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 ③ "유학 포기, 유기농 가업 이어"…강선아 대표

형민우 2023. 3.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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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 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강 대표는 "아버지는 친환경농법이 도입되지 않던 1970년대에 우리 땅에 맞는 농법 찾아 유기농업을 시작하셨다"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로 유기 농법을 시작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겠다는 신념이 있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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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우리원 유기농 '대부' 아버지 뜻 받아 농장 경영 '올인'
청년 농업인 양성 관심…"도시와 다른 시간, 자연스럽게 정착"

[※ 편집자 주 = 서울과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인생의 꿈을 일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 서울로 서울로를 외칠 때, 고향을 찾아 돌아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저 자기가 사는 동네가 좋아 그곳에서 터전을 일구는 이들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지만, 지금 이 곳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를 만들어갑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가지 않고'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꿈을 설계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삶을 연합뉴스가 연중 기획으로 소개합니다.]

아버지 강대인 명인 사진 앞에 선 강선아 우리원 대표 [촬영 형민우]

(보성=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사람과 자연이 함께 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고 싶습니다"

25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우리원 농장에서 만난 강선아(38) 농장대표는 유기농업의 의미를 자연과 함께하는 일로 표현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업을 도입한 故 강대인 명인의 딸인 강 대표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친환경 유기농 쌀을 생산하고 있다.

2007년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유학을 준비하던 강 대표는 잠시 집에 돌아왔다가 한국벤처 농업대학에서 아버지의 강연을 들었다.

강 대표는 당시 아버지가 "자연을 살리고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도 농업인의 길이고, 바른 사람을 기르는 업 또한 농업인의 길이다"다는 말에 감동해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2010년 강대인 명인이 세상을 떠난 후 어머니와 본격적으로 고향에 정착해 우리원 경영에 나섰다.

우리 땅에 맞는 종자나 농법을 연구하면서 토종 종자를 복원했다.

잊힌 종자는 중국이나 일본까지 가서 들여왔다.

300여종에 달하는 토종 종자를 관리하다 더 좋은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전남농업기술연구원에 기증했다.

장독 살피는 강선아 대표 [촬영 형민우]

토종 종자인 검정쌀과 녹색쌀, 붉은쌀, 현미, 찹쌀 등으로 유기농 오색미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1차 산업인 벼 재배와 2차 산업인 발효 가공식품 생산에 이어 농산물 유통과 친환경 농업 교육 등 3차 산업으로 유기농업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전남 친환경 농업교육관을 운영하며 친환경 농업 교육과 다양한 체험 행사도 선보이고 있다.

강 대표는 "아버지는 친환경농법이 도입되지 않던 1970년대에 우리 땅에 맞는 농법 찾아 유기농업을 시작하셨다"며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로 유기 농법을 시작했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겠다는 신념이 있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업을 전공하지 않아서인지 처음에는 우왕좌왕했다. 주변에는 청년도 여성도 없었다"며 "여성도 농업 주체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열심히 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에 정착해 청년 육성에 나선 강 대표는 2017년에는 청년 농업인연합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교육 프로그램 진행하는 강선아 대표 [강선영 대표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올해부터는 지오쿱 협동조합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서울로 오가며 대학원에서 경영학 공부도 했다.

강 대표는 "농촌은 젊은 사람이 모두 떠나 일손이 부족한데 단순 인력보다는 인재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간혹 농업을 접어야 하나라는 고민도 했지만, 부모님이 일군 땅의 역사가 100년이 넘도록 이어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골의 시계는 도시보다 느리게 흘러간다"며 "농촌은 도시와 다른 문화의 흐름이 있는 만큼 농촌에서의 삶을 계획한다면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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