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뱅크 묻지마 흔들기”···“건들락, 침체 적색경고”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입력 2023. 3. 25. 06:40 수정 2023. 3. 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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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치뱅크 본사에 먹구름이 끼어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2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도이치뱅크 주가 급락에 따른 불안심리에 고전했지만 크레디트스위스(CS)와는 다르다는 판단이그나마 확산하면서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3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6%, 0.41% 뛰었는데요. 이후 많이 상승했지만 위기 의식에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이날 한때 연 3.29% 선까지 주저앉았고 2년 물 국채금리도 3.55%대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도이치뱅크의 주가가 8.53% 떨어졌는데요. 오늘은 도이치뱅크 상황을 살펴보고 미국 지역은행, 금리, 증시 전망 등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도이치뱅크, CDS 1.34%%p→2.03%p→2.2%p 급등”···“CET1 비율 13.4%, 유동성 비율 142% 숄츠 독일 총리 문제 없다”

우선 도이치뱅크 경영상황부터 간단하게 알아보죠. 지난해 말 현재 도이치뱅크의 총자산은 약 1조4378억 달러인데요.

독일 최대 상업은행입니다. 도이치뱅크도 국제결제은행(BIS)이 꼽은 40대 글로벌 시스템에 중요한 은행(GSIB)에 속합니다. 특히 CS보다 중요도가 더 높은데요.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 바클레이스와 동급으로 도이치뱅크보다 윗등급은 JP모건체이스와 HSBC, 씨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네 곳뿐입니다.

경영지표를 더 보면 예대율이 78.6%이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이 142%로 유동성이 높은데요. LCR는 30일 간 현금유출 규모 대비 금방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의 비율을 말합니다. 위기 때는 높을수록 좋죠.

자본의 가장 근간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13.4%인데요. 작년 9월 말 기준 한국 은행들의 CET1 평균이 13.23%, 은행지주가 12.24%입니다. 도이치뱅크는 최근 10분기 연속 흑자에 지난해 전체로는 54억 달러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했죠.

이런 도이치뱅크가 부도 가능성을 뜻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갑자기 급등하면서 주가가 한때 14% 떨어졌는데요.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전날 2.03%p 수준이었던 도이치뱅크의 CDS 프리미엄이 이날 한때 2.2%p 이상으로 8.3% 넘게 치솟았습니다. 이틀 전인 수요일에는 1.34%p 정도였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CDS 프리미엄이 갑자기 확 튈 사건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은행 자본비율에 관한 설명. TIer1과 Tier2의 최소 비율. WSJ 화면캡처

그럼에도 여러 요인을 생각해보면 △신종자본증권(AT1) 가격 하락 △도이치뱅크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여신 △CS 이후 전반적인 불안 심리 △돈세탁 연루·과거 상당 기간 구조조정 △유럽중앙은행(ECB)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지속 우려 등이 있겠습니다.

당장 2014년에 찍어낸 도이치뱅크의 AT1 채권가격이 이달 초 대비 무려 27.3% 빠졌는데요. UBS의 CS 인수 과정에서 스위스 금융당국이 CS 주주는 어느 정도 보호해줬지만 CS의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AT1 채권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죠.

이후 유럽과 영국 당국자들이 AT1이 일반 채권자보다는 뒤지지만 주식보다는 변제 순위가 앞선다고 밝혔고 다소 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불신이 남아있는 겁니다. 타트야나 그레일 카스트로 뮤지니치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이 벼랑 끝에 몰렸다. 그저 다음 타깃을 찾는 것 같다”고 걱정했는데요.

월가에서는 도이치뱅크가 미국 상업용 부동산 관련 여신이 많다는 얘기가 돌기도 합니다. 펄 그레이 에쿼티 앤 리서치는 “도이치뱅크의 CDS 급등은 특이하지만 따지고 보면 유럽 은행들 대부분이 오름세이긴 하다. 우리는 유럽에서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며 “도이치뱅크는 대손충당금을 전년 대비 2.18배 늘렸는데 이는 신용위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도이치뱅크는 가까이 2019년만 해도 구조조정으로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렸는데요. 러시아 돈세탁에 연루되고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의 계좌를 보유해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앞서 설명드렸던 대로 지표가 탄탄한데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도이치뱅크는 완전히 탈바꿈했고 사업모델을 새로 짰다. 매우 수익성이 높은 은행”이라며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독일 정부만의 생각은 아닌데요.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소속 오토노머스 리서치는 “도이치뱅크는 제2의 크레디트스위스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씨티, 비이성적 시장이 더 큰 문제 만들 수 있어 더 지켜봐야”···“레클러, 상업용 부동산 조치 안 취하면 은행도 위기”

JP모건체이스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키안 아부호세인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지금의 도이뱅크를 2015~2018년의 어려웠던 시기과 비교하기 쉽지만 투자자들은 지금의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며 “도이치뱅크는 자본비율이 강력하며 2015~2018년에도 예금이 많이 유출되지 않았고 세계 5위의 채권과 외환, 상품 거래 기관”이라고 강조했는데요.

CS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CS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터졌을 당시 이미 유동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었는데요. 지난해 4분기부터 대규모 자금유출로 시달리고 있었죠. 앞서 제인 프레이저 씨티 최고경영자(CEO)는 “CS의 몰락은 결국 시간문제였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도이치뱅크는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에 중요한 은행입니다. CS의 사례에서 봤듯 그냥 무너지게 놔둘 곳이 절대 아니죠. 전반적인 심리가 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펀더멘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14% 넘게 하락하던 주가가 낙폭을 다소 줄인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텐데요. 조지 볼 샌더스 모리스 해리스의 사장은 “도이치뱅크가 신뢰를 크게 잃어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펀더멘털적으로는 그런 일이 발생할 이유가 없다”고 했죠.

봐야 할 것은 조지 볼의 말처럼 막연한 공포입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도이치뱅크는 괜찮습니다. 주가가 급락하고 이에 영향을 받아 유럽 은행들이 함께 약세(BNP파리바 -5.27%, UBS -3.55%)를 보이는 건 이해가 어렵죠. 이날 도이치뱅크는 2028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권 15억 달러어치를 조기상환하겠다고 했었는데도 시장의 큰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채권을 일찍 갚는다는 건 은행에 여유가 있다는 뜻인데요.

시장은 묘합니다. 어쩔 땐 냉철하지만 때로는 납득이 안 될 정도로 비이성적인데요. 앤드류 쿰스 씨티 애널리스트는 “어느 것도 이날 도이치뱅크 움직임을 설명할 수 없다. 비이성적인 시장 때문일 수 있다”며 “이것 자체가 걱정스럽지만 더 큰 걱정은 이런 생각이 더 확산하면서 자기실현적으로 재앙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는데요.

24일(현지 시간) 도이치뱅크 주가 추이. 마켓워치 화면캡처

그렇습니다. 개별 은행의 상황과 별개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고 주가는 계속해서 빠지죠.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같은 초대형 은행이 300억 달러를 공동예금해도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주가 하락은 멈출 줄 모릅니다.

그래서 전염이 무서운 겁니다. 도이치뱅크의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계속해서 흔들리면 없던 리스크가 만들어질 수도 있죠. 제인 프레이저는 CS가 어차피 시간문제라고 했지만 최근 며칠 간의 시장의 급격한 동요가 CS의 수명을 단축시킨 것은 분명합니다. 도이치뱅크의 향후 주가 움직임을 더 지켜볼 이유인데요.

약한 고리를 노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제인 23일 도이치뱅크 관련 풋옵션 거래가 수년 만에 최대였다고 전했는데요. 울리히 어반 베렌베그의 멀티자산 전략 및 리서치 헤드는 “최근 헤지펀드들이 은행 주가 하락에 베팅을 늘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어떤 은행이 다음 문제에 직면할 수 있는지 추측하려고 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노출이 많은 은행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인데요. 도이치뱅크와도 상업용 부동산이 교집합이죠.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12명 민간 위원들의 디렉터이자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RXR의 CEO인 스콧 레클러는 이날 “앞으로 3년 내 상업용 부동산 대출 1조5000억 달러어치가 만기가 도래한다. 이 대출의 대부분은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울 때 시행됐으며 지금은 금리가 높고 부동산 가치가 낮으며 유동성이 적은 시장에서 만기 연장을 해야 한다”며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부동산 대출의 4분의3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은행에 시스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는데요.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을 도와야 한다고 요구한 겁니다.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역은행이 흔들리고 있는 만큼 허투루 들을 내용은 아닌데요. 마이클 하트넷 BofA 투자전략가도 “다음 위험 요인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불러드, 최종금리 5.5~5.75%로 높여 미 은행 안정 시 긴축지속”···“S&P 4700 갈 수 있어 vs 지난해 10월 바닥 재시험할 것”

실제 긴축이 지속할 수 있기에 전반적인 리스크가 상당히 있다고 봐야 합니다. 연준 내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앞으로 몇 주와 몇 달 내 금융 스트레스가 완화한다는 전제 아래 최종금리 전망치를 기존보다 0.25%p 더 높였다”고 했는데요.

이는 이번에 불러드가 적어낸 최종금리가 5.50~5.75%임을 뜻합니다. 점도표를 보면 5.50~5.75%가 불러드를 포함해 3명, 이보다 높은 5.75~6.00%도 한 명 있는데요.

그는 “지속적이면서 적절한 거시건전성 정책은 금융 쪽 문제를 억제할 수 있고 적절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며 미국 경제가 강하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나온 S&P 글로벌 마킷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53.8로 11개월 만의 최고치였는데요.

은행위기가 진정되면 계속해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3월 금리인상 결정 전에 많은 논쟁이 있었고 간단한 결정이 아니었다”면서도 “결국 우리는 은행 시스템이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봤고 그런 전제 아래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소한 지금 수준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추가 금리인상이 가능함을 뜻하지요.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높고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았다. 금리인상은 명확해 보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은행 위기가 불러드 기대처럼 짧게 끝날지 알 수 없지요.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CEO는 “2년과 10년 미국 국채금리 역전폭이 0.4%p이며 2년 만기 이후의 모든 국채가 연준 기준금리보다 훨씬 낮다”며 “이는 경기침체에 관한 적색 경보(red alert)다. 연준이 곧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이날 오후3시15분 현재 금리선물 시장은 5월과 6월 동결, 7월 0.25%p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와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을 알리는 제프 건들락의 트윗

증시 전망은 갈리는데요. 영원한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는 “지난해 10월이 바닥이었으며 지금은 블랙스완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어 주식이 약간 떨어졌지만 이 정도가 거의 다 하락한 것일 수 있다. 2020년 5월보다 더 많은 대기 현금이 있다”며 “연준은 금리인상을 끝냈고 금리 경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연말 전에 S&P500이 47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반면 에버코어 ISI의 줄리안 이매뉴얼은 “우리는 한동안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최근 2주 동안의 상황이 침체 가능성을 높이느냐 낮추느냐?”라고 물은 뒤 S&P500이 지난 해 10월 최저치를 밑으로 깨고 경제는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는데요. 마크 해팰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도 “금융 신뢰는 여전히 약하고 변동성이 높을 것이며 당국자들은 더 많은 것을 해야 할 수 있다”며 “전반적인 금융여건이 긴축돼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완화하더라도 하드랜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봤죠.

WSJ은 지난 주 미국 머니마켓펀드(MMF)에 2주 연속 1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고 했는데요. MMF 잔액도 2020년 6월 말 5조5000억 달러에서 6조 달러 이상으로 커졌다고 했습니다. 크게 보면 투자자들은 은행위기를 걱정하고 증시 반등이 지속할지 조심스럽다는 건데요.

시장은 도이치뱅크가 아니더라도 제2, 제3의 사냥감을 계속해서 찾을 수 있습니다. 피터 간리 삭소은행 전략가는 “은행 위기는 끝이 나려면 멀었으며 경제와 신용시장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6개월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미국이든 유럽이든 다음 주도 은행 이슈가 지속할 것 같습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나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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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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