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80만원?"… 그래도 구하기 힘든 자취방 [Z시세]

서진주 기자 2023. 3. 25.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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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치솟는 월세에 사회초년생들이 '자취방 구하기'라는 장벽에 부딪혔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공인중개사무소. /사진=서진주 기자
# 사회초년생 A씨(20대)는 자취방을 찾아보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음에 드는 방을 찾기 위해서는 월세가 최소 50만원이 기본인 데다 조금 마음에 든다 싶으면 70만~80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100만원 이상인 곳도 있었다. A씨는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월세 부담까지 더해졌다"며 "20대가 사회로 발을 딛기엔 최악인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식비·교통비 등 물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월세비용까지 만만치 않아 타 지역에서 진입온 사회초년생들과 대학생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삼시세끼를 해결하고 적잖은 월세까지 빠져 나간다면 월급은 그저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수준에 불과할 게 뻔하다. 독립을 위해 밖으로 나온 이른바 '자취러'(자취하는 사람)에게 돈은 아껴야만 하는 수단이다.

부동산 중개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는 전년 동월보다 6만~8만원 올라 70만~80만원대를 형성했다. 30만원에 자취방을 구할 수 있었던 시절은 먼 과거 이야기가 된 것이다. 하늘의 별따기가 된 값싼 자취방 구하기.

돈이란 장벽에 부딪힌 대학생·사회초년생에게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물가 이어 월세도 상승"… 커지는 사회초년생의 한숨


높은 월세에 대학생들이 울상이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알림판에 하숙·원룸 공고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대학교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했다. 이에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던 대학생들은 방을 빼서 고향으로 내려갔고 대학가 월세 시장은 침체기를 겪었다. 그로부터 3년여가 지난 올해 실내·외 마스크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돼 대학교마다 전면 대면수업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대학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마다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대문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진수씨(남·23)는 "지난해 살던 원룸을 재계약했는데 집주인이 6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한다"며 "다른 원룸을 알아봐도 가격이 비슷해 어쩔 수 없이 재계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학업보다 월세를 감당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취방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다. 본가인 경기도 파주에서 대학교가 위치한 용인까지 왕복 5시간 걸려 통학하는 강주현씨(여·24)는 "월세 50만원으로도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할 수 없다"며 "방 상태가 좋지 않거나 주변 편의시설이 나쁜 곳도 70만원이 기본"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월세에 관리비, 식대까지 합치면 매달 100만원 넘는 비용이 든다"며 "등록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너무 버겁다"고 했다.



"비싸도 포기 못해"… 대학가 원룸, 남는 게 없다


높은 월세에도 학생들은 자취방을 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사진=서진주 기자
월세가 비싸진 배경엔 무엇보다 물가 상승이 꼽힌다. 고물가에 이어 난방비·전기료 등 공공요금까지 인상되자 월세도 함께 오른 것. 서울 서대문구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씨(남·63)는 "물가·공공요금이 상승해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리려는 추세"라며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5만~10만원 뛰었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남은 월세방이 별로 없다. 이씨는 "월세가 올랐음에도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학생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중개사무소를 찾는다"며 "학교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자취방까지 전부 계약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만큼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진태 사회현상 분석가는 "코로나19가 완화돼 대면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의 원룸 수요가 증가했다"며 "가격 상승 효과가 나타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빌라왕'(전세 사기) 사태와 고금리로 전세보다 월세가 선호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기숙사 입주 '하늘의 별따기'… 학교 대응에 불만 고조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학생들이 궁지로 내몰린 배경엔 기숙사 부족 문제도 있다.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수도권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18.3%로 비수도권(27.7%)에 한참 못 미친다. 신청인 10명 중 2명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준으로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고학년이 될수록 기숙사 입사는 '하늘의 별따기'다.

대학교 측이 장거리 통학생을 위한 복지를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유진태 분석가는 대학교 기숙사에 대해 "월세 개념에서 연세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1년을 꽉 채워 기숙사에 살지 않는 대학생은 경제적 타격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박모씨(여·24)는 "기숙사를 신청할 때 학기(3개월)·6개월·1년 단위로 신청할 수 있는데 '1년 단위로 신청할수록 선정될 확률이 높다'라는 내용의 공지가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학 동안 본가에 내려가 기숙사에 살지 않는 경우에도 기숙사비를 내야 하는 것"이라며 "학교까지 나서서 학생들의 숨통을 조인다"고 분노했다.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대학생들은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기숙사 수용 인원을 늘릴 계획이 없냐' '학교 인근에 자취방이 충분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 '장거리 (통학) 학생들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냐'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내 위치한 한 대학교 관계자는 "종전처럼 신입생 위주로 선별하고 인원 추가 수용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1년 단위로 기숙사 신청을 받는 이유에 대해선 "지방권 학생들이 방학에도 서울에서 활동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진주 기자 jinju31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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