별 작가별로 하나씩 발품 팔며 모은 작품만 수백여 점이 됐습니다.

[정형렬/대표/북한 미술 수집가 : "예전엔 김포공항 갤러리, 부산공항 갤러리 그런데서 북한미술작품 상당수를 취급했습니다. 호랑이 가족 그림 새끼들이 엄마 등에서 앙증맞게 노는 모습이 가족애를 저런식으로 표현하는구나 하는 짠한 감동도 느끼게 되면서 다른 풍경화들도 뭔가 좀 달라 보이고 그러면서 상당히 빠져들게 됐었죠."]

대부분의 작품들은, 남북이 서로 오가며 교류하던 시기에 구입했다고 합니다.

[정형렬/대표/북한미술 수집가 :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시절에 많은 작품들이 통관절차를 거쳐서 남한에 유입이 됐었고, 또 중국 등지에서 북한 미술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그쪽으로 해서도 많이 유입이 됐었고요."]

정 대표가 수집한 작품들의 화가 중엔 여전히 북한에서 인정받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가도 있다는데요.

기백이 느껴지는 호랑이의 눈빛.

인민예술가 리률선의 작품입니다.

리률선은 조선중앙TV에서도 소개했는데요.

이렇듯 TV에서 화가의 생애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내보내거나 당국이 전람회를 개최하는 모습에서 북한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흔히들 북한 미술하면 선동과 선전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인물과 자연을 담은 작품들도 많습니다. 북한 미술만의 특징들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북한 미술 연구가인 박계리 교수는 선전 미술의 중심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박계리/통일교육원 교수 : "맘을 움직여서 행동을 변화시켜야 이게 일어나는 거잖아요, 선전선동이. 그래서 그렇게 감동을 줘서 맘을 움직일 수 있느냐가 핵심적인 포인트인 것 같아요."]

이와 함께 김정은 시대 북한 미술의 특징도 있다고 합니다.

[박계리/통일교육원 교수 : "김정은 시대는 포토리얼리즘 같아요. 그냥 사진 찰칵 찍은 거 같아요. 영웅도 없고 역사적인 서사도 없어요. 그것이 갖고 있는 것이 인민성. 인민들이 쉽게 이해하는 통속성과 접목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해서."]

미술 작품을 통해 북한 내부의 변화, 흐름, 정책 등을 짐작할 수 있다는데요.

[박계리/통일교육원 교수 : "북한 미술 변화를 통해서 정책의 변화도 읽을 수 있고 인민들의 감수성의 변화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지점을 보려고 계속 보고 있고요."]

북한에서도 삶의 애환과 자연의 절경은 많은 작품의 주제가 되고 있는데요.

분단의 역사가 깊어질수록 그림 속 장면들은 우리에게 ‘낯선 풍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형렬 대표는 과거의 아픔부터 미래의 희망까지 그림으로 나누는 시대를 꿈꾼다고 하는데요.

다시 만난 정형렬 대표는 당연하다는 듯 그림들과 함께 있었는데요.

많은 작품이 관람객을 만날 순간을 기다리며 수장고에 잘 보관돼 있습니다.

특히, 전쟁의 아픔은 물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그리는 우리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는데요.

남북이 미술로 소통하고 교류하기를 정 대표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정형렬/대표/북한 미술 수집가 : "이렇게 문화적인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서로 소통하면서 이게 다르지 않다. 그런 것들의 혼을 깨우는 그런 움직임에 많이 관심을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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