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 또 분쟁… 바람 잘 날 없는 바이오 경영권

최영찬 기자 2023. 3. 2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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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제약바이오 이사회 지각변동③] '헬릭스미스·휴마시스 소액주주 울고 웃었다

[편집자주]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이사회의 변화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 물러났던 바이오 기업 회장들이 복귀한다. 전통의 제약기업들은 대대적인 이사회 개편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 이사회 구성을 놓고 일부 기업은 소액주주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불어닥친 이사회 변화를 살펴봤다.

헬릭스미스가 일부 소액주주들과 오랜 경영권 분쟁에서 사실상 승리했다. 이사회에 회사 측 이사를 더 많이 진입시켜 향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사진=최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진짜 위기다"… 서정진·조영식, 다시 돌아온 제약바이오 회장님
②제약업계 오너 2세 희비… 이사회 변화 힘주는 대웅
③분쟁 또 분쟁… 바람 잘 날 없는 바이오 경영권

일부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 중이었던 헬릭스미스는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시주총 안건 중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는 안건에서 승리하면서 이사회를 장악했다. 현재 헬릭스미스 이사회는 회사 측 이사 5명(윤부혁·김선영·유승신·김정만·조승연)과 소액주주 측 이사 3명(김훈식·박재석·최동규)으로 구성돼 있다.



헬릭스미스, 경영권 분쟁 드디어 끝내나


헬릭스미스는 지난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소액주주들과 불필요한 분쟁을 지속하면서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회사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면서 "하지만 카나리아바이오엠과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경영권 분쟁 종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그동안 헬릭스미스와 맞선 소액주주들이 마땅히 대응할 방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법 제385조와 제434조에 따르면 기존 등기이사를 해임하려면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사를 해임하려는 측이 반대 측보다 2배 이상 많은 지분을 모아야 한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의 모회사로 있는 이상 소액주주가 2배 이상 지분을 많이 모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소액주주가 이사회에 진입시킨 사내이사 3명도 사실상 회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사회에 진입한 2021년 7월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업무를 분장받지 못해 사업보고서에 담당업무가 '사내이사'로 표기돼 있다.

여기에 헬릭스미스는 지난 2월15일 이들 3명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이사회 구성원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공시하기 이전에 특정 주주에게 고의로 유출한 정황을 포착했고 등기이사에게만 제공되는 대외비 자료를 외부에 직간접적으로 제공한 사실을 발견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액주주 측은 오는 정기주총 이후 향후 운영방향을 밝히겠다고 했지만 헬릭스미스와 대결을 이어갈 동력을 사실상 상실했다.

소액주주의 고문을 맡으며 구심점 역할을 해 온 배진한 변호사도 지난 19일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지 못한 채 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잡은 자의 한계만 확인했다"며 "향후 모든 조치를 헬릭스미스 지분 2%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나라그룹 '문 회장'의 뜻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말했다.


경영권 내홍 휴마시스, 소액주주와 해피엔딩?


주주가치 제고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회사와 갈등관계에 있던 휴마시스 소액주주가 새로운 경영진을 지지하기로 했다. 새로운 경영진이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무상증자를 단행한 데다 신사업 추진에 강하게 의욕을 보이고 있어서다. 사진은 휴마시스 본사. /사진=휴마시스
지난 17일 열린 휴마시스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그동안 회사와 갈등관계에 있던 소액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져서다.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 2월2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회사가 제안한 안건을 반대해 부결시킨 것을 떠올리면 소액주주는 이번 정기주총을 계기로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하기로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소액주주가 회사를 적극 지지하게 된 계기는 휴마시스가 정기주총에 앞서 지난 10일 1주당 3주를 무상증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주주 친화정책을 내놓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휴마시스 한 소액주주는 "현 경영진이 신사업을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잘하겠다는 약속을 해 기대감이 크다"며 "분기배당이 신설됐고 무상증자를 받는 등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고 말했다. 다른 소액주주는 "현 경영진을 지지한 것이 좋은 결정이었는지 여부는 2~3개월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고 말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휴마시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앞세워 실적이 대폭 증가했다.

소액주주는 휴마시스가 실적 호조를 통해 큰 수익을 올렸음에도 창업자인 차정학 전 대표이사 사장이 배당 규모를 확대하는 등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이지 않은 것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소액주주는 지난해 10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가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모두 부결시키면서 갈등을 고조시켰다.

지난해 9월30일 기준 차 전 사장(6.97%)은 특수관계인을 모두 더해도 지분 7.65%를 보유하는 데 그쳐 경영권 사수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지난 1월30일 이 지분 일체를 매각했다. 소액주주와 갈등 속에 휴마시스는 최대주주가 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차 전 사장은 자신의 지분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 일체(259만3814주)를 아티스트코스메틱에 주당 2만5060원씩 총 6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티스트코스메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기존 주식을 포함해 총 392만8356주(11.58%)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아티스트코스메틱의 모회사인 미래아이앤지를 이끌고 있는 남궁견 회장과 소액주주간 기싸움이 이어졌다. 남궁 회장이 휴마시스가 진단키트사업을 통해 벌어드린 현금을 활용해 기업사냥에 나서고 무분별한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결국 소액투자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소액주주는 지난 2월28일 임시주총에서 휴마시스가 새로운 대표로 내정한 김성곤 인콘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는 데 강하게 반발하며 휴마시스의 후보자 추천 철회를 이끌었다. 또 휴마시스가 헬스케어 제품 개발·제조·유통, 기업 인수합병(M&A) 또는 지분투자 등의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내용 등을 담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저지했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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