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전기, 약물로 상처 二重 치료하는 전자 반창고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3. 25. 06: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상처를 감싸고 약물을 투여하며 전기까지 흘려 더 빨리 낫게 하는 '전자 반창고(electronic bandage)'가 개발됐다.

외부에서 상처 상태에 맞는 치료 지시가 전송되면 전자 반창고가 전기를 발생해 젤리를 녹이고 약물을 방출한다.

연구진은 당뇨병 쥐에게 난 10~35㎜ 크기의 상처에 전자 반창고를 붙이고 치료 과정을 관찰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칼텍 연구진 개발, 동물실험 성공
한 가지 치료보다 훨씬 빨리 아물어
초록색 의료용 장갑을 낀 손가락 위에 놓인 전자 반창고. 오른쪽 원형 전극들이 상처 위에 놓이는 부분이며, 왼쪽은 외부 기기와 통신하는 장치이다./미 칼텍

상처를 감싸고 약물을 투여하며 전기까지 흘려 더 빨리 낫게 하는 ‘전자 반창고(electronic bandage)’가 개발됐다. 상처 상태에 따라 맟춤형 치료가 가능해 작은 상처라도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쉬운 당뇨병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칼텍) 의공학과의 웨이 가오(Wei Gao) 교수 연구진은 2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상처 부위를 감싸고 상태를 파악하면서 약물과 전기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신축성 바이오전자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약물 방출하고 전기 치료도 병행

칼텍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전자 시스템은 일종의 전자 반창고이다. 잘 늘어나는 고분자 소재 밑에 센서 역할을 하는 얇은 전극이 있다. 그 밑에는 전류를 발생하는 원형 전극이 있고 상처에 닿는 맨 아래층에 병원균을 죽이는 항생제가 젤리 상태의 하이드로겔에 들어있다. 가오 교수는 “전자 반창고는 전기 장치가 있어도 수분이 있는 상처 환경에서 잘 작동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전자 반창고는 상처에 달라붙어 약물을 방출하고 전류를 흘려 상처를 치료한다. 센서가 감지한 상처 상태는 스마트폰이나 의료진의 컴퓨터로 전송돼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A). 전자 반창고는 잘 늘어나는 고분자 소재 밑에 센서 역할을 하는 얇은 전극이 있고, 그 밑에는 전류를 발생하는 원형 전극이 있다. 상처에 닿는 맨 아래층에 약물이 젤리 상태의 하이드로겔에 들어있다(B). /Science Advances

센서가 산성도와 온도, 당분 함유량 등 상처 상태를 알려주는 생체 신호를 감지하면 통신 회로가 스마트폰이나 의료진의 컴퓨터로 보낸다. 외부에서 상처 상태에 맞는 치료 지시가 전송되면 전자 반창고가 전기를 발생해 젤리를 녹이고 약물을 방출한다. 동시에 치료용 전류도 흘린다. 앞서 연구에서 상처 부위에 전류를 흘리면 아무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당뇨병 쥐에게 난 10~35㎜ 크기의 상처에 전자 반창고를 붙이고 치료 과정을 관찰했다. 반창고를 붙이고 약물과 전기 치료를 병행하자 3일부터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으며 14일이 지나자 말끔히 나았다. 그냥 밴드로 감싼 경우나 약물 또는 전기 치료만 한 것보다 두 치료법을 병행한 경우가 훨씬 치료 속도가 높았다.

◇상처 치료, 미국서 32조원 의료비 발생

가오 교수는 “잘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많은데 특히 당뇨병성 궤양이나 화상은 상처가 오래가고 환자에게 큰 피해를 준다”며 “이들을 회복시킬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성 족부 궤양은 작은 상처가 자칫 다리를 절단하는 일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약해진다.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가기 쉽다. 특히 당뇨 환자는 혈액에 당분이 많아 피가 잘 흐르지 않는다. 자연히 상처를 치료할 세포들도 이동하기 어렵다.

팔뚝에 붙인 전자 반창고. 신축성 소재와 전극으로 만들어 손으로 집어도 잘 늘어나고 기능에 문제가 없다. 반창고는 약물과 전기 자극 치료를 병행해 상처를 치료한다./미 칼텍

전자 반창고는 이런 당뇨병성 족부 궤양을 실시간 감시하고 이전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다. 연구진은 전자 반창고가 미국에서만 당뇨병이나 화상 등 만성 상처로 고생하는 670만 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의료비만 매년 250억 달러(한화 약 32조 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당장 환자에게 전자 반창고를 붙일 수는 없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조 덤빌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정말 흥미로운 실험 연구지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고 평가를 받기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며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실제 환자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대형 동물에 대한 실험과 인체 대상 임상시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든 캘리포니아대 의대와 협력하기로 했다. 연구진은 반창고에 있는 센서 작동 시간을 늘리고 약물도 더 많이 넣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자 반창고는 여러 곳에서 개발하고 있다. 앞서 미국 노스 웨스턴대 의공학과의 존 로저스 교수와 중앙대 첨단소재공학과의 류한준 교수 연구진도 지난달 같은 학술지에 전류를 흘려 상처를 치료하는 전자 반창고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전자 반창고가 상처를 30%나 빨리 낫게 했다고 밝혔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f7388

Science Advances, DOI : https://doi.org/10.1126/sciadv.ade4687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