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우유 크림빵 대박나더니…"10원 전쟁 끝" PB에 꽂힌 유통가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MT리포트]PB, 유통시장 게임체인저①
[편집자주] 매주 장을 보기 위해 마트에 가던 시절은 끝났다.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유통업체들은 '입맛'에 맞는 상품 발굴에 사활을 건다. 유통업체들이 가장 기민하게 활용하는 것은 PB(자체 브랜드)다. 제조업체가 신제품을 내놓길 기다리기보다 유통업체가 앞서서 고객 맞춤 상품을 제안한다. PB 개발력이 레드오션이 된 유통업계의 돌파구가 되고 있다.
인구 감소, 고물가로 내수 시장 침체가 예견되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한 무기로 PB·NPB(자체 브랜드·공동기획상품) 경쟁이 뜨겁다. NB(제조사 브랜드) 대비 가격이 저렴한데다 최근 소비 성향에 맞춰 제품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있다. 정통 유통 강자 대형마트 뿐 아니라 편의점, e커머스 등 신생 주자들도 PB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PB 사업이 가장 안정적으로 안착한 유통 업체는 이마트다. 이마트 PB 사업의 주축은 '노브랜드'와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다.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합한 매출액은 2020년 1조3100억원에서 지난해 1조6900억원으로 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할인점) 매출 증가율 10.6%의 세배에 달하는 성장세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PB 가격은 NB 대비 20% 이상 저렴하다. 노브랜드가 지난해 7월 25개 주요 상품 가격을 NB와 비교한 결과 평균 46% 쌌다. 생수, 김치 등 식음료 제품이 20개, 일상용품과 주방용품이 5개였다. PB 제품은 할인시 유통업체가 마케팅 부담을 모두 져야 하기 때문에 할인 행사가 드물다. 애초에 판매가를 NB 제품 할인 행사 대비 15~20% 낮게 책정해야 가격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에게 PB는 흑자사업이다. 제조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할 경우 마케팅 비용이 들지만 유통업체는 자사 매장에 PB를 위한 매대를 마련하거나 전면에 제품을 전시할 수 있다. PB 제품 생산을 통해 중소 제조업체들이 안정적인 거래처를 얻는 것도 긍정적 파급효과다.
홈플러스도 자체브랜드 '시그니처'를 앞세워 2019년부터 PB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그니처 매출 역시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33%가 성장하며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최근 PB 브랜드를 재탄생시켰다. 기존 4개로 나눠져 있던 브랜드를 '오늘좋은'으로 통합하면서 상품군도 재정비했다. 브랜드명부터 로고까지 사전에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거쳐 직관적으로 PB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두부칩, 콤부차 등 건강한 먹거리를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계는 그러나 PB 상품이 가성비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보다 소득 수준, 생활 문화가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디서든 살 수 있는 라면, 즉석밥을 10원 낮춰 팔기보다 '우리만 파는 특별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는 생산 물량 판단, 납품처 확보 부담으로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렵지만 유통업체는 물건을 판매하는 주체기 때문에 상품 기획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한 예가 편의점이다. 크림빵, 증류주, 위스키 등 먹거리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는 전체 매출 중 PB 상품(NPB 포함) 비중이 30%대에 달한다. 젊은 고객이 많아 신상품에 대한 반응이 빠르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PB 매출 신장률도 매년 10~20%에 이른다. 지난해 담배를 제외한 편의점 3사의 매출 1위는 모두 PB 커피였을 정도다.
지난해 1월 CU가 출시한 연세우유 크림빵은 1년간 누적 2500만여개가 팔렸다. 1분당 43개가 팔린 셈이다. 연세우유 크림빵 가격은 2600원이며 이후 시리즈로 출시된 황치즈 생크림빵, 솔티카라멜 생크림빵 등은 3000원이 훌쩍 넘지만 판매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GS25에서 6년만에 NPB(공동기획상품) 상품인 김혜자 도시락을 다시 출시하면서 편의점간 도시락 전쟁도 시작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먹거리는 모든 사람들이 매일 소비하는 품목인데다 외식 수요를 유통시장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통업체와 제조업체 간의 상생을 유지하면서도 PB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규모유통업법과 하도급법을 적용 받고 있는데, 당국의 해석에 따라 유통업체의 '갑질'로 자칫 비춰질 수 있어 적극적인 사업확장이 어렵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고물가에 보다 저렴한 중소기업 제품을 사고 싶어도 품질을 확신할 수 없어 머뭇거리는 경우가 많다"며 "유통업체가 양질의 상품을 골라 신뢰를 준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이득"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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