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팁] 신체 모든 장기에 생기는 자가면역질환, 꾸준한 관리가 중요

안경진 기자 입력 2023. 3.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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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승기?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면역세포가 신체 공격해 발병
질환마다 증상·치료법 다르고
완치 어려워 정확한 진단 필수
생활습관 개선하면 증상 완화
곽승기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사진 제공=서울성모병원
[서울경제]

자가면역질환은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세균, 바이러스 뿐 아니라 신체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정상 조직과 세포까지 공격해 전신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근육, 관절, 신경, 피부 등 신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발병 가능한데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호르몬, 환경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고 추정할 뿐이다. 질환마다 특이 증상을 보이고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다.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의 대표격인 루푸스는 국내 환자가 약 2만 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성에서 10배 정도 흔하다. 염증이 일어난 부위에 따라 입안 궤양부터 나비모양 홍반, 심막염, 복통, 적혈구·백혈구·혈소판 감소, 관절염, 흉막염, 단백뇨, 신부전 등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이라고도 불린다. 콩팥, 심장, 폐, 혈액, 뇌신경 등 다양한 장기를 침범해 질환을 일으키고 치명적인 경우도 있지만 조기 진단은 물론 완치도 쉽지 않다. 다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임상에서는 루프스로 진단되면 환자의 증상 호전과 주요 장기 침범에 의한 영구 손상을 막는 것을 목표로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콩팥 침범이 있는 경우 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투여하고 환자 예후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 투여, 혈장교환술까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

루프스 환자 스스로 증상 호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상생활 속 관리에 신경쓰는 것도 약물치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루프스 환자가 엄수해야 할 첫 번째 원칙은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자외선을 쬐면 루푸스 활성도가 올라가므로 외출 시 선크림을 꼭 바르고 챙이 넓은 모자를 써야 한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적절한 수면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며 적절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스테로이드 복용기간이 길어질수록 골다공증 발병 위험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운동 외에도 멸치, 유제품 등 칼슘이 많이 포함돼 있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D, 칼슘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루푸스 증상과 함께 눈과 입에 심한 건조감을 느낀다면 쇼그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쇼그렌증후군은 눈물샘, 침샘 같은 외분비샘이 만성 염증으로 파괴돼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흔히 눈이 건조해지고 입이 마르는 증상과 함께 피로감, 근육통을 동반한다. 약물치료 외에도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카페인 음료 섭취를 줄이는 등 건조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일상생활 속 관리가 중요하다.

국내 4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난치성 질환 중 하나인 전신경화증도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콜라겐이 지나치게 많이 축적되면서 손과 발의 피부색이 변하고 두꺼워지거나 폐, 소화기관 등 내부 장기의 섬유화가 일어나 딱딱해진다. 피부 경화증, 식도 기능 장애, 안면홍조, 궤양, 손톱 주름의 모세혈관 이상, 추울 때 손이 하얘지는 레이노 현상, 모세혈관확장증, 폐고혈압, 수지궤양 등의 증상이 전신경화증에 해당한다. 전신경화증은 폐 섬유화가 진행될 때까지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아침마다 손가락, 손목에 통증이 있고 뻣뻣해지고 붓는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주로 중년 여성에게 발병하는 류마티스 관절염은 흔하지만 무서운 질환이다. 관절에 만성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고 우리 몸의 연골과 뼈를 파괴시켜 치명적 장애를 남긴다. 관절 연골이 닳아 발생하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류마티스 관절염은 염증으로 뼈가 침식되거나 활액이 불어오르거나 연골이 마모된다는 차이가 있다. 관절 통증이 6주 이상 지속되거나 소염진통제 처방을 받고도 관절통이 조절되지 않은 증상을 보인다면 류마티스 관절염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허리와 둔부 통증이 주증상인 강직성 척추염도 자가면역질환이다. 초기에는 대부분 엉치뼈와 엉덩이뼈 사이에 위치한 천장관절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엉치 부위의 통증과 척추의 뻣뻣함을 느낀다. 단순 근육통 또는 디스크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뻣뻣하고 움직일 때 증상이 호전됐다가 움직임이 없을 때 다시 뻣뻣해진다면 강직성 척추염일 가능성이 높다. 허리, 목 등에서부터 척추 관절로 번져 점차 굳어지고 심하면 척추 변형이 올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 밖에 피로감과 함께 입 안 혓바늘과 같은 궤양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베체트병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발생할 때마다 가벼운 약물치료로 해결 가능하지만 눈을 침범하는 포도막염이 생기면 실명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자가면역질환은 대부분 난치, 희귀질환으로 불리는 탓에 진단 자체가 환자들에게 두려움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환자 개인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꾸준히 약을 복용한다면 삶의 질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자신이 겪는 몸의 증상들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조기진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더 이상 난치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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