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에 맞서고 여성에게 정중한 ‘옛날 갱스터’···‘털사 킹’[오마주]

백승찬 기자 2023. 3.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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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 킹>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25년간 복역한 뒤 출소한 마피아 역을 맡았다. | 티빙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25년간 복역한 뒤 출소하는 남자 드와이트(실베스터 스탤론)의 모습을 보여주며 <털사 킹>은 시작합니다. 복역 기간으로 짐작건대 무언가 중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보입니다. 드와이트는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뉴욕 마피아 조직에 복귀합니다. 드와이트는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을 줄 알았으나, 조직은 드와이트를 환대하기는커녕 시골인 오클라호마 털사로 보냅니다. 드와이트는 털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업’을 일굽니다. 조직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드와이트를 조금씩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다만 드와이트는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딸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습니다.

<윈드 리버>를 연출하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 등의 각본을 쓴 테일러 셰리든이 <털사 킹>을 제작했습니다. 셰리든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대도시가 아닌, 와이오밍, 텍사스 등 미국 변경의 풍광과 정서를 그리는데 능한 창작자입니다. 스산하고 촌스러운 듯하지만 정감과 여유 있는 그런 동네 말이죠.

드와이트(실베스터 스탤론)는 오클라호마 털사에 가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직을 만들어나간다. | 티빙 제공
드와이트의 기대와 달리 조직은 출소한 드와이트를 반기지 않는다. | 티빙 제공

한가한 털사는 뉴욕에서도 잘나가던 갱스터 드와이트에게 어울리는 동네가 아닙니다. 다만 드와이트의 전성기는 25년 전이었습니다. 드와이트는 20세기 뉴욕에서 통하던 자신의 방식을 털사에서 그대로 행합니다. 합법적인 대마초 가게에 갑자기 들이닥쳐서 보호비를 내라고 하는 식입니다. 놀랍게도 이 방식이 통합니다. 순박한 털사 사람들은 드와이트의 막무가내 방식에 당황하면서도 조금씩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다가 결국 그의 사람이 됩니다.

드와이트의 완력이 무섭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드와이트는 범죄자일지언정 ‘옛날 남자’의 미덕을 갖고 있습니다. 보호비를 받으면 철저히 보호해 줍니다. 차별에 항의합니다. 여성에게 정중합니다.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면서도 싸울 때는 싸워 이겨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위험한 일에는 가장 선두에 섭니다. 비열한 짓에 대해서는 철저히 복수합니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이 있으면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그에 대해 보상하려 합니다.

<털사 킹>은 왕년의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의 첫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연작입니다. <록키>와 <람보>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죠. 좀 엉성한 후속편도 있었지만, 이 영화들은 “포스트 베트남전 시대와 포스트 산업시대, 폭력·나태·목적상실의 상처를 지닌 미국 남성의 조각”(뉴욕타임스)을 간직한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스탤론은 어느덧 7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당당한 풍채를 자랑합니다. 범죄자 드와이트의 모습에서 매력이 느껴진다면, 그건 스탤론 개인의 카리스마에도 크게 기인할 것입니다. 액션도 딸과의 감정 연기도 모두 만족스럽습니다. 9부작 <털사 킹>을 모두 보고 나면 스탤론 아닌 누군가가 드와이트 역을 맡을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시카리오>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지는 시리즈는 아닙니다. 드와이트의 매력과 일처리 방식에 집중하다 보니 때로 장애물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게 처리되곤 합니다. 미국 시골 마을 현관의 의자에 앉아 맥주 마시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시리즈입니다. 시즌 2 제작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노익장 지수 ★★★★★ 77세 액션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

외교와 전쟁 지수 ★★★ 협상할 때와 싸울 때를 아는 주인공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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